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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형제 끝내 못 보나…안타까운 아바이마을

<앵커>

이번 설 상봉이 무산되면서, 이산가족들은 또 한 번 깊은 절망에 빠졌습니다. 지난해에만 3천500명이 세상을 뜨면서 전체 상봉 신청자 12만 9천 명 가운데 이제 남은 사람은 절반 정도인 6만 8천 명뿐입니다. 안타까운 시간만 흐르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실향민 촌이었던 강원도 속초 아바이마을 역시 명맥이 끊길 위기에 처했습니다.

문준모 기자가 이곳을 다녀왔습니다.

<기자>

1.4 후퇴 당시 남쪽으로 내려온 함경도 피난민들은 당시 최전방이었던 강원도 속초 바닷가로 모여들었습니다.

전쟁이 끝나면 한 걸음이라도 빨리 가족들에게 돌아가기 위해서였습니다.

실향민 촌의 대표격인 속초시 청호동, 일명 '아바이마을'은 그렇게 만들어졌습니다.

[김봉천/아바이마을 주민 : 3일만 있다 와라 하고 피난 나온 사람들이 많거든요. 한 며칠만 참아라.]

실향민들이 몰리면서 급격하게 늘어난 판잣집 사이 좁은 골목길은 아바이 마을을 상징하는 풍경이 됐습니다.

실향민들은 금방이라도 고향에 돌아갈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품은 채 이렇게 좁다란 골목을 사이에 두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런 사이에 60여 년이 흘렀고 이곳 상황도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실향민 1세대 상당수가 세상을 떠나면서 지난 2003년 430명이었던 65세 이상 실향민들은 현재 260명으로 크게 줄었고, 고향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는 70대 이상은 70명이 채 안 됩니다.

[다 1세대들이에요. 다 사망했잖아요. 이거 보세요.]

아바이마을에 사는 실향민 중에 유일하게 북측 가족을 만났던 김동율 할아버지는 2010년 상봉 이후 시름시름 앓다가 지난해 세상을 떠났습니다.

[김진국/함경도 실향민 : 그 양반이 "차라리 안 만나기보다 못하더라", 그러고 한 2~3년 있다가 돌아갔다고.]

그리운 고향, 보고 싶은 가족을 언제 다시 볼 수 있을지 기약할 길 없는 기다림에 지쳐가는 아바이 마을은 이산가족의 안타까운 상황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죽기 전에 고향 산천이라도 한 번 밟아봤으면 좋겠다는 이런 마음을 갖고 있어요.]

(영상취재 : 배문산, 영상편집 : 이홍명, CG : 이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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