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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칼럼] 한국 ODA의 현실과 과제 ④

ODA 둘러싸고 볼썽 사나운 다툼까지

[논설위원칼럼] 한국 ODA의 현실과 과제 ④
최근 제가 ODA관련 칼럼을 쓴 직후 감사원의 ODA관련 감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감사 결과를 보면 우리 ODA의 민낯이 그대로 노출돼 있습니다. 충격적인 부분도 나와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감사원의 ‘ODA 추진 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를 중심으로 한국 ODA의 문제점과 과제를 짚어보겠습니다.

한국의 ODA 지원 체계는 크게 보아 세 가지로 나뉩니다. 무상원조와 유상원조, 다자원조 부문이 그것입니다. 이를 일선에서 추진하는 기관은 코이카(한국국제협력단)와 기획재정부 산하의 한국수출입은행입니다. 코이카가 주로 무상원조 쪽을 담당하고 있다면, 수출입은행은 유상원조를 맡고 있습니다. 다자원조 부문에서는 외교부가 유엔 등 국제기구 분담을 총괄하고 있고, 기재부는 국제개발금융기관에 대한 출자 등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각 부처와 지자체에서 무상원조나 국제기구 분담금 지급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코이카는 구체적으로 해외봉사단 파견이나 전문가 파견, 또 연수생 초청이나 개발조사 같은 기술협력 부문과 인프라 건축, 물자 지원, 재난 구호, NGO 지원 사업 같은 프로젝트 및 프로그램 사업을 합니다. 수출입은행은 EDCF(대외경제협력기금)을 이용해 차관 등을 제공하는 방식의 유상원조를 하고 있습니다. 2013년 현재 EDCF 사업비가 6,270억 원, 코이카의 협력사업비가 5,183억 원이 집행됐습니다. 이는 3년 동안 EDCF가 1,054억 원, 코이카 사업비가 955억 원 증가한 액수입니다. 계속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각각 수 천 억 원 대의 사업비를 지출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유형의 문제점이 지적됐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중점 협력국 선정과 지원의 부적정성입니다. 대표적인 예가 남미의 페루에 대한 지원입니다. 페루는 2013년 현재 1인당 GDP가 6,618달러에 이릅니다. OECD 기준으로 상위 중소득국가여서 원조가 불가한 나라입니다. 이런 나라들에 50억 원 대의 무상원조가 들어갔습니다. 또 지원대상국이 지나치게 편중돼 2011년 이후 베트남 등 4개국에 51.4%가 지원된 반면, 최빈국이 다수 포함된 네팔 등 9개국에는 3.9%만 지원됐습니다.

이렇게 제대로 조정이 안 된 사례도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에서 실패는 더 많습니다. 코이카 사업 가운데 '페루 꼬라오 마을 감자 가루 공장 건립 사업'이 한 예입니다. 2010년과 11년 사이에 127만 달러를 들여서 감자 가루 공장을 세우려 했는데, 원료 확보와 수익성이 문제가 되자 급히 안데스 곡물(퀴노아, 키위 차 등)을 가공하는 사업으로 변경을 추진했습니다. 그렇지만 시공업체와 공사계약 만료일 까지 변경 사업 내용을 확정하지 못해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총 건축비 80만 달러 중 66만 달러가 들어간 상태에서 미 완공 상태로 방치돼 있다고 감사원은 꼬집었습니다.
수출입은행
수출입은행이 주관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 주의 '마나도 우회도로 건설사업'도 문제가 지적됐습니다. 사업비 2천만 달러 예상으로 한국 업체가 공사를 땄는데 공사비를 EDCF로 지원했습니다. 그런데 업체 간에 분쟁이 발생했고, 공사가 중단됐습니다. 수출입은행은 아무런 조치가 없었고, 결국 보다 못한 인도네시아 정부가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겠다는 통보를 했습니다. 감사원은 이 때문에 우리나라의 이미지가 훼손됐을 뿐 아니라 EDCF 지원 사업의 추가 발굴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은 2010년 에코스타 프로젝트 사업추진 과정에서 연구 자료가 위조된 사실을 모른 채 사업을 맡겨 시설의 정상적인 운영이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 지원금 16억 9,833만원을 환수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감사원은 관련자 4명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요청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감사원에 적발된 건수가 56건, 사업부터 인사 문제, 경비사용 문제, 안전 문제까지 다양한 문제가 제기됐습니다. 인사나 경비사용 문제 등은 부차적인 문제라고 치부하더라도 사업 자체와 관련된 비리나 부실 문제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부처 간 협조도 심각할 정도의 난맥상을 드러냈습니다.

2012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우리나라가 미얀마에 미얀마 개발연구소(MDI)를 설립해 주기로 정상회담에서 합의했습니다. 그런데 9월 11일 기재부가 협의나 통보 없이 단독으로 미얀마를 방문해 미얀마 국가기획경제개발부와 MDI 설립을 협의합니다. 바로 직후인 9월 17일 이번에는 외교부에서 역시 아무런 협의 없이 미얀마 산업부와 MDI 설립을 협의합니다. 당시 미얀마 정부는 얼마나 황당했겠습니까? 이후에 조정이 됐지만 역시 두 부처 간 협업이 미흡해 아직도 MDI 설립을 위한 마스터플랜 사업도 발주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국제기구에서 망신살이 뻗친 부끄러운 사례도 공개됐습니다. 2012년 12월 11일 프랑스 파리에서 OECD DAC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국제개발협력사업 추진상황에 대한 동료평가(Peer Review) 보고서를 냈습니다. 그런데 회의석상에서 기재부 측이 외교부와 아무런 상의 없이 검토보고서 수정을 요청했습니다. 기재부 참석자의 발언이 끝나자 바로 그 자리에서 외교부 참석자가 정부 내 합의되지 않은 문제임을 직접 언급하면서 각국 대표단 앞에서 말다툼을 벌였습니다. 이 뿐 아니라 회의가 끝난 뒤에도 두 부처 참석자가 합의되지 않은 부처 의견을 의장에게 이메일로 보내거나, 의장 면담을 통해 부처 의견을 제시했다고 감사원은 밝혔습니다.

김인기 논설위원 대
정말 부끄러운 사례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상황이라면 이런 문제들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습니다. 앞서 한국 ODA의 현실과 과제③에서 지적했듯이 이제는 ODA 사업의 통합이 필요합니다. 수원국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고 원조를 주면서도 비웃음을 사는 기가 막힌 꼴을 더 이상 보여서는 안 됩니다. 더구나 ODA의 재원은 국민 세금입니다. 세금을 멋대로 낭비하는 꼴, 더 이상은 용납 안 됩니다. 이번 감사 지적 사항이 과거의 것으로 끝나야 합니다. 또 몇 년 뒤 감사에서 같은 지적 사항이 나온다면 관련 기관들 모두 국민 앞에 석고대죄해야 할 것입니다. 국민 세금 허투루 쓰지 마십시오. ODA 관련 예산은 계속 늘 수밖에 없는 데 이를 집행하는 기관들이 도덕적 해이에 빠진다면 어느 누가 용납하겠습니까?

(첨언) * 앞선 글에서 ODA 와치를 인용해 ODA 관련 기관이 30여개, 800여개 사업이라고 썼는데 감사원 자료로는 60여개 기관, 1,000여개 사업으로 명시돼 있습니다. 국가기관의 공식 자료니까 이 자료로 수정해야 할 것입니다.
* 역시 앞선 글에서 수출입은행 자료를 인용해 2013년 현재 DAC 국가가 23개국이라고 했습니다. 2015년 현재는 EU를 포함해 29개국이 회원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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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설위원칼럼] 한국 ODA의 현실과 과제 ②
▶ [논설위원칼럼] 한국 ODA의 현실과 과제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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