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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버려진 아기…3개월 후엔 어디로?

[취재파일] 버려진 아기…3개월 후엔 어디로?
지난 설 연휴 기간, 구순구개열(선천성 안면 기형)을 앓고 있는 버려진 아기 ‘미상남애’를 위해 지역사회가 나서 첫 번째 수술을 시켜줬다는 소식을 SBS 8뉴스를 통해 전해드렸습니다 .(▶[2월 20일 8뉴스] 버려진 아기 거둬 수술까지…새 삶 준 이웃들) 보도 이후 아기를 돕기 위해 성금을 전하겠다는 의견을 주신 감사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정작 ‘미상남애’는 한동안 갈 곳을 찾지 못해 주변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습니다.

원래 돌아가려고 했던 어린이병원에서는 수술을 받아 상태가 호전됐으니, 더 시급하게 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을 대신 받겠다고 했습니다. 수술 받기 전의 ‘미상남애’는 입술과 입천장이 양쪽으로 갈라진 가장 심한 정도의 구순구개열이라, 특수한 젖병을 이용하는데도 젖을 제대로 빨지 못해 발육이 좋지 않았습니다. 태어난 지 6개월이 되면 보통 8kg 정도가 돼야 하는데, 이 아기는 수술을 위해 한양대 구리병원에 갔을 때 5.5kg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신생아 때부터 어린이병원에서 보호를 받아왔던 겁니다.

병원에서 입원을 거부하자 남양주 아동보호전문기관은 급하게 경기도 내 여러 시설을 알아봤습니다. 경기도 내 한 시설은 ‘미상남애’가 발견된 장소(경기도 남양주시)가 해당 시설을 운영하는 지자체와 관련 없는 곳이니 받을 수가 없다고 했습니다. 몇몇 시설은 자리가 없어서, 또 어떤 시설은 구순구개열이 장애가 아닌데도 장애 때문에 돌볼 수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습니다. 아동보호전문기관과 한양대 구리병원 사회복지사들이 연휴도 반납한 채, 경기도청과 여러 기관에 사정한 끝에 아기는 지난 화요일 한 시설에 겨우 입소했습니다. ‘미상남애’가 머물 수 있는 기한은 일단 3개월입니다.

보건복지부의 [요보호아동현황보고] 통계 자료를 보면, 2013년에 발생한 기아(棄兒·버려진 아이)는 모두 285명입니다. 2010년부터 버려진 아이의 수가 조금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2013년에 버려진 아이가 전년 대비 21% 증가한 것은 2012년에 시행된 입양특례법의 여파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입양하는 사람이 아이를 제대로 기를 수 있는지 심사해 입양아동의 인권을 보호하고, 또 추후에 입양아들이 부모를 찾기 쉽게 하자는 것이 입양특례법의 주된 목적이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 출생 신고를 의무화하고 입양 절차를 까다롭게 하자, 미혼모들이 아기를 포기한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에서 미혼모를 바라보는 시선을 생각한다면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부모가 포기한 아이의 삶은 다른 아이들보다 얼마나 더 팍팍할까요.

물론 ‘미상남애’가 어떤 사연 때문에 버려졌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미혼모가 버렸다고 절대로 단정할 수도 없죠. 다만 아이의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보고 있으면 온갖 생각이 다 듭니다. 한양대병원 입원 기간 동안 ‘미상남애’를 돌봐준 한 자원봉사자는 “사람이 살아가면서 아픔이 여러 번 닥치는데, 이 아이에게 그 아픔이 너무 일찍 온 것 같아서 가슴이 더 아프다. 더 이상 이렇게 버려지는 아이들이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습니다.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구순구개열은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 아이가 여러 기관을 옮겨 다니며 잘 성장한 뒤에도 부모가 자신을 포기했다는 상처는 깊이 남을 겁니다. 3개월 후 아기가 어디로 갈지, 지켜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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