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KF-X '선수' 확정…에어버스 vs 록히드 마틴

공군 주력기인 KF-16보다 우수한 미들급 4.5세대 전투기 120대를 우리 손으로 양산하는 일명 보라매 사업으로 불리는 차기 한국형 전투기 사업(KF-X)의 ‘선수’가 사실상 확정됐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F-35로 결정된 FX 사업의 승자, 록히드 마틴과 손을 잡고 있는 상황에서 대한항공이 파트너로 보잉과 에어버스를 놓고 저울질하다가 에어버스를 선택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FX 사업 때처럼 또 록히드 마틴과 에어버스가 한판 승부를 벌이게 됐습니다.

● “전폭적 기술 이전” 에어버스, 대한항공과 재도약 시도

에어버스는 유로파이터 타이푼을 개발한 유럽의 방산 기업입니다. FX 사업 때 록히드 마틴의 F-35에게 고배를 마시고 절치부심했습니다. 개발과 양산에 20조 원이 넘는 돈이 걸린 KF-X 사업을 따내면 FX 사업 탈락의 아픈 기억을 일거에 날릴 수 있습니다. 에어버스는 FX 사업 때처럼 전폭적인 기술이전을 약속할 것입니다. 또 유로파이터 타이푼이 쌍발기이고 한국형 전투기 형상 역시 쌍발기인 C-103이기 때문에 기술 경쟁력이 있다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땅콩 회항’으로 이미지와 매출 타격을 입고 있는 대한항공에게도 재도약의 기회입니다. 사실 대한항공은 KF-X를 포기할 것이란 설(說)이 퍼지던 와중이었는데 강력한 파트너를 잡았습니다. 대한항공의 장점은 KAI를 압도하는 현금 동원력입니다. 한국 전투기 사업에서 한번 실패한 에어버스와 오너 딸의 갑질로 간판이 먹칠 된 대한항공이 간절한 마음으로 뭉친 모양새입니다.

● “구관이 명관” 한국항공우주산업-록히드 마틴 연합군

최초의 국산 경공격기 FA-50을 생산하고 있는 KAI와 세계 최고의 전투기 F-22를 제작한 록히드 마틴의 연합군은 사실 KF-X의 유력 주자로 이미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KAI는 전투기의 주요 기술을 다수 국산화했고 관련 기술자들도 대거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KF-X로 탄생할 전투기는 FA-50보다는 한 차원 높은 기종이어서 록히드 마틴의 기술이 많이 필요합니다. 관건은 록히드 마틴이 얼마나 많은 기술을 이전해주느냐 입니다만 과거 전력을 보면 쉬운 일이 아닙니다. FA-50의 모체인 T-50도 KAI가 록히드 마틴과 함께 개발했는데 록히드 마틴은 기술 이전 시늉만 했습니다. 록히드 마틴은 기체만 KAI가 만들도록 하고 핵심부품과 기술은 KAI가 손도 못 대게 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에는 록히드 마틴이 FX 사업 수주에 따른 절충무역의 일환으로 우리나라에 전투기 기술을 이전해줘야 합니다. 제대로 된 고급 기술 안내놓으면 KF-X 사업 수주는 장담 못할 것입니다.

록히드 마틴이 기술 이전에 늘 미적지근하다 보니 KAI는 대한항공이 에어버스와 손을 잡자 조금 긴장하는 모습입니다. 에어버스의 전투력을 FX 사업 때 제대로 겪어봤기 때문입니다. FX 사업 보다 사업비는 큰데도 ‘흥행’이 안됐던 KF-X 사업이 뜨거워지기 시작했습니다.

● 반색하는 방위사업청

방위사업청은 반색입니다. 제대로 경쟁이 붙을 테고 경쟁은 곧 발주처에게는 이익이기 때문입니다. 대한항공-에어버스 연합군은 개발 및 양산 가격 인하와 기술 이전 세례를 쏟아낼 것이 분명합니다. “구관이 명관” “무기는 미제가 최고”라는 통상적인 무기 관념이 이제는 많이 옅어지기도 했습니다. KAI-록히드 마틴 연합군은 독주를 기대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이 ‘경쟁’에 뛰어들게 됐습니다. 사업을 또 가져가려면 록히드 마틴 쪽이 이번엔 이것저것 좀 많이 내놓고 양보해야 할 것입니다.

KF-X 사업은 오는 9일 업체들로부터 입찰 제안서를 접수 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나흘 뒤입니다. 그리고 이번 달 네 번째 주에 제안서를 평가합니다. 협상대상업체 및 우선순위 결정, 즉 사실상 낙찰자 결정은 3월 세 번째 주입니다. 곧바로 가격과 기술이전 등을 위한 협상이 5월까지 진행되고 상반기 중에 개발의 첫 삽을 뜬다는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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