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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빨간불 무단횡단, 그래도 운전자 책임 40%인 이유는?

대담 : 한문철 변호사 (교통사고 전문)

▷ 한수진/사회자:

한밤중에 만취한 보행자가 무단횡단을 합니다. 만취상태라 빨간 신호를 보지 못하고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교통사고를 당했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운전자 책임, 언제나 될까요? 최근 이 사건의 2심 판결이 내려졌습니다. 운전자 책임은 40%, 운전자보다 보행자 책임이 더 크다는 건데요. 그렇다고 해도 해당 운전자, 3,170만원 배상해야 합니다.

너무 운전자 책임이 과도한 건 아닌지,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와 함께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변호사님, 안녕하세요.

▶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보행자가 만취 상태로 무단횡단을 한 건데도 운전자 책임이 40%, 운전자 책임이 상당하네요?

▶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네, 보통 빨간 불에 무단횡단 했을 때, 일반적으로 두 부류로 나눠지는 것 같습니다. 한 부류는 '빨간 불에 무단횡단을 했으면 하나도 못 받아야 되는 거 아닌가. 근데 왜 운전자가 40%나 책임져야 되나.' 이런 의견이 있고요. 또 한 부류는 '빨간 불이라 하더라도 거긴 횡단보도니까 횡단보도 앞에서는 자동차 운전자가 조심했어야 되는 거 아니냐. 왜 보행자 과실이 60%나 되느냐' 이렇게 둘로 나뉘는데요. 

그런데 신호등 있는 횡단보도에선 중요한 게 보행자 신호등이 녹색 신호일 때는 거기가 횡단보도이지만, 보행자 신호등이 빨간불일 때는 횡단보도가 눈에 보이긴 하지만 그 횡단보도는 없어지는 겁니다. 즉 차도가 되는 거죠. '횡단보도가 없는 곳에서 왜 건넜느냐?' 그런 측면에서, 일반적으로 횡단보도가 없는 곳을 무단횡단 했을 때 피해자 과실을 40% 정도로 본다고 그러면, 횡단보도가 있는 곳에서 빨간 불에 건넜을 때는 피해자 과실, 보행자 과실을 더 높게 보는 거죠. 최소한 운전자보다는 보행자가 더 잘못했다고 봐야 된다는 측면에서 그래서 60 대 40으로 보는 건데요. 그렇다고 그러면 운전자는 '녹색 신호에 간 게 뭐가 잘못이냐'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그런데, 신호등도 잘 봐야 되지만 운전자에게서 제일 중요한 건 앞을 잘 봐야 됩니다. 앞에 뭔가 위험한 게 있으면 속도를 줄이고 멈추고 해야 되는데, 보행자가 건너오는 게 자동차보다는 느리잖아요.

자동차가 시속 60km로 간다고 그러면, 보행자는 시속 한 4-5km밖에 안 됩니다. 1/10의 속도니까 저만큼에서 가운데까지 들어오는 동안 왜 못 봤느냐. 아무리 차량진행신호지만 보행자 들어오고 있는 걸 봤으면 속도를 줄였어야 되는데 왜 못 줄였느냐, 그리고 못 봤다는 그 자체가 잘못이다, 그런 측면에서 운전자에게도 기본적인 주의의무를 인정해서 40%를 인정한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는 어떻습니까. 과속을 했습니까?

▶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아 그것은 판결문에 안 나오던데요. 과속 여부에 대해서는 블랙박스에 의해서 밝혀지거나 또는 속도 감지 카메라에 의해서 발견돼서 알려지거나 그런 것 이외에는 과속이 밝혀지기는 쉽지 않습니다. 과속의 가능성이, 심증이 있다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과속으로 밝혀지는 경우는 쉽진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한밤중이라서 어두워서 보행자를 잘 못 봤을 수도 있는데, 너무 책임이 과한 것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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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긴 하지만, 주변에 횡단보도가 있는 곳이라고 그러면 사람들이 평소에 그쪽에서 모였다가 건너가는 곳이니까요. 녹색 신호 켜졌을 때. 주변에 상가도 있을 거고 가로등도 있을 거고 완전히 칠흑같이 깜깜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따라서 이번 사고에 있어서 운전자의 과실을 40%로 보는 것이 과하다고 보이진 않는데요. 예전에는, 한 10년 전까지만 해도 무단횡단자의 과실을 50, 운전자를 50, 반반 정도로 보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그러다가 최근 들어서면서 운전자 과실보다는 보행자 과실이 더 커야 된다는 측면에서 60 대 40인데요. 그런데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아이고, 저걸 어떻게 피해?' 이럴 정도로 보행자가 위험하게 뛰어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그런 경우에는 보행자 과실이 60보다 높아지기도 하는데요. 65-70까지 높아지기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점점 더 운전자 책임이 낮춰지는 그런 추세네요?

▶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그렇죠. 보행자 과실이 더 높아지는 거죠. 결국 같은 말인데요.

▷ 한수진/사회자:

예,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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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나라 일본의 경우에는 예전부터 빨간불에 무단횡단 했으면 보행자 과실을 70%로 봤었는데요. 일본이 예전부터 우리보다는 교통문화를 잘 지킨다고 그랬었지만, 우리도 일본보다 못할 바 없죠. 우리도 이제 자동차도 많아지고 도로들도 상당히 좋아지고 교통문화 인식도 높아지고, 그래서 지금은 점차 일본과 거의 같아지는 분위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앞으로는 우리나라도 빨간 불 무단횡단자의 과실 비율이 더 높아질 수도 있겠어요?

▶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높아지는 정도가 아니라요, 경우에 따라서는 무단횡단자의 100% 짜리도 나올 수가 있습니다. 대법원 판결도 그런 게 있는데요. 술에 취해서 갑자기 인도 쪽에 있던 사람이 후다닥 뛰어들면, 제일 바깥으로 가던 차는 피하기가 어렵거든요.

그런 경우 그런 것이 증명된다면, 무단횡단자의 100% 잘못이라는 게 대법원 판결에도 있고요. 또 최근에 블랙박스 영상을 보면 녹색 신호, 차량진행신호를 보고 차가 출발하고 있는데, 서서히 속도를 늦춰서 가는 차도 있고, 저 뒤에서부터 오다가 보니까 빨간 불에서 멈추려고 했더니 한 50미터 전에서 녹색 신호로 바뀌어요. 그런 차는 뒤에서 계속 가는데, 그런데 1차로에서 좌회전하려고 대기하고 있던 차 앞에 사람이 툭 튀어나오면, 불과 한 5미터 앞에서 그러면 피하기 어렵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그렇죠.

▶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그런 경우에는 보행자 과실이 100%가 될 수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까 변호사님이 '보행자 신호에 빨간 불 켜지면 횡단보도 성격 상실하는 것이다' 이런 말씀 하셨는데. 그러면,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났다고 하면 운전자 책임은 보통 얼마나 되나요? 

▶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는, 거기는 횡단보도 앞은 항상 운전자가 보행자를 보호해야 됩니다. 따라서 신호등 없는 횡단보도에서 사고났을 때는 운전자 과실이 훨씬 더 큰 거고요. 다만 보행자도 그냥 건널 게 아니라 저 뒤에서 오는 차가 나를 못 볼 수도 있으니까, 그 차 운전자와 눈을 마주친 다음에 건너는 게 그게 안전하거든요. 일반적으로 운전자를 90, 보행자를 10으로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서 사고가 날 경우에는 운전자 책임이 90%나 된다고요?

▶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인데, 보행자 신호가 녹색일 때 사고가 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건가요?

▶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그럴 때는 100대 0인데요. 운전자가 신호 위반한 거니까 100대 0인데. 다만 예외는 있습니다. 횡단보도 앞에 서 있다가 파란 불이 켜지자마자 바로 뛰어서 건너는 경우가 있어요. 

특히 초등학생들 달리기 시합하면 누가 먼저 건너가나, 그런 시합하는 경우가 있는데요. 아무리 녹색 불이 켜졌다 하더라도 좌우를 살핀 다음에 안전할 때 건너가야 되는데, 그렇지 못하고 빨리 뛰다가 사고 났을 때는, 그때는 보행자에게도 5% 과실을 인정합니다. 근데 일반적으로 100대 0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사고가 밤에 일어났는지 낮에 일어났는지도 과실 책임 따지는 데 큰 변수가 되는 거죠? 

▶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신호 위반해서 무단횡단 했을 때는 밤이나 낮이나 뭐 별반 차이가 없는데, 다만 늦은 밤에는 차들이 쌩쌩 달리죠. 차들이 쌩쌩 달리는데 넓은 길을 무단횡단 했을 때, 그때는 이제 무단횡단자의 과실이 70%까지 볼 수 있는 거죠.

한 가지 덧붙여 말씀드린다면, 녹색 신호가 깜박깜박할 때요. 그때 보통 보면 '아, 저거 뛰라는 신호다' 이렇게 생각하시는데요. 녹색 신호 깜박깜박, 보행자 불이 깜박깜박할 때는 건너지 말고 다음 신호를 기다리라는 신호거든요. 그런데 건너다가 중간에 빨간불로 바뀌어서 사고가 났을 때, 그때는 보행자 과실 30% 정도로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요, 변호사님. 이번 사건 같은 경우에 배상액이 3,170만 원이잖아요. 보행자가 턱뼈, 치아 부러지고 얼굴에 흉터가 남았다고 했는데... 어떤가요, 보행자가 더 큰 피해를 입었다고 하면 손해배상이 더 커질 수도 있는 거죠?

▶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그렇죠. 만약에 보행자가 머리를 크게 다쳐서 식물인간이 됐다고 하면 보행자 과실이 60%라 하더라도 젊은 사람의 경우에는 손해배상액이 5억 이상이 될 수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5억 이상도 될 수 있다고요?

▶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그럼요. 왜냐하면 내가 받을 것의 60%를 못 받는 거니까, 내가 받을 액수가 10억이면 4억이 되는 거고요. 내가 받을 액수가 젊고 소득이 높은 사람은 10억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럼 10억에서 60% 빼면 그래도 6억이 되겠네요.

▷ 한수진/사회자:

피해자가 빨간불에 건너다가 이렇게 됐는데도요? 

▶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피해자의 나이가 몇 살이고 뭐하는 사람이고 소득이 얼마냐에 따라 손해배상이 달라지기 때문에요. 그래서 녹색신호라고 무조건 신호등만 보고 달릴 것이 아니라, 혹시 저 앞에서 무단횡단하는 사람이 가끔 있을 수도 있으니까 신호등이 있는 횡단보도 앞에서 뒤로, 내 신호가 차량진행신호라 하더라도 살짝 브레이크에 발을 닿아보고 안전할 때 건너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특히 밤이면 더 조심해서 해야 되겠는데요.

▶ 한문철 변호사/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

밤에는 더욱 더 조심해야 되죠. 그리고 보행자도 조심해야 되는데요. 저는 밤에 신호등에 녹색 신호가 켜지더라도, 보행자 신호가 켜지더라도 바로 안 건넙니다. 사고 나는 걸 많이 경험하기 때문에, 저 멀리서 오는 차가 속도를 줄이는 걸 보고 건너간다든가, 아니면 다른 보행자가 앞에 건너가면 뒤를 따라 건너간다든가 그렇게 해서 내 스스로, 내 안전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오늘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법률사무소 스스로닷컴의 한문철 변호사와 말씀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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