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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록히드 마틴, T-50 버리나…TX 단독 출전 검토

[취재파일] 록히드 마틴, T-50 버리나…TX 단독 출전 검토
미국 록히드 마틴이 미국 공군의 차기 고등훈련기(TX) 사업에 독자 개발기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공동 개발한 한국형 고등훈련기 T-50으로 TX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알려졌었는데 독자 개발기와 T-50을 저울질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게다가 지금 검토를 시작한 것도 아니고 5년 전부터 개발에 돌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록히드 마틴이 독자 개발기로 TX에 참여하면 우리에게는 최악의 대반전입니다.

● 미 공군 TX 사업이란
취파

TX 사업은 미 공군의 낡은 고등훈련기 T-38 탈론을 대체하는 사업입니다. 기종은 2017년에 결정되는데 1차분으로 350대를 도입합니다. 사업비가 무려 110억 달러, 우리 돈 12조 원이 넘습니다. 1차가 그렇다는 것이고 최종적으로는 새 고등훈련기 1,000대를 사들입니다. 결국엔 우리 돈으로 30조 원이 오고 갑니다.

현재 KAI의 고등훈련기 T-50은 TX의 유력한 기종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KAI는 록히드 마틴과 TX 사업을 위한 MOU도 체결했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 무기 도입 사업이라는 FX, KFX보다 큰 규모의 사업을 우리 방산기업이 미국에서 따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KAI 뿐 아니라 한국 방산업계의 역사적인 도전입니다.

● 록히드 마틴 "독자 고등훈련기로 TX 도전"

외신들은 이번 주 초부터 록히드 마틴의 극비 연구 개발팀인 스컹크 웍스가 5년 동안 새로운 고등훈련기를 개발해왔다고 스컹크 웍스의 대표이자 록히드 마틴의 부사장인 롭 바이스을 인용해 보도하고 있습니다. 록히드 마틴은 TX 사업에 맞춰 T-50을 개량하는 연구를 하면서 다른 한편에서는 스컹크 웍스가 지난 2010년부터 전혀 새로운 고등훈련기 개발을 해왔다는 것입니다.

록히드 마틴의 이런 변덕은 미국의 또 다른 방산업체인 노스롭 그루먼의 깜짝 발표 이후 공개됐습니다. 노스롭 그루먼이 BAE의 고등훈련기 Hawk AJTS 개량형 대신 전혀 새로운 형상의 고등훈련기로 TX 사업에 뛰어들겠다고 발표한 것입니다. 경쟁사의 새로운 훈련기에는 새로운 훈련기로 맞서겠다는 록히드 마틴의 전략을 내비친 겁니다.

물론 롭 바이스는 "새로운 기종을 개발하는 비용이나 시간이 미국 공군이 밝힌 희망사항과 잘 맞지 않고, T-50으로 계속 밀고 나가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있고 비용과 위험이 적은 방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두 가지 방향 어느 쪽이든 선택할 수 있다"며 언제든지 T-50을 버릴 수 있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 한국·KAI '닭 쫓던 개' 되나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로 치면 방사청장과 같은 프랭크 켄들 미 국방부 군수 담당 차관을 비공개로 만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실장은 이 자리에서 켄들 차관에게 T-50의 미국 수출을 간곡히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KAI도 TX 사업에 기업의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KAI의 청사진이 오롯이 TX사업에 맞춰져 있을 정도입니다. 올해 말 기종이 결정되는 페루의 경공격기 사업만 따내면 TX는 쉽게 간다는 것이 KAI의 계산이었습니다. 페루에 경공격기 24대 수출하는 사업은 TX 사업의 전초전 성격이고 KAI의 FA-50이 경쟁 기종인 러시아의 YAK-130, 이탈리아 M-346, 중국 L-15 등을 앞선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KAI가 페루 경공격기 사업에서 이긴다고 해도 록히드 마틴이 변심하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일단 KAI는 록히드 마틴 측에게 지금의 이런 움직임을 설명해달라고 질의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러면서도 록히드 마틴이 고등훈련기를 만들어 본 적도 없고, 기종 선정 시점이 2년 앞이어서 록히드 마틴에게는 시간이 없다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 록히드 마틴, 한국 배신하나
[현장 포토] 블랙

KAI의 판단이 맞을까요? KAI의 고등훈련기 T-50과 경공격기 FA-50에 대한 록히드 마틴의 기여도를 생각해 보면 "록히드 마틴이 고등훈련기를 만들어본 적 없다"는 KAI 측의 생각은 지극히 순진해 보입니다. 예산 없어서 쩔쩔 매는 미 국방부가 TX 사업 시기를 1~2년 연기할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록히드 마틴은 한국에서 배짱 영업으로 유명합니다. 차세대 전투기 사업 때 "F-35 태워주지도 않겠다" "원격 계측도 거부한다"며 "팔아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줄 알라"는 식의 갑 노릇을 했습니다. 한국형 전투기, KFX 사업에서도 기술 이전 약속을 안 하고 있습니다. 기술 이전 안 할 가능성이 큽니다.

지금까지는 통 크게 없던 일로 봐주더라도 TX 사업은 다릅니다. 록히드 마틴이 TX 사업에 홀로 출전하면 이건 완전한 배신입니다. 록히드 마틴 한국 지사측은 늘 그렇듯이 "모르는 일"이라고만 답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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