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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타격폼 바꾸는 박병호 "에이스에 약해서…"

[취재파일] 타격폼 바꾸는 박병호 "에이스에 약해서…"


6경기에서 타율 0.143(21타수 3안타) 1홈런 1타점 2득점.

3년 연속 KBO 홈런왕 박병호가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남긴 성적입니다. 많은 득점 기회에서 고개를 숙였고, 특히, 잠실에서 펼쳐진 5차전과 6차전에서는 모두 4타수 무안타에 9회 마지막 세 번째 아웃카운트를 기록하며 생애 첫 한국시리즈를 처참하게 마감했습니다. 11년 만에 50홈런 시대를 열며 화려한 홈런쇼를 펼쳤지만, 한국시리즈의 충격은 박병호에게 새로운 깨달음을 줬고, 박병호는 시즌이 끝나자마자 타격폼 수정을 결심했습니다.

“그렇게 홈런을 많이 친 타격폼인데, 왜 바꾸려 하냐?”는 질문에 박병호는 “계속해서 홈런을 칠 수 있다면 좋았겠지만, 에이스들이 총출동하는 단기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분명 문제가 있다. 좀 더 빠른 투수, 강한 투수의 공을 쳤을 때 부족한 것을 느꼈기 때문에 변화를 주자고 생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상대 에이스에게 약한 홈런타자는 의미가 없다는 겁니다. 결국 '에이스 징크스'를 털어내기 위해 타격폼 수정에 돌입한 겁니다.

그렇다면 박병호는 상대팀 에이스에게 얼마나 약했을까요?

박병호는 지난 시즌 성적은 타율 0.303에 52홈런 124타점을 기록했습니다. 그런데 상대팀 1선발을 상대로는 생각보다 부진이 심각했습니다. 간단히 도표로 살펴보겠습니다.
주영민 취파 표_

8명의 상대팀 1선발을 상대로 평균 타율은 0.133에 불과하고 60타수에 4홈런, 10타점에 그쳤습니다. 8.8타수만에 1홈런을 기록한 박병호가 1선발을 상대로는 거의 두 배에 가까운 15타수만에 1홈런을 친 겁니다. 박병호는 또 4강에 오른 상태팀 마무리들에게도 약했습니다. 삼성 임창용, LG 봉중근, NC 김진성을 상대로 지난해 5타수 무안타 3삼진을 기록했습니다. 이처럼 특급투수들에게 쭉 약한 모습을 보였으니 한국시리즈에서 부진한 건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물론 어떤 타자든 평균 성적보다 1선발을 상대로 더 약한 게 일반적이지만, 박병호의 경우는 그 차이가 너무 컸습니다. 미국 프로야구에 진출한 강정호의 경우와 비교해 보겠습니다.
주영민 취파 표_

강정호의 1선발 상대 평균 타율은 0.297입니다. 홈런과 타점은 박병호에 뒤졌지만, 시즌 타율 0.356의 강정호는 1선발을 상대로도 3할 가까운 타율을 유지하며 큰 기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올 시즌이 끝난 뒤 미국 진출에 도전하겠다고 선언한 박병호로서는 타격폼을 바꿔야 할 이유가 충분히 있었던 셈입니다.

박병호는 어떻게 타격폼을 바꿀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언급한 적은 없습니다. ‘영업비밀’이라며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만 지금까지 보여준 박병호 스타일과 그의 인터뷰 내용으로 대충 짐작은 가능합니다. 박병호 스타일은 그야말로 파워스윙입니다. 탄탄한 하체와 허리힘을 이용해 크게 스윙궤적을 그리면서 피니시 동작에서 몸이 뒤로 젖혀질 정도로 힘을 싣습니다. 그야말로 걸리면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다양한 구질과 제구력을 갖춘 투수들을 상대로는 정교함이 떨어졌습니다. 박병호의 새로운 타격폼은 ‘정교함’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입니다. 박병호는 또 얼마전 인터뷰에서 “홈런이 아니어도 장타를 많이 치는 4번 타자가 돼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홈런을 의식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박병호의 스윙은 간결하게 바뀔 가능성이 높습니다. 굳이 의도적으로 힘을 실으려 하지 않아도 정확성만 높이면 타고난 힘을 앞세워 장타력을 끌어 올릴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박병호는 애리조나 1차 스프링캠프에서 타격폼 수정을 위해 구슬땀을 흘린 뒤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연습 경기를 통해 새로운 스윙을 선보일 것으로 보입니다. 새로운 타격폼으로 변신을 준비하고 있는 ‘홈런왕’의 2015년이 기대감을 높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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