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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나는 왜 사소한 일에(만) 분노할까? '욱'하다 '억'하지 않으려면…

[취재파일] 나는 왜 사소한 일에(만) 분노할까? '욱'하다 '억'하지 않으려면…
하루에도 열두 번씩 짜증을 낸다. 때론 분노한다. 늘 벌어지는 일이지만 내 차 앞에 끼어드는 차가 있으면 확 들이받아버리고도 싶다. 뭔가를 던져 부숴버리고 싶을 때도 많다. 대개는 상상에 그치는 일이다. 그런데 누군가, 무언가가 이를 더욱 자극한다면 순간적으로 나도 뭔가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되지 않을까?

지난주, 세종시에서, 경기도 화성시에서 남에게 자신에게 총을 쏴 여러 명이 사망했다. 총기 소지가 허용된 미국 등과는 달리, 한국에선 총기 규제가 엄격하다고 대부분 믿고 있었기에 충격이 더 컸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은 총기 규제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었다. 위치 추적 장치를 부착하고 개인이 갖고 있던 작은 총기도 경찰서에 맡기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물론 총기로 인한 범죄를 막는 데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총기 관리만이 문제였다면 앞으로 이런 식의 사건은 거의 없거나 크게 줄어들 수 있다.

자기 몸을 스스로 태우는 분신, 극단적인 형태이나 일종의 시위다. 자기 목숨을 걸고 무언가를 알리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 준수를 요구하며 자신을 불살랐던 전태일 열사부터, 분신은 대개 정치적, 사회적 이슈를 강력하게 제기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타'적인 분신이 많았다. 그런데 요즘은 좀 다르다. 올해 들어 (대략 기사를 찾아본 것만으로도) 분신을 시도했다가 사망한 사람만 6명이나 된다. 결혼해달라고 했는데 거절당하자 분신, 헤어진 애인에게 다시 만나자 했는데 역시 거절당하자 분신, 점포 인수가 무산될 지경이 되자 계약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다가 거절당하니 분신, 이런 식의 분신이다.
그래픽_남여부부폭행

총기를 이용한 살인과 분신, 형태는 다르지만 순간적인 충동으로 극단적인 행동까지 이어졌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시도했던 사람들이 죄다 사망했기에 단정할 순 없으나 전문가들은, 사망자들에게 자기 의지를 벗어난 충동적, 파괴적인 행동으로 이어지는 것이기에 '충동 장애'(혹은 충동조절 장애)가 있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분노조절장애는 여기에 속한다고 보면 될 것 같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이 충동 장애를 포함해 인격 장애, 행동 장애로 진료받은 환자 자료를 뽑아봤다.(인격 장애는 지나치게 의심이 많거나 욱하는 공격성을 보이는 식, 행동장애는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충동적, 극단적인 행동을 보이는 특징을 갖고 있다. 여기 포함되는 게 많기 때문에 대략 이렇다는 얘기다.) 2010년부터 2014년까지 5년간 자료를 보면 매년 1만 3천~4천 명 정도로 진료받은 환자 수는 크게 달라지진 않았다. 눈에 띄는 특징은 10대에서 30대까지 젊은 환자들 비중이 계속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4년에는 합쳐서 63.7%나 된다.

이들 전부가 충동장애가 있는 건 아니다. 또 이렇게 늘어난 데는 분명 정신과 진료의 벽이 낮아지거나 활성화된 측면도 있을 것이다.(좀더 이전엔 정신과 진료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주홍글씨처럼 여겨지는 경향이 있었다.) 허나 이번 통계는 어디까지나 건강보험으로 진료받은 환자만 집계됐기에 잠재적인 질환자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젊은 층에서 충동장애 있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고 해도 무리한 추정은 아닌 듯하다.

이런 인격, 행동 장애의 원인은 뭔지 명확히 밝혀지진 않았다. 다만 스트레스 관리, 분노 관리가 필요하다는 건 확실하다. 이번 취재에서 만나 좋은 말씀 들었던 조숙행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의 조언을 여기 옮긴다. 조 교수의 핵심 메시지는 "사소한 일에 땀을 흘리지 않는다"이다.

나는, 우리는 사소한 일에만 분노하고 있는 건 아닐까. 크게 분노할 일도 돌아보면 적지 않을 텐데.
 

"분노라는 게 아주 본능적인 카타르시스 라고만 해석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건 아니고 2차적인 습관, 2차적으로 생기는 것으로 2차적인 카타르시스입니다. 또 '화'라는 걸 억제만 하면 병이 생깁니다. 화는 습관성, 중독성이 있다 라는 것을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사소한 일에 땀을 흘리지 않는다' 이게 기본 원칙입니다. 화를 내는 문제라는 것도 사실 다시 보면 사소한 일인 경우가 많잖아요. '분노의 일기'를 써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화를 냈을 때 과연 이게 화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 관심을 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가. 한번 자기 대화를 해보는 거예요. 내가 화를 내는 게 정당한가 이렇게도 한번 생각해보고. 적당히, 적절하게 표현했는가도 생각해보고. 우리가 다시 한 번 심호흡을 하면서 생각해보는 거죠. 화에 대한 management, 그래서 우리가 화를 내 (자기 감정이나 체력 등을) 소모하는 게 과연 나한테 도움이 되는지, 또 이렇게 화를 내면서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 이익이 되는지, 이렇게 자신과 건설적인 대화를 해봐야 된다는 거죠."

"분노로 인한 폭발적인 행동, 파괴적인 행동이란 게 부정적인 사고, 비합리적인 사고, 상당히 즉각적인 사고 이런 것이기 때문에 이걸 좀더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사고로 바꾸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이 살아가면서 화를 내는 건 너무 정상적인 반응이죠. 근데 이게 지나치거나 파괴적이거나 자주 있거나 이러면 문제가 되니까요. 화가 너무 폭발적이게 되면 결과는 아주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거니까요. 그런 게 즉각적인 대처죠. 스트레스 관리를 잘해야 합니다. 인간이 살아가기 위해서, 아주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스트레스 관리를 잘 해야 합니다. 스트레스 관리 중 하나가 분노의 관리입니다."

"CALM 모델이라는 게 있습니다. C는 Change, 변화를 해야 한다, 너무 변하지 않아서 갈등이 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변할 수 있고 변해야 한다는 것. A는 Accept 받아들여라, 받아들여야지, 너무 저항하다가 갈등이 오고 분노가 오고 감정이 폭발한단 말이죠. L은 Let go, 놓아버려라, 어떤 생각이나 어떤 일에 매달리면 이게 또 스트레스가 되거든요. 마지막 M은 Managable lifestyle, 자기생활, 스타일을 관리해라, 쉽게 말해서 잘 자고, 잘 먹고, 담배 피우지 말고, 술 적당히 먹고, 적절하게 운동하고, 이런 게 스트레스 관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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