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끓인 찌개에 제초제…딸 평생 고통 속 치료받아야

"그래도 살아야 한다. 제발 치료 좀 잘해달라. 정말 미안하다."

보험금 때문에 맹독성 제초제를 이용해 가족을 잇달아 살해하고 친딸의 생명마저 위태롭게 한 40대 여성이 뒤늦게 후회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와서 용서를 받기엔 그간의 범행이 너무나도 잔혹했습니다.

이혼한 전 남편과 재혼한 남편 그리고 시어머니까지 살해한 혐의를 받는 노 모(44·여)씨는 급기야 친딸까지 범행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지난해 7월 갑자기 몸이 안 좋아 병원을 찾은 노 씨의 딸 김 모(20)씨는 '폐쇄성 폐질환'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폐쇄성 폐질환이란 폐에 비정상적인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호흡곤란과 기침 등의 증세를 동반합니다.

최근까지 입원과 퇴원을 반복했지만, 의료진도 원인을 몰랐습니다.

그 사이 노 씨는 딸의 입원치료비 명목으로 보험금 700만 원을 받았습니다.

생명보험 종신형과 상해형 2건이 가입돼 있었습니다.

경찰은 노 씨가 잇따라 거액의 보험금을 받는 등 범죄 정황을 포착, 지난달 27일 노 씨의 집을 덮쳤습니다.

농약병도 찾아냈습니다. 노 씨가 보험금을 받으려고 국과 찌개 등에 맹독성 제초제를 타 딸에게 먹인 것으로 확인돼 수사관들은 경악했습니다.

노 씨는 제초제를 이용해 전 남편과 재혼한 남편, 시어머니 등 3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했습니다.

경찰이 노 씨의 집을 급습했을 당시 김 씨는 위독한 상태였고 재혼한 남편과의 사이에 태어난 두 살배기 아들은 돌볼 사람이 아무도 없는 위기에 처해 있었습니다.

노 씨는 자신 때문에 아픈 딸과 어린 아들을 내팽개치고 두 남편의 보험금 10억 원을 챙겨 백화점 쇼핑과 스키를 즐기는 등 호화로운 생활을 즐겼습니다.

경찰은 노 씨 검거와 별개로 김 씨와 어린 아들에 대한 보호가 시급하다고 판단, 조치를 서둘렀습니다.

김 씨를 농약중독치료 전문병원으로 옮겨 검사를 받게 하고 입원시켰습니다.

한때 혈중산소포화도가 74%까지 떨어질 정도로 위독했습니다.

70% 이하가 되면 소생하기 어렵다고 알려졌습니다.

다행히 치료를 서둘러 병의 진행은 막고 있습니다.

그러나 맹독성 제초제의 성분이 체내에 들어간 이상 제거될 수 없어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또 경찰은 어린 아들을 맡길 기관을 수소문해 지자체와 연계해 아동보호소로 보냈고 친척들이 들러 돌보고 있습니다.

구속된 노 씨는 얼마 전 입원을 앞둔 딸과 면회했습니다.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죄책감도 없는 듯했던 노 씨는 처음으로 오열하며 무너진 모습을 보였다고 경찰은 전했습니다.

한편, 노 씨에 대한 정신·심리검사가 진행됐습니다.

경찰은 보험금을 노린 치밀한 범행이며, '사이코패스'는 아닌 것으로 보고 공범과 여죄 여부를 캐는 등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