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美 전투기 기술, 이슬람 이전?…KF-X 최대 변수

한국형 전투기 사업, KF-X가 오는 24일 입찰 제안서 제출을 시작으로 본 궤도에 오릅니다. 현재 공군 주력인 KF-16을 능가하는 미들급 전투기를 우리 손으로 개발하는 초대형 무기 프로젝트입니다. 개발비가 8조 6천억원입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미국의 록히드 마틴 연합 대(對) 대한항공과 유럽 에어버스 연합의 2파전이 펼쳐질 전망입니다. 미국 기술 기반의 한국형 전투기가 탄생하느냐, 유럽의 타이푼과 비슷한 한국형 전투기가 등장하느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또 미국 록히드 마틴이 F-35로 결정된 차세대 전투기사업의 절충교역 조건으로, 또 KF-X 체계 개발업체로 선정됐을 경우 얼마나 제대로 된 전투기 기술을 내놓을지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지점입니다.

이 정도가 대략의 KF-X 관전 포인트인데 간과하고 있는 거대 이슈가 하나 있습니다. 미국 전투기 기술의 이슬람 국가 이전 여부입니다. KF-X 개발에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20% 지분으로 참여합니다. 개발비도 당연히 20%인 1조 7천억원을 냅니다. 따라서 인도네시아는 KF-X 기술도 상당 부분은 가져가게 됩니다. 그런데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입니다. 미국이 무기 기술, 그것도 무기 기술의 최고봉이라는 전투기 기술을 이슬람 국가에게 제공할까요? 현재까지 미국 측의 입장은 “인도네시아로의 기술 이전 불가”입니다.

● 미국의 까다로운 군사기술 이전 프로세스
미국은 당연히 이슬람 국가로 군사기술 이전을 금지하는 규정을 만들어 놓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맹방이라고 하는 우리나라로의 기술 이전도 지독히 소극적인 미국이 잠재적 적국이나 다름없는 이슬람 국가, 인도네시아에 전투기 기술을 이전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입니다.

미국은 우선 아이타르(ITAR)라는 규정을 통해 군사 기술을 관리합니다. 아이타르에 어긋나는지를 한번 거르고, 이어 관련 기관 검토와 의회 승인 등의 과정을 통과해야 기술이 외국으로 이전될 수 있습니다. 까다로운 3단계를 무사 통과해야 기술을 넘겨 받을 수 있습니다. 이전된 기술이 미국을 공격할 일은 없는지, 기술 이전으로 미국의 경제적 이익을 해칠 일은 없는지를 판단하는 절차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린다면 KF-X에서의 인도네시아 기술 이전 문제는 아직 미국에서 위 절차에 돌입하지도 않았습니다. 게다가 미국의 입장은 부정적입니다.

● 인도네시아 ‘외통수’에 걸린 KF-X

KF-X에는 어찌됐든 미국 전투기 기술이 두루 적용됩니다. 록히드 마틴이 F-35를 우리나라에 파는 대가로 전투기 기술 17가지를 내놓기로 했는데 이 기술은 KF-X의 토대가 됩니다. 대한항공-에어버스 연합이 사업을 따내도 이 기술은 적용되기 때문에 미국의 협조가 필수적입니다. 방위사업청은 KF-X에 적용될 17가지 미국 기술의 인도네시아 이전 가능 여부를 미국 측에 질의한 상태입니다. 미국 측이 수락할 가능성, 높지 않습니다.

KF-X 체계 개발 업체로 KAI-록히드 마틴 연합이 선정된다면 KF-X에 미국 전투기 기술은 무더기로 이전돼야 합니다. 대한항공-에어버스 연합이 KF-X 사업을 따냈을 때보다 넘어야 할 산이 더 높습니다. 록히드 마틴은 이미 KAI에게 인도네시아로의 기술이전 불가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기술이전이 아니라 전투기 부품을 판매하는 방식의 느슨한 협력 관계로 사업이 흐를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전투기 부품이 고장났을 때 우리는 손도 못 댑니다. 4년 전 우리 공군은 전투기의 주요 센서인 타이거 아이를 미국 허락 없이 분해했다가 미국 측으로부터 굴욕이나 다름없는 봉변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타이거 아이를 구매한 것이지 기술 이전을 받은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었습니다.

이런 방식의 협력이라면 진정한 의미의 한국형 전투기를 만들 수 없습니다. 인도네시아도 큰 돈 들여 지분 참여했는데 미국 전투기를 단순하게 구매하는 사업이라면 생각이 달라질 것입니다. KF-X 성공의 큰 전제 조건 하나를 해결하지 않은 채 대진표가 먼저 짜여지고 첫 라운드를 맞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