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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난 참 좋더라, 클럽데이!

내가 생각하는 홍대 클럽데이의 매력

[취재파일] 난 참 좋더라, 클럽데이!
홍대의 '클럽데이'가 4년 만에 돌아 왔습니다. 좀 생소하신 분들에게는, 티켓 한 장으로 홍대 일대의 클럽과 작은 공연장들을 돌며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라이브 공연을 마음껏 볼 수 있는 문화행사로 설명할 수 있겠습니다.

2000년대 홍대지역의 히트 상품이던 클럽데이는 클럽 운영자들 간의 의견 차이로 2011년을 끝으로 사라졌다가 이번에 다시 의기투합을 한 라이브클럽과 공연장 업주들에 의해 다시 시작하는 첫 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지난 주말에 열린 첫 클럽데이 행사의 경우 참여한 라이브클럽과 소규모 공연장은 모두 10곳, 참여 뮤지션은 33개 팀이었는데, 티켓 가격은 2만 원이었으니까 소위 말하는 인디밴드나 인디뮤지션들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는 상당히 괜찮은 공연 관람의 기회였다고 생각됩니다.

1500장의 예매티켓 중, 100장 한정으로 판매된 블라인드 티켓은 판매시작과 동시에 1분 만에 매진됐고, 200장 한정의 얼리버드 티켓은 3분 만에, 일반 예매분 1200장 역시 2시간 40분 만에 모두 매진되면서 오랜만에 돌아온 클럽데이에 대한 일반의 높은 관심과 기대감을 반영했습니다.
클럽데이 연합

저도 지난달 마지막 금요일인 27일 밤에 취재를 위해 오랜만에 홍대를 찾았습니다. 취재팀은 8시 국카스텐 공연을 시작으로 장소를 이동하며 9시대에 크랜필드, 민트그레이, 10시대에 옐로우몬스터즈와 안녕바다, 11시가 넘어서는 짐&프렌즈의 공연 모습을 차례로 카메라에 담았습니다. 밴드마다 음악색깔도 다르지만 클럽마다의 분위기도 달라 현장 취재를 하는 입장에서는 쉴새 없이 이곳저곳을 돌아다녀야 했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관객들은 많이 들떠 있었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라이브로 즐기는 흥분 때문이었습니다. 주로 귀에 이어폰을 꽂고 컴퓨터나 휴대폰이 재생하는 음악을 듣는 일상 속에서 때때로 접하는 라이브 공연은 음악을 즐기는 전혀 다른 방법입니다. 굳이 뮤지션이나 다른 관객들과 한 공간에서 소통하는 즐거움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음악을 귀로만 듣는 게 아니라 몸으로 느낄 수 있다는 데 많은 음악 팬들이 즐거워했습니다.

개인적으로 날씨 좋은 날 야외에서 진행하는 페스티벌 형식의 음악공연 행사를 좋아하는데, 클럽데이 공연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습니다. 공연이 이뤄지는 무대는 대부분 좁고 답답한 지하공간이지만, 앉을 곳이 없어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저하를 실감하게 되지만, 그래도 작은 공간 작은 무대 특유의 친밀함이 굉장히 큰 장점입니다. 뮤지션의 목소리와 악기 소리가 가깝게 와서 귀에 꽂히는 매력이 상당합니다. 좋아하는 뮤지션을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건 물론이고요.

매력적인 다양한 음악 페스티벌이 있지만 가격도 비싸고 개최 시기도 제한돼 있다는 게 단점이었는데, 도심 한복판에서 매달 마지막 주 금요일 정기적으로 열리는 페스티벌 형식의 공연은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충분히 추천할 만한 행사였습니다.

아이돌과 걸그룹 중심의 음악시장에 갈증을 느끼는 사람이 많습니다. 대형기획사들이 공장에서 찍어내듯 만들어내는 음악에 정 붙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중독성 있는 후렴구도 좋지만 음악에서 그 이상을 찾는 이들에게는 홍대에서 시작하는 개성 강한 젊은 뮤지션들의 음악을 듣고 공연을 직접 보는 기회가 소중할 수밖에 없습니다. 음악시장 측면에서 볼 때도 그들은 우리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떠받치는 든든한 힘이자 젊은 감수성을 대변하는 목소리이기도 합니다.
클럽데이 연합

클럽데이에 대한 소개를 겸한 후기를 마치며 한마디 부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충분히 매력적인 공연이기에 취재를 마치고 돌아온 직후 현장의 열기와 함께 클럽데이에 대해 방송에서 소개를 했습니다. 그런데 말이죠, 기사에 달린 리플 중에 ‘금요일 밤 홍대주변 숙박업소가 가득 찬다’느니 ‘부비부비’ ‘원나잇’이 떠오른다느니 하는 글도 있어 깜짝 놀랐습니다. 기사의 내용을 제대로 보지 않고 제목만 본 채 다른 종류의 클럽을 떠올리신 분들이 꽤 있었나 봅니다.

그런 분들은 그러나 그런 기대를 가지고 클럽데이에 간다면 분명 실망하실 겁니다. 그곳에 온 이들은 이성이 아니라 무대 위 뮤지션들에게 홀딱 반할 준비를 하고 온 사람들이니까요.

거듭 말하지만 4년 만에 돌아온 클럽데이는 과거와 달리 댄스클럽은 전혀 포함되지 않은 채 라이브클럽과 소규모 공연장이 주축이 돼 기획한 음악 축제의 공간입니다. 이벤트로서 성공적인 데뷔를 한 클럽데이가 홍대의 개성을 지키는, 지속가능한 문화상품으로 계속 유지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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