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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외이사도 주고받기?

[취재파일] 사외이사도 주고받기?
3일 오전. 참여연대가 “해외 여행도 다니고, 신한은행 동우회도 참석하고, 농심의 사외이사까지 하겠다는 라응찬 前 신한금융지주 회장에 대해 검찰이 왜 봐주기 수사를 하냐”는 요지의 문제를 제기했다. 그 날 저녁. 검찰은 다음과 같은 내용의 공식 해명자료를 냈다. 이례적인 것이었다.

“라 前 회장의 알츠하이머 여부에 대해 주치의 서울대병원 의사에게 확인한 바, 외견상으로는 정상인과 유사하게 보이나, 기억력 테스트 검사 결과에 의하면 기억력 저하가 있다는 답변을 들었음. 이에 검찰은 조사 진행에 따라 라 前 회장의 알츠하이머 상태 등을 정확히 확인하여 필요에 따라 소환조사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며, 알츠하이머를 이유로 소환조사를 할 수 없다고 한 바 없음. 검찰은 2014년 10월14일 참여연대의 고발 이후, 필요한 조사를 엄정하게 진행하고 있음.”

4일 오전. 농심은 주주총회 소집결의에 대한 정정 공시를 냈다. 다음 달 20일 열릴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선임될 예정이었던 라응찬 후보자가 자진사퇴했다는 내용이었다. 농심이 원래 주총소집을 결의한 지 닷새, 참여연대가 문제를 제기한 지 하루 만이다.

농심은 원래 신춘호 회장과 신동원 부회장, 박준 사장 등 사내이사 3명과 권오주, 김진억 두 사외이사를 재선임하고 라응찬 후보자를 임기 3년의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할 예정이었다. 정정 공시를 내면서도 농심은 라응찬 후보자를 대신할 새로운 사외이사 후보자를 제시하지 못 했다. 그만큼 갑작스러운 결정이라는 뜻이겠다.

농심과 신한지주의 유사점은 이렇다. 두 회사 모두 일본과 인연이 깊다. 두 회사 모두 이사회의 독립성이 의구심을 받아 왔다. 농심의 사내이사 3명 중 신춘호, 신동원 父子는 오너 일가이고, 사외이사 중 김진억 후보는 10년 넘게 농심의 법률자문을 맡아온 인물이라고 한다. 이사회의 절반 이상이 '자기 사람'들인 것이다. 신한지주 역시 11명의 사외이사 중 4명은 재일동포 경영인이거나 일본에 연고가 있다. 재일교포 주주들이 사실상 최대주주 역할을 하는 신한금융지주에서 재일교포들을 대변하는 이들이 사외이사까지 맡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은 과거부터 시민단체들이 제기해 왔다.

라응찬 前 회장은 은행업계에서, 이상윤 前 농심 대표이사 부회장은 식품업계에서 최장수 CEO로 알려져 있다. 한 번 CEO를 맡으면 오래 하는 기업 문화를 두 회사는 공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상윤 前 대표는 2004년부터 약 4년 간 신한금융지주의 사외이사를 맡기도 했다. 이번에 라응찬 前 회장을 농심의 사외이사로 선임하려던 시도가 사외이사 자리도 주고받는 두 회사의 돈독한(?) 관계에서 비롯된 게 아니기를 바란다. 두 회사는 라 前 회장의 사외이사 후보 추천과 철회로 이어진 일련의 해프닝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지 않는 돈독한 유대를 과시하고 있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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