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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정세현 "과거사? 오바마는 립서비스, 셔먼이 본심"

대담 :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

▷ 한수진/사회자:

한중일 과거사 논쟁에 대해서 웬디 셔먼 미 국무부 정무차관의 발언이 파장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셔먼 차관은 '이해는 되지만 실망스럽다, 일본도 잘못이지만 한국과 중국도 지나치다'는 식의 '양비론'을 폈죠. 사실상 일본 거들기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미 국무부가 뒤늦게 미국의 과거사 관련 정책은 바뀐 게 아니라며 해명을 내놨습니다. 과연 그럴까요? 정세현 전 통일부장관 전화 연결해서 말씀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장관님, 나와 계십니까?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셔먼 차관의 발언, 어떻게 들으셨어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하, 참 기가 막힌 일이죠. 우리나라 외교의 위상을 지금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라고 저는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외교의 위상을 드러냈다?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얼마나 미국에 얕잡아 보인다고 그럴까, 우습게 보였으면 그런 식의 발언을 합니까? "민족주의 감정을 이용해서 누구를 공격하면 값싼 박수는 받을 수 있다?" 대통령 후보가 그런 얘기해요? 물론 외교부 장관은 그런 얘기를 잘 안 하는 스타일이고. "대통령이나 정치 지도자들이 그런 발언을 하면 값싼 박수는 받을 수 있을 거다" 하는 얘기가, 이게 남의 나라 국가원수나 정치지도자를 얼마나 우습게 봤으면 그런 표현을 쓰겠습니까? 

▷ 한수진/사회자:

미국이 "특정국가나 지도자를 겨냥한 건 아니다" 이렇게 해명은 했더라고요. 그런데 이거 아니라는 말씀이세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중국과 한국이 일본의 과거사 문제를 가지고 이렇게 물고 늘어지는 것은 좋지 않다는 뜻인데, 그게 특정 국가를 지정한 것이 아니라면 누구 어디 저 태평양에 있는 무슨 섬의 국가를 상대로 했단 얘깁니까? 말이 안 되는 거죠. 이게 복잡해지니까 변명을 하고 도망가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대놓고 일본의 편을 들어준 거다. 이렇게 볼 수밖에 없는 거죠?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일본의 편을 들어주는 거죠. 일본의 편을 들어주는 이유를 제가 잠깐 말씀드리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그 배경을 어떻게 보세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일부에서는 TPP 협상을 앞두고 일본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서 이런 과거사 문제와 관련된 편들기를 한다, 이런 해석도 있습니다. 근데 저는 그보다 더 큰 시각에서 이걸 좀 볼 필요가 있다 생각을 합니다. 지금 중국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미국의 동북아 지역, 서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국가이익에 도전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이걸 막기 위해서는 미국이 한국, 일본을 미국의 편에 끌어들여서 이른바 반중 통일전선을 결성해야 되는데, 중국·한국이 과거사 문제로 일본과 대화도 안 하려고 그러니까 미국으로서는 차질이 생기는 겁니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셔먼이 이렇게 작심을 하고, 민족주의 감정을 이용해서 대외 정치적인 지지받으려고 하지 마라, 이런 식으로 치고 나왔다고 봅니다.

그러니까 그동안에 우리가 전작권도 지금 미국한테 맡겨놨고, 특히 이명박 정부 때도 해결을 못했던 한·미·일 군사정보 공유협정을 약정이라는 약식 조약 형식으로 해가지고 들어가지 않았어요? 이것을 완성하는 게 지금 미국의 관심사인데. 과거사 문제 때문에 지금 턱을 넘지를 못하고 있으니까 이 문제를 좀 짚고 넘어가자. 아베의 방미를 앞두고 이 문제를 좀 더 확실하게 정리를 해서 TPP에서 일본의 양보도 얻어내고, 그리고 한·미·일 반중통일전선을 확실하게 구축하자, 이 계산으로 이런 발언을 했다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두 가지가 다 포함이 된 거다, 하는 말씀이시네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TPP와 관련한 일본의 양보라는 건 무슨 말씀이신가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농산물 부문에서 일본의 양보를 얻어내면 미국이 정상화되지 않습니까?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TPP라는 게 아시아, 미주 12개 나라 자유무역협정을 말하는 건데.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렇죠. 트랜스-퍼시픽 파트너십(Trans-Pacific Partnership)인가 그렇게 돼 있을 겁니다. 근데 일본과의 자유무역협정 내용에서 농산물시장 개방 문제가 지금 아마 이슈로 걸려 있는 것 같아요. 미국 농산물을 일본에 팔겠다 이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그런 경제적인 문제도 걸려있고.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경제적인 문제도 있지만 군사·외교적인 문제가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더 중요한 건 군사·외교적인 문제라는 말씀이시군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과거사 문제에 있어서 한국이 얼마나 민감한지 미국이 모르진 않을 텐데 말이죠?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모르지 않죠. 그리고 또 중국의 경우도 심각한데, 근데 이제 중국은 어차피 안 되는 거지만 우리보고 빠지라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우리만 겨냥한 건가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중국이 빠지겠어요? 일본이 일종의 미국 대리인 비슷하게 중국을 압박해 들어오는 걸 뻔히 아는데, 그래서 더 과거사 문제를 가지고 일본의 힘빼기를 하지요. 근데 우리보고 빠지라는 겁니다. 근데 중국은 빠지리라고 생각은 안 하고 있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지난해 4월만 해도, 오바마 대통령이 방한해서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 아주 강도 높게 비판을 하지 않았습니까?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건, 립서비스라고 저는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본심은 여기에 있다는 말씀이세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본심은 셔먼이 얘기를 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립서비스 하고, 뭐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외교죠.

▷ 한수진/사회자:

미국이 "과거사 정책에 대해서 전혀 바뀐 게 없다"라고 했다는 건데.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게 우리나라 정부가 잘못한 거예요. 외교부 차관이 국회에 나가서 답변하는 데 "바뀐 게 없다" 그러면서 결국 미국에 면죄부를 주고 말았는데. 아마 미국이 해명을 했어도 하나마나한 소리를 했을 겁니다. "누굴 특정해서 지정해서 비판을 한 거 아니다"는 식으로 사과인지 해명인지 변명인지 그렇게 했다고 그러는데. 본심은 결국 과거사 문제를 가지고 일본과 각을 세우지 말고 한일 간에 정상회담을 하든지, 아니면 한일 간에 협조를 강화해서 한 ? 미 ? 일 반중통일전선을 본격적으로 지금 구축하고 그걸 추진해나가자, 그런 계획 하에서 이루어진 일이라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셔먼 차관의 발언은 "개인적인 발언이다, 미국 정부의 공식적인 입장은 아니다" 이렇게도 지금 이야기하고 있지 않습니까?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아니 지금 재임 중에 있는 사람이 어떻게 개인적인 발언을 합니까? 

▷ 한수진/사회자:

준비된 연설이라고 봐야 된다는 말씀이시군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렇죠. 아니 저도 공직에서 일을 해봤습니다만, 공직에 있는 사람은 퇴근 후에 자다가 일어나서도 하는 얘기도 우선 문제가 되면, 그건 개인적인 발언이 아니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보니까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참 조용하게, 이런 주장을 꾸준하고 정말 집요하게 펴온 것 아니겠습니까? 한일관계 악화는 한국이 과거사에 집착한 탓이다, 이게 지금 서서히 먹히고 있는 것 같네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일본이 그런 점에서는 미국을 자기편으로 잘 만들었다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이번 사안에서 우리 정부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 될까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단호하게 얘기를 해야죠. 외교부 차관이 국회에 나가서 답변한 것 같은 그런 식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과거사 문제는 일본이 확실하게 정리를 하고 넘어가야 된다, 다시 말해서 독일 정부가 나치 2차대전 이후에, 나치가 했던 것에 대해서 지금 독일정부가 했던 것 같은 식의, 확실하게 사과하고, 그 다음에 보상을 할 거 있으면 보상하고 하는 식으로 넘어가야지, 미국이 이런 식으로 편들면 안 된다는 얘기를 우리 정부가 해야 된다고 봐요.

▷ 한수진/사회자:

미국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 하는 말씀이시군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렇죠. 미국 정부뿐 아니라 일본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얘기를 해야죠. 그런 점에서는 중국과 손잡을 필요가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데 지금 우리 정부는 그런 목소리를 제대로 못 내고 있는 거죠?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못 내고 있죠. 우리 외교의 한계예요. 

▷ 한수진/사회자:

어쩔 수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니면 분명히 잘못하고 있다는 말씀이세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잘못하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잘못하고 있다?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미국에 대해서, 미국에 대해서 감히 말을 못하고 있다, 하는 얘기예요. 미국은 동맹이에요. 그리고 가장 가까운 우방입니다. 그러나 동맹이고 가장 가까운 우방이라도, 그들이 우리에 대해서 결례를 하고, 또 인격을 모독하는 그런 행동을 하면 따져야 될 거 아닙니까?

▷ 한수진/사회자:

제대로 좀 따질 것은 따져야 된다는 말씀이시고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렇죠. 아니 그렇다고 해서 동맹을 깨자, 그 다음에 우방관계를 깨자는 얘기가 아닙니다. 아무리 친한 친구라도 예의를 지켜야 될 거 아니에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위안부 문제도 그렇고 하여튼 미국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한일이 아주 치열한 외교전을 펼쳤는데, 어쨌든 우리가 지금 뭔가 잘 안 되고 있네요. 이런 점도 좀 분명한 반성이 좀 필요하겠죠?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인 '사드' 배치 도입을 둘러싸고 지금 한미 간에 계속 엇박자 나고 있지 않습니까? 이 문제 어떻게 풀어야 될까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그것도 분명히 얘기해야 돼요. '사드'라는 것이 고고도이기 때문에 미사일을 쏘면 거리가 굉장히 멀리 나갑니다. 특히 사드의 일부분인 레이더 장치, 'X 밴더'라는 것은 감지거리가 1800km, 2000km 까지 나가요. 북한 핑계 대고 지금 놓겠다는 건데, 북한은 700-800km 이내에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중국이 여기에 대해서 반발하는 거죠. 그러니까 지금 사드 문제 잘못 처리하면, 미국한테 끌려가가지고 사드 문제 잘못 처리해서 사드가 결국 우리 군산이나 오산에 배치가 되고 나면, 아마 중국은 사드가 자기네를 겨냥한 거라고 보기 때문에 거기에 대한 보복 내지는 대응 차원에서, 경제적으로 우리한테 불이익을 주리라고 저는 봅니다.

우리는 지금, 우리 경제는 중국 때문에 버티고 있잖아요? 중국에서 흑자 거둬가지고 이렇게 우리가 G13위까지 올라왔습니다. 지금 13번째 부자국가 되지 않았어요? 그게 다 뭐 간단히 말하면 중국 덕인데, 중국이 그거 가지고 우리한테 보복을 하거나 애로를 형성하면 우리 국내 생활이 얼마나 어려워지겠습니까. 이게 잘 해야 돼요, 진짜. 그런 점에서 이것도 '우리는 사드 필요 없다.' 이미 이명박 정부 때 얘기했듯이 '한반도형 MD면 충분하다, 북한의 미사일을 방어하는 수준이면 충분하다' 이렇게, 고고도 필요 없다고 분명히 해야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한 가지만 더 여쭙겠습니다. 사실 뭐 연초에 남북 정상회담 이야기를 비롯해서 여러 좋은 전망들이 많이 나왔는데. 지금 뭐 '경색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 비공개 회담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런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에요. 대북 관계 관련해서 장관님 한 말씀 주신다면, 어떤 조언을 좀 주시겠어요? 

▶ 정세현/전 통일부 장관

비공개 접촉을 일체 안 하겠다, 비밀 협상은 없다, 비선은 없다, 하는 게 잘못됐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남북 간에 이렇게 첨예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물밑접촉이나 비밀 비공개협상이 정말 필요해요. 국가 간에도 전쟁 중에도 비공개협정을 통해서 휴전을 할 것이냐, 아니면 좀 더 공격의 수위를 낮출 것이냐 하는 걸 타협을 해가면서 전쟁을 하지 않습니까? 

너무 이렇게 원칙주의에 흘러가지고 비밀협상도 안 하고 있다, 그 다음에 비선은 필요 없다, 이렇게 되면 그야말로 어떤 소위 '치킨게임'밖에 안 됩니다. 마주보고 달려오는 기차들끼리 부딪칠 수밖에 더 있어요? 중간에 의견 조정하는 사람이 있어야 돼요. 최소한도 남북 간에 비밀 접촉을 하려면 북한에도 얘기가 통하고 남한에도, 우리 한국에도 얘기가 통하는 제3국을 통해서라도 북한의 입장을 좀 더 완화시키고, 또 우리의 입장을, 진정성을, 우리의 진의를 전달하는 역할이라도 부탁을 해야 되는데, 너무 일종의 결벽성을 가지고 남북관계를 풀려고 하는 것 같아서 좀 답답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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