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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교복 없는 신학기…학부모는 '분통'

"교육법에 교복 입으란 규정 없다" 교육부는 태연

[취재파일] 교복 없는 신학기…학부모는 '분통'
 입학철입니다. 올해는 교복 때문에 이것, 저것 들리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학교 주관구매제'라는 제도가 처음 시행되면서 교복 구매를 둘러싸고 예년과는 다른 현상들이 빚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학교 주관구매제’란 학교가 업체를 선정해 교복을 구매하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

  올해 자녀를 중고등학교에 보내시면서 교복을 구매한 부모님들께 묻고 싶습니다. 어떠셨습니까? 제도 시행 첫해, 만족하십니까?

● “입학식때까진 교복 못 드려요”…“사복 입힐 수 없어 이중 구매“

 어제(2일) 중고등학교 입학식에 다녀왔습니다. 교복 때문에 골치가 아프다는 한 부모님의 연락을 받고서였습니다. A학생의 사례입니다. ‘학교 주관구매제’에 따라서 학교를 통해 교복을 사기로 했는데, 정작 입학식 당일에도 교복을 받지 못했습니다. 교복을 보내주겠다던 업체는 지난 토요일, 입학식 이틀 전에 통보를 해왔습니다. 도저히 입학식까지 교복을 보내 줄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사복을 입고 가도 되는 것인지, 학교에 문의하려 했지만, 연락이 잘 닿지 않았고 A 학생 부모님은 부랴부랴 인근 매장을 찾아가 교복을 구매했습니다. 남아있는 교복은 1년이 지난 재고품이었고, 사이즈 역시 맞지 않았지만 아쉬운 대로 결제를 했습니다. A 양은 이 교복을 입고 새학기, 첫 등교를 했습니다.

 교복 업체에 어떤 상황인지 문의했습니다. A양이 다니는 학교의 경우, 입학식까지 주문량의 50%정도만 소화했다면서 죄송할 따름이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입찰 과정이 지연되면서, 생산 일정을 보장받지 못했고, A양이 다니는 학교 외에도 수십개의 학교 교복을 함께 제작하다보니 지연이 불가피했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입학식 취재 후 학교 주변 교복 매장들을 둘러봤습니다. A양의 부모처럼 지난 주말동안 급히 교복을 구할 수 있냐는 학부모들의 방문이 이어졌다고 합니다. 기자가 해당 학교 이름을 언급하자, 매장 직원은 OO중학교, XX고등학교 등 학교 이름을 줄줄이 나열하며 그곳만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답했습니다.

 “보통 입학 전주에는 잘못된 제품 교환, 환불 정도만 하는데 올해는 아니었어요. 아직 교복을 못 받았다면서 구할 수 있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속 오셨어요.”

● 일선 학교 '입학식 사복 등교 허용' 안내…"그래도 속상해"
교복 캡쳐_640
 업체마다 교복 주문량을 다 소화하지 못한 탓에, 학교에서도 나름의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교복이 제작되기 전까지는 사복을 입고 등교해도 된다면서 문자를 돌리거나,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하기도 합니다.

“교복 주관구매를 시행하는 첫 해이다보니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발생하고 있는 점 이해 부탁합니다. 현재 교복 생산 일정이 빠듯하여 교복이 모두 학생들에게 전달되지 못하여...(중략)..교복이 준비되지 못할 경우 사복으로 입학식에 참여하는 것을 허용하고자 합니다.”

                                                              - 'ㅁㅁ 고등학교' 공지 문자 -

 한 어머니는 그래도 속상한 것은 어쩔 수 없다면서 업체 쪽과 끝내 얼굴을 붉혔다고 했습니다. 학교에서 양해는 해주겠다고 했지만, 2-3학년과 1학년 대부분이 교복을 입고 등교하는 상황이니, 당연한 그럴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교육부의 진단이 궁금했습니다. 학부모들은 불안감에 교복을 이중으로 구매하고 있는데도, 교육부는 지금 상황이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입장입니다. 학생들의 구매 수요가 확정되는 시점(학생들이 학교를 배정받고 주관구매제 참여 의사까지 확실하게 밝힌 시점)은 2월 초, 중순쯤 됩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40일까지 납품 기한을 연장해 줬고, 업체들은 그에 맞춰서 교복을 납품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입학식 후 일주일, 혹은 열흘 정도 뒤에 교복을 받으면 되고, 그 전까지는 사복을 입고 다니라는 얘기인 셈이죠. 교육부 관계자는 교복 착용 시기와 착용여부까지도 학교가 결정하면 된다고 답하면서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교복을 입어라 마라 규정이 없습니다. 교육법상에.”

● 교복 업체 "5~6개월 생산량을 한달에…차질 불가피"

 업체들은 업체들대로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학교 측 안내에도 불구하고, 학부모들의 항의가 빗발치는 건 어쩔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국학생복사업자 협의회 김동석 회장 역시, 올해의 사태를 ‘생산 차질’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중소 교복업체 대표이기도 한 김 회장이 꼽은 ‘입학 대란’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학교마다 업체를 선정하는 입찰 시기 자체가 지연되면서, 원단을 준비하는 것부터 늦어졌다는 것입니다. (보통 5~6개월에 걸쳐 제작하던 교복을 올해는 2월 이후, 즉 한 달동안 몰아서 제작했다고 합니다.) 두 번째는 대형 업체들이 제도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제도를 무력화하는 시도를 하면서 구매자가 대폭 줄었고 이 때문에 수요를 정확히 예측하지 못해 계획적으로 생산을 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 경쟁 입찰로 교복 값 떨어졌는데…구매율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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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부모 이해·협조' 필요하다는데…

 그렇다면, 내년부터는 이런 혼란이 없어질까요. 교육부 답변에 따르면, 이런 혼란이 되풀이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학교 측이 교복업체를 일찍 선정하더라도 학사 일정상, 주문량을 확정할 수 있는 시기가 2월 초중순이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교육부는 제도 정착을 위해서는 학부모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교복에 낀 거품을 빼자며 도입한 학교 주관구매제도 첫해. 취지는 공감합니다. 당장 이 제도가 사라진다면, 교복 값은 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지금껏 짚어본 일련의 상황이 전혀 문제가 아니라고 교육부가 답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학부모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요.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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