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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지하철 속 그 음악

'얼씨구야'부터 '돌아와요 부산항에'까지

[취재파일] 지하철 속 그 음악
● 지하철에 무슨 음악?

매일 듣지만 신경 쓰지 않는 음악. 심지어 ‘음악’이 있는지조차 눈치채지 못하는 음악. 지하철 안내 멘트 앞에 5초쯤 짧게 나오는 음악을 귀 기울여 듣게 된 건, 지난해 1월이다. 계기는 세종문화회관의 ‘신년음악회’. 다양한 출연자와 프로그램이 다 끝나고 음악회의 마지막 순서인 서울시 국악관현악단의 차례가 됐다.

연주 곡목은 ‘얼씨구야’. 이 노래가 지하철 안내 방송용 음악이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하철에서 들을 때는 좋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별 기대는 없었다. 그런데 국악관현악용으로 편곡된 ‘얼씨구야’는 지하철 천장 스피커에서 나오던 그 노래랑 달랐다. 흥겹고 신나고, ‘지하철 속 그 노래 맞나?’싶었다.

‘이 노래로 기사를 써야지’ 생각하고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얼씨구야’가 연주되는 행사가 있으면 촬영을 할 요량이었는데, 결국 올해 세종문화회관 신년음악회까지 기다려야 했다. 올해는 편곡에 양악기까지 더해 연주가 더 풍성해졌다. (음악이 기억나지 않으시다면 8뉴스에 나갔던 영상을 한 번 보시면 됩니다 . 지하철 안내 음악, 알고 들으면 '새로운 재미')
 
● ‘얼씨구야’ 는 어떤 노래?

 ‘얼씨구야’의 작곡가는 김백찬씨다.  “저도 너무 신기해요. 지하철에서 들으면 제 곡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원곡은 30초짜리였다. 국립국악원의 국악 저변 확대 사업 중에 ‘국악 벨소리’ 사업이 있는데, 이 사업을 위해 2007년 10곡 정도를 작곡했고, ‘얼씨구야’도 그 중 하나였다.

“드럼이나 피아노 같은 양악기를 쓰지 않고 장구, 대금, 해금, 가야금 4가지 악기 편성에, 신나는 느낌의 자진모리 장단으로 작곡했어요. 지하철 안이 시끄럽고 스피커가 잘 들리지 않다 보니까, 많은 분들이 이 노래를 굿거리 장단으로 생각하시는데, 자진모리 장단이에요.”

(여기서 잠깐, ‘굿거리 장단’, ‘자진모리 장단’, 학창시절 음악시험에 빠지지 않고 나왔던 것 같은데, 기억이 가물가물하실테다. 굿거리 장단은 ‘천안 삼거리’를 생각하시면 된다. ‘천안 삼거리 흐으응, 능수야 버들은 흐으응~~ ‘. 자진모리 장단은 ‘군밤타령’의 빠르기다. ‘바람이 분다. 바람이 분다. 연평 바다에 허어 얼싸 봄바람 분다~~. 이제 구분이 확실이 되실 듯하다.)
 
● 2009년 3월 1일부터 서울 지하철에

‘얼씨구야’는 작곡된 지 2년 뒤인 2009년부터 서울지하철 1~4호선의 환승 안내 음악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그 전까지 서울메트로는 클래식음악을 사용해왔는데, 2010년 한국방문의 해를 앞두고, 국악을 찾다가 이 음악을 쓰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이후 5~8호선과 9호선까지, 서울시내 모든 지하철의 환승안내음악으로 확대됐다. ‘얼씨구야’가 지하철에서 쓰인다는 건, 작곡자조차 뒤늦게 알게 됐다.

“지하철에 쓰이기 시작한 게 2009년 3월 1일인데, 3일 4일쯤 뒤 한 신문기자가 취재를 하고 싶다고 해서, 무슨 일인가 했더니 지하철 얘기를 하더라고요. 국립국악원도 저처럼 뒤늦게 알게 됐고요.” 지하철 안에서 자신의 노래를 듣는 건, 작곡가에게도 얼떨떨한 일이라고 한다. “너무 신기해요. 제 곡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원래 있던 다른 음악을 듣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국악의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된다는 점은 뿌듯해요. 지하철에서는 자연스럽게 자주 듣게 되잖아요.”
 
● 서울 말고 다른 지역은?

지하철 음악의 다양성으로 치자면, 서울이 가장 뒤쳐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다른 지역은 역의 특성에 맞게 재미난 음악들이 두루 쓰인다.

<부산>

가장 음악에 신경을 많이 쓰는 건, 부산 지하철이다. 부산교통공사 홈페이지에 따로 ‘열차 안내방송’이라는 코너가 있을 정도다. 환승역은 서울과 비슷하다. 바이날로그라는 팀이 역시 국악 벨소리용으로 작곡한 노래를 , 국립국악원의 추천을 받아 사용하고 있다.

1호선의 경우, 안내방송 배경음악으로 부산 가야금 연주단이 연주하는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튼다. 또 해수욕장이 있는 광안역과 해운대역에는 끼룩 끼룩 갈매기 소리가 배경음으로 나온다. 부산 지하철을 탄 외지 관광객에게 이 갈매기 소리는 매우 인상적이다.

음악방송을 하는 구간도 따로 있는데, 부산 가야금 연주단과 부산을 소재로 한 노래 ‘부산 이곳에서’ 등을 틀고 있다. 특히 부산출신 음악가들의 곡을 꼭 쓰고 있는데, 지금은 이병주씨의 ‘해운대’와 마푸키키의 ‘그대와 나’가 3호선 음악방송에 나온다.

<대전>

대전도 음악이 다양하다. 출발역에서는 모차르트의 터키행진곡을 틀고, 대전역에서는 ‘대전 블루스’, 월드컵경기장역에서는 ‘WE ARE THE POELPLE’, 종착역에서는 황병기 명인의 가야금 연주 ‘평화롭게’가 흘러나온다.
 
● 저작권료는 어떻게?

그렇다면, 이렇게 지하철에서 음악을 틀 경우, 저작권료는 어떻게 되는 걸까? 서울 전 지하철에서 매일 음악이 나오는 김백찬씨는 떼돈을 버는 걸까? 그렇지 않다. 공익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라, 저작권료는 받지 않고 있다. ‘얼씨구야’의 경우, 현재 컴퓨터 게임 음악으로도 쓰이고 있는데, 여기서는 저작권료를 받는다.
 
● 지하철 음악= 잠이 확 깨는 음악?

지하철 음악 기사를 쓰며 인터넷 게시글을 살펴보니, 얼씨구야만 들으면 잠이 확 달아난다는 얘기가 있었다. 좌석에 앉아 꾸벅 꾸벅 졸다가 환승 음악이 나오면, 화들짝 깨서 ‘혹시 내려야 할 역을 놓친 건 아닌가’ 확인해 본 경험 있으신 분들이 많을 것이다. 오늘도 혹시 지하철에서 이 글을 읽고 계신 분이라면, 다음 환승 음악을 귀기울여 들어보시라. 해금과 대금, 가야금, 장구 소리를..  피곤하고 긴장된 출근길, 지친 퇴근길의 승객들에게 ‘얼씨구야’하고 기운을 북돋우는 노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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