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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 종이 낭비?…사물함에 처박힌 '배려'

<앵커>

흔히 배려심 하면 개인의 인성 문제로 치부하지만, 사실은 배려도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게 학계의 의견입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법을 배우는 이른바 '시민 교육'이 필요하다는 겁니다.

SBS 연중기획,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오늘(4일)은 우리의 시민 교육 현실을 김종원 기자가 짚어 봅니다.

<기자>

한 유치원 교사가 재미난 실험을 해 봤습니다.

만 5세 유치원생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집단에만 '시민 교육'을 실시했습니다.

나와 다른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그들의 감정을 함께 느끼는 법을 가르친 겁니다.

그렇게 다섯 달,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박지선/유치원 교사 : 이거는 공감능력을 알아볼 수 있는 연구도구인데요, 근데 개가 줄을 끊고 도망을 갔어. 그러면 어떤 느낌이 들까?]

신난다는 감정 이외엔 표현조차 잘할 줄 모르던 아이들이 다른 사람의 슬픔, 공포, 분노라는 감정을 함께 느끼고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공감능력이 생긴 겁니다.

공감은 곧 '배려'로 이어졌습니다.

[최정윤/연구 당시 5세 : 도와주고 싶은데 다 도와줄 수는 없으니까 슬퍼요.]

[저는 이 (시민) 교육을 하면서 확신을 했거든요. 아, 이거 가르치면 되는구나. 따뜻한 배려하는 사회를 만드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은 수십 년 전부터 시민 교육을 초·중·고 필수과목으로 가르치고 있습니다.

[기앰/프랑스 유학생 : 초등학교에서 중학교까지 시민 교육을 필수로 배웁니다.]

[네누리/프랑스인 유학생 : 주 2~3회 정도 시간표에 들어가요. 서로 다르더라도 서로 배려하는 법을 배웁니다.]

우리나라는 이제 걸음마 단계입니다.

지난해부터 경기도교육청이 시민 교육을 정식 과목으로 채택했습니다.

[장경훈/경기도 군포 당동초등학교 교사 : 기존 도덕 (과목) 같은 경우는 개인의 인성을 어떻게 바꾸어서, 사회 전체를 변화시키려는 느낌을 갖고 있는데요, 이곳에는 더불어 해결하라고 가르쳐요. 시민 교육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끊임없이 가르치는 겁니다.]

시민 교육을 필수교양 과목으로 지정한 대학교도 생겨났습니다.

[곽봉재/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시민 교육) 교수 : 배려죠! 다른 사람이 어떤 처지에 있는지를 알고 있으면 그 사람에 대한 배려가 가능합니다.]

하지만 입시와 취업이 최우선인 우리 교육 현실에선 아직 갈 길이 멉니다.

[고등학생/경기도 : ((시민 교육 교과서를) 학교에서 배우지는 않았어요.) 절대 배우지를 않았습니다. ((교과서가) 사물함 안에 있었어요, 사물함 안에, 1년 내내.) 종이 낭비에요.]

세계 가치관 조사 결과 우리 청소년들의 더불어 사는 능력은 조사 대상 36개 국 가운데 35위로 꼴찌 수준입니다.

(영상취재 : 김현상·이용한·하 륭, 영상편집 : 최혜영, VJ : 이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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