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가정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에 저항하다가 결국 이 남편을 의식불명 상태에 빠뜨리게 한 아내에게 2심 법원이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정당방위가 아니라는 겁니다.
보도에 김학휘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2년, 집을 나서던 40살 윤 모 씨의 머리채를 남편인 47살 이 모 씨가 뒤에서 잡아당겼습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술만 취하면 아내를 괴롭혀온 남편.
"놔라" 했지만 남편은 여전히 강하게 잡아당겼고, 결국, 윤 씨는 손을 뿌리친 뒤 남편의 배를 발로 찼습니다.
남편 이 씨는 뒤로 넘어져 '꽝' 소리가 날 정도로 거실바닥에 머리를 부딪쳤습니다.
다음날 병원으로 옮겨진 남편은 급성 뇌출혈 진단을 받고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습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
재판부는 머리카락이 빠질 정도로 잡아당기는 남편의 손을 뿌리치고 발로 찬 윤 씨의 행동을 정당방위로 봤습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남편의 손을 뿌리친 것으로 위협 상황은 끝났다고 보고, 발로 찬 부분은 정당방위로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채동수/서울고등법원 공보판사 : 침해행위가 이미 종료된 상황에서 피해자의 배를 발로 걷어찬 것이 인정되므로 정당방위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취지입니다.]
윤 씨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윤 씨의 변호인 측은 "아내로선 당연히 폭력이 계속되리라는 위협을 느꼈을 텐데, 손을 뿌리친 것으로 위협이 끝났다고 본 것은 정당방위 요건을 너무 좁게 해석한 판결"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 영상편집 : 김호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