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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치매, 초기에 잡는다

[취재파일] 치매, 초기에 잡는다
  얼마 전 치매 어르신들이 이용하는 노인주간보호소를 방문했습니다. 치매 환자들에게 좋은 활동은 ‘종이 접기’라고 많이 알려져 있는데, 그 곳에서는 종이 접기보다는 서예 같은 다른 활동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종이 접기도 나쁘지는 않지만, 치매에 걸리면 정교하게 종이를 접기 어렵고, 종이 접기는 아이들이나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갖는 분들이 많아 환자 본인들의 만족도가 낮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집중하는 데 한계가 있어 수업 도중 자리를 뜨는 어르신들도 많은 거죠. 치매라는 질병은 기억력의 문제뿐 아니라, 집중력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집중력과 기억력, 둘은 과연 어떤 관계 일까요.
[취재파일] 남주현
 뇌에는 여러 개의 신경망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기억력을 주관하는 신경망과 집중력에 관여하는 신경망도 별개인데, 두 신경망은 신경으로 연결돼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한 신경망이 활성화되면 다른 신경망은 잠시 쉬어줘야 정상적인 사고나 행동이 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래야 기억력이나 집중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이치입니다. 쉽게 생각하자면, 중고등학교 때 한 번쯤 고민해봤을 법한 문제인데,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면 효과가 없다' 이런 논리와 비슷한 겁니다. 치매를 오랜 기간 연구해온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현국 교수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내가 집중해서 누군가와 얘기를 한다고 하면, 집중력 네트워크가 활성화되면서 기억 네트워크는 멈춰야 돼요. 우리 뇌가 그렇게 돼있어요. 같이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가 뜨면 하나는 가라앉아주고, 또 청각이 활성화됐다면 다른 네트워크들이 쉬어주고. 이게 안 맞아서 부조화를 이룬다던가 두 네트워크가 같이 활성화되면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 거죠.”

  이런 경우 발생하는 것이 바로 기억력 장애로, 예컨대 최근 기억을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알츠하이머성 치매에서 워낙 기억력 장애가 강조되다 보니, 지금까지의 연구는 이 하나의 네트워크 안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주로 다뤘다고 합니다. 그런데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신경망과 신경망 사이의 관계도 그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점에 착안해,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초기에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예측 진단법이 나온 겁니다.
[취재파일] 남주현

 기억력 신경망과 집중력 신경망의 활성도를 특수한 MRI(기능 MRI)를 통해 측정하면, 정상인 경우 완벽하게 음의 상관관계를 유지합니다. 그래프로 보면 한 쪽이 올라갈 때, 다른 쪽은 내려가는 것이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런데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고 인지 기능이 정상이더라도 두 신경망 사이의 관계에 문제가 생겼다면, 이 그래프의 모양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두 가지 신경망이 같이 움직여서, 부분적으로 그래프가 똑같은 형태로 나타납니다.
[취재파일] 남주현
  이때 그래프의 모양에 따라서 치매 전 단계, 혹은 초기 단계임을 판단할 수 있는 겁니다.
[취재파일] 남주현
 치매는 발병한 뒤에는 치료가 어렵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면 발병이나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겠죠. 뇌세포를 파괴하는 독성 단백질 ‘베타 아밀로이드’가 뇌에 침착 됐는지 확인한 뒤, 이 새로운 예측 진단법으로 신경망 사이의 관계를 점검하는 방식이 상용화되면, 기존의 방법으로는 정상으로 진단됐던 초기 치매환자를 확인하고, 신경이 많이 파괴되기 전에 치료하거나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임현국 교수팀과 미국 피츠버그 의대 알츠하이머 연구팀이 공동으로 연구한 이 새로운 예측 진단법은 신경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BRAIN>에 실렸습니다.

▶ MRI만 찍으면…초기 치매 잡는 진단법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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