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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못 믿을 육군…없다던 녹취록, 이틀 만에 등장

[취재파일] 못 믿을 육군…없다던 녹취록, 이틀 만에 등장
병영 폭력, 성군기 문란, 지휘부에 대한 신뢰 붕괴. 대한민국 육군의 현 주소입니다. 육군 지휘부가 이제는 대 놓고 거짓말까지 늘어놓았습니다. 성폭행 피해 여군을 보호하지는 못할망정 책임을 전가하는 공식 발언을 4성 장군이 했다는 한 시민단체의 주장을 부인하며 “발언 녹취록이 없다”고 자신하던 육군이 느닷없이 녹취록을 내놨습니다. 그것도 곳곳을 지운 채로…….

지난 4일 군 인권센터는 육군 1군 사령관인 장준규 대장이 공식 석상에서 성폭행 피해 여군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발언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발언 장소는 지난 달 말 육군의 모 여단장이 부하인 여군 하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긴급 체포되자 김요환 육군 참모총장이 주재한 주요 지휘관 화상회의입니다. 군 인권센터는 장 사령관이 “여군들도 싫으면 명확하게 의사표현을 하지, 왜 안하냐”라고 말했다고 주장했습니다.

1군 사령부는 군 인권센터의 주장을 부인했습니다. 사령관의 발언은 가해자인 남자 군인을 엄하게 처벌하고, 여군들도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거부의사 표현을 분명히 하도록 교육하자는 취지였다는 설명했습니다.

뉘앙스에 따라 이렇게도 들릴 수 있고 저렇게도 들릴 수도 있는 발언이어서 군 인권센터와 기자들은 육군에게 녹취록을 공개하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1군 사령부는 녹취록도 녹취영상도 없다고 단언했습니다. 그게 지난 4일 일입니다. 이틀 후인 6일 저녁, 육군은 아무 설명도 없이 장 사령관의 녹취록을 국방부 출입 기자들에게 문자로 발송했습니다. 그대로 옮기겠습니다.

“지금 이런 사고를 저지른 남군들, 가해자입니다. 남군들은 말할 것도 없고, 여군들에 대해서도 수차례에 걸쳐서 〈중략〉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을 수 없이 교육을 했지만 〈중략〉 처음에 잘못된 것을 본인이 인지했으면 〈중략> 본인이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명확한 의사표시를 했어야 했고 〈중략〉 그래서 여군들에 대해서도 보다 정확하게 〈중략〉 허용 안 되는 것에 대해 좀 더 다시 한 번 정확하게 교육해야 할 필요가 있다”

장 사령관은 피해 여군에게 책임을 전가했습니다. 여군들에게 성폭력 예방 교육을 수없이 했지만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뜻입니다. 잘못된 것을 인지했으면 명확한 의사표현을 했어야 했는데 못했다고 피해 여군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습니다.

<중략>에는 무슨 내용이 있었을까요? 이 부분에서 장 사령관은 해당 여군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나열했습니다. 육군은 수사 상황이기 때문에 중략 내용을 공개 못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육군 장교 수천 명이 보고 있는 화상회의에서는 왜 공개했을까요? 육군 내 인식을 피해 여군에게 불리하게 유도할 수 있는 발언인데도 말입니다.

장준규 사령관의 발언은 부적절했습니다. 장 사령관의 발언을 뒷짐 지고 듣기만 한 김요환 육군 참모총장도 부적절했습니다. 그런데도 부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한 1군 사령부와 육군 본부도 부적절했습니다. 녹취록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면서 일단 없다고 덮었던 처신은 더욱 부적절했습니다. 육군의 총체적 신뢰 붕괴입니다.

▶[8뉴스] "여군, 싫으면 거부했어야…" 육군 대장 발언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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