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감사원, 방산비리 꺼리나…'희희낙락' KAI

[취재파일] 감사원, 방산비리 꺼리나…'희희낙락' KAI
감사원이 방산비리 특별감사단이란 별동대를 꾸려 방산비리를 쫓고 있다고 합니다. 감사원은 국방 업무 감시를 위한 대형 조직을 상시 운영하고 있는데 방산비리 잡는다며 특감단까지 구성해 방산비리에 큰 칼을 빼든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칼을 안 쓰고 있거나 '협박용'으로만 휘두르다 마는 것 같습니다. 하고 있는 감사는 없다고 하고, 눈 여겨 보고 있던 혐의는 사실무근이라고 발표하며 방산기업에게 면죄부를 주고 있습니다. 방산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감사원의 자세가 감사하죠. 감사원 직원이 회사에 상주하며 이것저것 뒤지는 것은 좀 성가시지만 감사원 스스로 대외적으로 방산기업을 두둔해주니까요. 감사원이 자발적으로 그럴까요?
[취재파일] 김태훈
[취재파일] 김태훈

● 감사원, 'KAI 상품권 감사' 포기 선언

지난 6일 SBS는 감사원 방산비리 특감단이 국내 최대 방산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 KAI를 감사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 [단독] 상품권 30억으로 로비?…KAI 전격 감사) KAI는 국산 전투기 FA-50,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 등을 만드는 방산기업입니다. 주로 보고 있는 혐의는 2011년부터 3년간 KAI가 사들인 30억 원 상당의 상품권 용처라고 적시했습니다. 감사원은 이 상품권이 유관기관 로비에 사용됐을 것으로 보고 있다는 내용이 기사의 핵심이었습니다.

보도가 나가자 감사원이 곧바로 입장자료를 냈습니다. 입장자료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KAI가 30억 상품권을 구입하여 방사청 등에 로비로 사용됐고 감사원에서 이를 감사하고 있다는 SBS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님을 알려드립니다."

감사원의 입장자료는 거짓말입니다. 감사원이 이런 입장자료를 내던 시간, KAI의 경남 사천 본사에는 방산비리 특감단 직원 2명이 KAI가 구입한 상품권의 일련번호까지 조사하며 사용처를 따지고 있었습니다. 지난 달부터 많게는 6명, 적게는 2명이 한조가 돼서 KAI의 돈 씀씀이를 조사했습니다. 적어도 연인원 40명이 동원됐습니다. 이렇게 힘 쓰고도 빈손이면 감사원은 문 닫아야 합니다.

감사원 입장자료 중 진실이 딱 하나 있긴 합니다. SBS가 보도한 상품권의 액수는 30억 원이었지만 감사원은 사실 더 큰 액수를 들여다 보고 있습니다. 또 KAI의 법인카드가 엉뚱하게 쓰인 지점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취재파일] 김태훈
[취재파일] 김태훈

● 여당 실세들이 나서서 막는 KAI 감사

감사원이 뒤지고 뒤졌는데 KAI가 이슬처럼 깨끗해서 어떤 지적 사항도 못 건져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결과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반면에 감사원이 KAI의 문제점을 알면서 덮을 수도 있습니다. 가능성이 있습니다. 뻔히 하고 있는 감사를 하지 않고 있다고 우기는 감사원의 모습에서 그런 가능성이 엿보이고, 또 유력 정치인들이 KAI 감사 저지를 위해 발 벗고 나섰기 때문입니다.

KAI와 가까운 박대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달 27일 원내 대책회의에서 "KAI에 감사원 직원들이 상주하면서 고강도 감사를 벌이고 있다"며 "과도한 감사로 KAI의 미국 수출 활로 개척에 지장을 초래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박 의원이 KAI 노조로부터 "감사원 말려달라"는 건의를 받고 한 발언입니다.

주호영 새누리당 원내대표 직무대행은 박 의원의 발언을 받아 "국회 법사위의 새누리당 간사 홍일표 의원에게 KAI 감사에 불필요하거나 과도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고 조속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챙겨보라고 지시하겠다"고 호응했습니다. 최소 여당 실세 2명이 KAI 감사 중단을 감사원에 종용한 셈입니다.

감사가 제대로 되겠습니까. KAI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겠지요. 손바닥으로 제 눈에 들어오는 햇빛을 가릴 수는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제 눈만 편하지, 남들 눈은 따갑습니다. 


▶ KAI, 30억 원 상품권 구매 확인…전격 감사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