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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VIP 목사에게 무릎 꿇은 백화점 직원, 사비 20만 원까지 냈다"

대담 : SBS 시민사회부 김종원 기자

▷ 한수진/사회자:

올 한 해 저희 SBS는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라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고 말씀드렸죠. 얼마 전에 이 배려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만한 사건을 보도해 드렸습니다. 이른바 ‘VIP 목사님 사건’인데요, 이 문제 취재한 김종원 기자와 이 시간에 좀 자세한 얘기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김 기자, 어서 오세요.  (▶ 손님은 왕이라지만…VIP 목사에게 무릎 꿇은 '을')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VIP 목사님 사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는 제목인 것 같아요. 굳이 이렇게 불리게 된 이유가 있습니까?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사실 제가 이렇게 제목을 붙인 건 아니라 인터넷상에서 이렇게 불리던데 다만 저는 VIP 목사님이라는 걸 기사에 명시를 해야 될까 고민을 사실 했습니다. 종교 문제도 있고 좀 예민해서.

근데 다만 선정성이나 이런 것 때문에 한 건 아니고 미리 말씀을 좀 드리자면 이 ‘VIP’, 그리고 ‘목사님’ 이 두 키워드가 제가 보니까 이 사건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것이어서 조심스레 이렇게 밝히게 됐고요. 사건 얘기를 좀 해보면 자연스럽게 좀 이해가 되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럼 일단 사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어떻게 된 건가요?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그러니까 뭐 간단합니다. 목사님이 백화점의 VIP입니다. 일정 수준의 액수를 써야지 유지가 되는 VIP인데 이 분이 이 백화점에서도 유독 단골로 삼으시는 옷가게가 있어요. 근데 이제 그 날도 굉장히 많은 양의 옷을 여기에서 구매를 하셔서 기분 좋게 돌아가셨죠.

근데 옷을 워낙 많이 사시니까 자기가 직접 갖고 갈 수는 없고 보통 이럴 땐 배달을 해준다고 합니다. VIP들은. 근데 이 날은 이상하게도 이 목사님이 본인이 사정이 있어서 ‘교회 차를 교회 직원하고 보내서 실어가겠다. 굳이 배달 안 해줘도 된다’ 이렇게 얘길 했다고 해요.

▷ 한수진/사회자:

한두 벌은 아니었던 모양이죠?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굉장히 단골이었다고 합니다. 이 옷 매장의. 직원이 옷이 무려 네 상자 분량이었다고 합니다. 목사님이 구매를 하신 게. 그래서 네 상자를 준비를 해 놨고, 교회 직원이 봉고차를 타고 와서 이 네 상자를 받아서 나갔어요. 이건 CCTV에 다 찍혀 있습니다.

근데 문제는 주차장으로 이 옷 네 상자를 가지고 나가서 차에 싣는 과정에서 그 주차장에 나와 있던, 전혀 다른, 엉뚱한 매장의 옷상자를 같이 실어버린 거예요, 교회 직원들이.
 
근데 이거가 어떤 옷이었냐, 이 주차장에 창고가 있거든요. 그 창고 정리를 하던 전혀 다른 의류 매장의 점원이 짐 정리를 하려고 잠깐 내놓은 걸 이 교회 직원들이 엉뚱하게도 같이 집어서 가져가버린 거죠. 
 
▷ 한수진/사회자:

목사님 건 줄 알고.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그렇죠. 목사님 건 줄 알고. 이걸 또 마침 매장 창고 정리를 하던 분이 본 거예요. 이 분 입장에서는 이 사람들이 누구인지도 몰랐고, 자기가 정리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자기네 옷을 차에 실어서 가버리니까 도난사고인 줄 안 거죠. 그래서 경찰에 신고를 한 겁니다. 이렇게 됐습니다.
 
목사님은 이게 또 어떻게 보면 실수이다 보니까 물건을 받아봤는데 “어? 내가 시키지 않은 옷상자가 하나가 딸려 왔네.” 하면서 이걸 반납을 했어요. 직접 찾아오셔가지고 반납을 했어요. 그렇지만 경찰에 신고는 들어가 있었고.

▷ 한수진/사회자:

일은 커져버렸네요.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일은 커져버렸죠. 이게 옷 가게가 두 개이지 않습니까? 목사님이 옷을 산 가게와 옷상자를 잃어버린 가게, 두 군데인데. 두 군데가 서로 교류가 안 되니까 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모르는 거죠.
 
그런데 이 목사님이 갑자기 옷상자를 갖다 주니 애당초 단골 옷가게 점원은 ‘이게 뭐지?’ 하고 그냥 받은 거고, 옷을 잃어버린 매장의 점원은 도난을 당했다고 계속 생각을 해서 신고를 한 거고 이러면서 경찰의 조사가 들어가면서 목사님이 절도범으로 몰리게 된 거죠.

▷ 한수진/사회자:

절도범으로요?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엄밀히 말하자면 목사님이 보낸 봉고차의 차주가 목사님의 아들이었는데 목사님의 아들이 절도범으로 몰리게 된 거죠. 성직자가 이런 불미스러운 일에 엮이게 되다 보니까 목사님이 굉장히 노발대발하셨고요.

▷ 한수진/사회자:

왜 나를 도둑으로 모느냐.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아드님과 함께 백화점에 들어와서 굉장히 심하게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이 점원은 영문도 모른 채 도난사건 이런 게 있었던 것도 모른 채 일단 진정을 시켜야 되니까 한 시간 동안을 무릎을 꿇고 앉아서 엉엉 울면서 사과를 했다고 해요.

▷ 한수진/사회자:

이 점원이라는 건 처음 옷을 구입한...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나중에 알고 봤더니 이런 도난사건이 있었고, 이랬던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데 이 직원 입장에서도 굉장히 황당했겠어요. 목사님도 황당하셨겠지만.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그렇죠. 그러니까 살펴보면 목사님도 어떻게 보면 자기는 반납을 했는데 도난 신고를 계속 했으니까 황당한 거고 점원은 무슨 일이 벌어진 지도 모른 채 한 시간을 무릎을 꿇고 있었던 거죠.

▷ 한수진/사회자:

점원은 알아서 옷을 다 실어서 보낸 것 같은데.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그렇죠. 욕을 들었으니 황당한 거고 이렇습니다. 백화점 입장도 불미스러운 게 그래도 자기네 VIP인데, 이 분이 백화점 자체에 이렇게 실망을 했으니 백화점 입장에서도 봉변인 거고 이런 상황이라고 또 볼 수도 있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점원은 일단 그 상황에서 사과는 했다는 말씀이시죠.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그렇죠. 왜냐하면 중간에 알았거든요. 처음엔 영문도 모른 채 당하다가 아 이런 거였구나하고 알아가지고 사과라도 하게 된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어쨌든 목사님이 그런 일을 겪게 돼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사과를 했겠어요. 배려의 관점에서 보면 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을까요?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예. 그렇습니다. 이 부분에서 말씀을 드리는 게 일단 이 분이 목사님이라는 점이 어떻게 보면 상당히 아이러니합니다. 목사님이기 때문에 더 화가 나셨을 수도 있어요. 성직자가 어떤 절도 사건에 연루됐다는 것 때문에 더 화가 나셨을 수도 있는데 근데 또 반대로 목사님이기 때문에 조금 더 약자를 배려를 하는 마음이 좀 있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아쉬움이 남기도 했고요.
 
VIP라는 부분도 이 분이 VIP이기 때문에 더 화가 날 수도 있었어요. ‘내가 VIP인데 일처리를 이렇게 해서 나를 절도범으로 몰아?’ 할 수도 있었지만 또 VIP이기 때문에 그 한 마디에 점원이 잘릴 수도 있는 거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봤을 때 좀 약간 더 배려를 해서 한 번만 좀 누그러뜨려줄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게 되는 것이죠.
 
배려의 측면에서 보자면 아무래도 강자이니 만큼, 사회적 명망이 있는 성직자, 그리고 또 VIP라는 입장인 만큼 조금만 더 배려를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입니다. 애당초 이 사건이 벌어진 것도 교회 직원들의 실수 때문이기도 하고요.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혹시 이 직원에게 나쁜 일이 있었던 건 아니죠? 이 일로?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그렇지는 않았고요. 그런 일은 있었습니다. 어쨌든 이 일이 마무리가 될 때 이 직원이 개인 사비로 죄송하다고 사비로 한 20만 원을 털어가지고 보상까지 해드린, 이렇게 마무리가 돼서..
을 인격모독 캡쳐_

▷ 한수진/사회자:

보상을 해드렸다고요?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예. 왜냐하면 목사님이 화가 누그러지지 않아서, 목사님의 아들분이죠, 엄밀히 말하면. ‘보상을 해라’ 이래서 이 분이 이제 개인 돈으로 20만 원을 사비로 보상까지 한, 그렇게 마무리가 된 사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데 무릎을 꿇고 1시간 가까이 그렇게 사과를 했다면서요?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그랬는데도 20만 원 보상까지 했다는 말씀이세요?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살짝 첨언을 하자면 그렇게 해서 일단 무릎 꿇고 1시간 사과를 해서 마무리가 된 줄 알았는데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경찰이, 백화점이 당연히 고소 취하를 했거든요. 오해가 있었구나 하고. 고소 취하를 했는데, 경찰이 목사님 측 사람들을 한 번 또 소환을 한 거예요.

▷ 한수진/사회자:

고소 취하 했는데도요?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이유는 우리가 서류 작성에 실수가 있어가지고 다시 한 번 나와 주셔야 된다. 이러니 이쪽에서는 1시간을 무릎을 꿇고 겨우 겨우 사과를 해서 받아냈는데 경찰에서 또 오라고 그러니까 벌집을 또 들쑤신 거죠.
 
그래서 경찰서로 달려 왔답니다. ‘제발 고객님들 오라고만 하지 말아 달라.’ 어쨌든 경찰들 당신들 잘못이니까 그렇게만 하지 말아 달라 했는데 이게 잘 안 통했고 결국 두 번째 소환을 당해서 오신 자리에서 이제 완전히 정말 폭발을 한 거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본인의 지갑에서 20만 원을 꺼내서 드리면서 마무리를 한 그런 에피소드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니 경찰이 이 복잡한 상황에서 또 한 몫을 했군요.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꼬이려면 꼬인다고.

▷ 한수진/사회자:

아니 또 일처리를 왜 이렇게 했을까요.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지금 이 점원이 아직 좀 많이 힘들어 하겠어요?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그렇습니다. 사실 저희가 이 점원의 입을 통해서 얘기를 들었으면 보다 더 자세한 얘기를 들을 수가 있었는데 이 분이 굉장히 좀 많이 놀라고, 이 분은 생계와 직결이 된 문제거든요.

괜히 본인이 이렇게 얘기를 했다가 틀어져 버리면 백화점에서도 쫓겨날 수가 있는 위치이기 때문에 굉장히 저희 취재진을 약간 피하고 말을 아끼시더라고요. 그래서 굉장히 취재하는데 좀 애를 먹기는 했는데 정신과 의사들도 한 번 이런 일을 당하면 평생 잊지 못할 트라우마가 되곤 한다. 이렇게 얘기를 하시더라구요.

▷ 한수진/사회자:

참 억울하고 할 말도 많을 텐데, 취재진한테 맘 놓고 이야기도 못하는군요.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그렇죠. 처음에 저희가 취재진이 갔을 때 좀 화들짝 놀라시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보도되는 것 자체도 굉장히 걱정하고요. 또 이렇게 1시간가량 무릎 꿇고 또 빌기까지 하고 했으니 정신적으로도 많이 충격이 남을 것 같아요.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그 얘기를 살짝 했는데 그때의 충격이 굉장히 심했다고 그러더라고요. 이 백화점에서 일을 10년을 넘게 하신 분임에도 불구하고 이렇게까지 심하게 했던 적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한동안 많이 우셨다, 이런 얘기가 들리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저희가 모두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저희 SBS가 이런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데 이런 사건들이 계속 끊이지 않고 이어지고 있고요. 이런 사건을 보도할 때마다 참 기자로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드실 것 같아요.

▶ 김종원 기자/SBS 시민사회부

그렇습니다. 사실 제일 걱정되는 부분은 어쨌든 다 사연들은 있어서 일이 벌어진 거기 때문에 너무 한 사람이 마녀사냥으로 몰려가지는 않을까 이런 걱정이 항상 되긴 하는데 또 어떻게 보면 이렇게까지 일이 커진 이유를 되돌아봤을 때는 사실 그렇게 큰, 굉장히 심각한 일 때문에 이러지는 않거든요.

당장 얼마 전에 백화점 지하주차장 모녀 사건만 봐도, 조금씩만 배려하면 좀 더 잘 풀릴 일인데 하는 아쉬움이 항상 진하게 남곤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SBS 김종원 기자였습니다.


▶ [취재파일] 죄 없는 자 이 '점원'에게 돌을 던지라

▶ 손님은 왕이라지만…VIP 목사에게 무릎 꿇은 '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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