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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할 말 없는' 사람들…자니윤을 찾아서

[취재파일] '할 말 없는' 사람들…자니윤을 찾아서
현재 한국관광공사의 감사에 재직 중인 윤종승 씨, 올해 우리 나이로 80세인 윤 씨는 국민들에게는 방송인 자니윤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윤 씨는 지난 18대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재외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아 활동한 뒤 8개월쯤 지난 2014년 8월 숱한 논란 끝에 한국관광공사 감사로 임명됐다. 이미 윤 씨는 이미 사장 내정설이나 고문설 등 관광공사를 둘러싼 여러 '설'(說)의 주인공으로 등장한 바 있는 터였다. 이런 윤 씨는 SBS탐사보도팀이 지난해 가을부터 추진하고 있던 '박근혜 정부 2년, 공공기관 낙하산 보고서'의 취재대상으로서 어떤 누구보다 만나야 할 대상이었다.

● 만날 수 없는 감사님

임명 6개월이 지난달, 한국관광공사를 찾았다.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에 따라 관광공사는 강원도 원주 혁신도시로 이주가 결정됐고 얼추 마무리된 상황이었다. 원주 혁신도시가 세종시 비슷하게 새로 만들어지는 곳만큼 현재 관광공사 이외에 완공된 건물은 석탄공사 등 2, 3곳 정도일 뿐 주변시설은 거의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취재파일

관광공사에서는 윤 씨가 출근은 정상적으로 하고 있으나 관련 인터뷰는 하지 않겠다고 전했다. 자신의 의사와 관련 없이 왜곡돼 나갈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렇게 나갈 정도로 특정 언론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지..) 옥신각신 끝에 더 이상 회사에서 윤 씨를 만날 수 있을 가능성은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이미 취재진의 얼굴은 다 알려진 상황에서 현관에서 윤 씨의 퇴근길을 기다린다고 해도 차를 지하로 빼면 취재진을 간단하게 따돌릴 수 있을 것이다. 공사에서 취재진에게 윤 씨의 관용차량 번호를 알려줄 리는 만무했다.

● 추적 끝에 만났지만…

지난한 기다림이 며칠이 이어졌다. 관광공사가 원주로 이주하면서 사장과 감사에게는 시내 아파트에 관사가 제공됐다는 정보가 들어왔다. 수소문 끝에 주소를 알 수 있었다. 회사에서는 만날 수 없다면 출근길에 집 앞에서 만날 수 밖에 없었다. 새벽 6시 반, 관사에 도착해 기다렸지만 허사였다. 윤 씨는 관사에 살지 않는 듯 했다.
 
취재진으로서도 방송일이 다가오는 있어 매일 원주로 출근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보니 마지막으로 점심시간까지 기다려 보고, 만나지 못하면 전화로 인터뷰 시도를 해보자고 했다. 그러다 운좋게 부인, 지인들과 식사를 하러 나가는 윤 씨를 포착했고 우여곡절 끝에 만났지만 윤 씨는 "할 말이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취재파일

● 그들은 왜 할 말이 없는가

임명 때부터 적지 않은 논란을 낳았던 낙하산 인사들을 만났을 때 취재진에게 가장 많이 한 대답은 (아예 답을 안한 경우를 제외하면) "할 말이 없다"는 것이었다. 취재진이 어떤 질문을 해도 말이다. 잘 만나주지도 않으면서 어렵게 만나 들은 말이라는 게 기껏 할 말이 없다라니 취재진도 허무할 따름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임명 과정을 보면, 국회에 출석해서는 자신에 대해 맡은 직책에서 요구되는 전문성과 식견 모두 갖추고 있다면서 정작 자기소개서에는 직무 관련성에 대한 설명은 없고 현 정권과의 친분과시만을 서술했었다. 그렇다 보니 언론을 만나는 것이 두려울 수밖에 없고 기껏 할 수 있는 답은 "할 말 없다" 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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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솔직하게 "나 낙하산 맞다.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도 맞고 정권과의 친분이 작용한 부분도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말 듣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 보려고 한다. 이것도 공부하고 있고 저것도 공부하고 있다. 나중에 조직에 누가 된다거나 한다면 과감히 그만둘 생각도 하고 있다. 그러니 조금만 더 지켜보고 판단해달라" 라는 인물이 인터뷰이 가운데 1명이라도 있었다면 이번 취재의 허무함은 조금이라도 덜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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