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고토 겐지의 트윗 "아랍의 형제들은 나의 스승"

[월드리포트] 고토 겐지의 트윗 "아랍의 형제들은 나의 스승"
"눈을 감고, 꾹 참는다. 화가 나면 고함지르는 것으로 끝. 그것은 기도에 가깝다. 증오는 사람의 일이 아니며, 심판은 신의 영역. 그렇게 가르쳐 준 것은 아랍의 형제들이다."

이슬람국가, IS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된 일본 프리랜서 언론인 고토 겐지 씨의 5년 전 트윗입니다. 2010년 9월 7일에 남긴 이 트윗이 시간을 거슬러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습니다.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3일 오후 6시 40분)도 계속 늘어나, 리트윗이 29,600회를 넘겼습니다.

고토 씨가 시리아로 들어가기 직전 남겼던 휴대폰 영상, "앞으로 벌어지는 모든 일은 저의 책임입니다. 제게 무슨 일이 생겨도 시리아 사람들을 원망하지 마십시오"라는 말이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고토 씨가 IS에 의해 숨진 뒤, 78살의 모친 이시도 준코 씨가 힘겹게 쏟아낸 이야기, "이 슬픔이 증오의 사슬로 이어지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는다. 아들의 선량함과 용기에 대해서 세상이 알아 주기 바란다"는 말도 한층 더 무겁게 다가옵니다.
취파

고토 씨는 전쟁과 빈곤의 참상, 특히 어린이와 여성들의 고통에 주목했던 프리랜서 언론인입니다. 그가 프리랜서 언론인으로 활동하기 시작한 것이 1990년대 중반입니다.

공교롭게 저도 비슷한 시기에 기자생활을 시작했습니다. 20년 가까운 기자생활 동안 겨우 2~3번 경험한 중동과 분쟁 지역 취재만으로도 저는 고통스러웠습니다. 다가오는 현지인이 어떤 의도일까 끊임없이 의심했고, 저와 동료들의 안위가 가장 큰 관심사였습니다. 친구를 만들거나, 그들로부터 뭔가를 배운다는 생각은 전혀 해보지 못했습니다.
그래픽_일본인질고토

물론 어떤 평가는 냉정합니다. 고토 씨가 중동에 관심을 가진 이유를 요르단에 살았던 아내를 만났기 때문이라고 단순화하기도 하고, 찍기 어려운 영상일수록 더 좋은 값을 받을 수 있다는 프리랜서 언론인의 계산 때문이라고 냉소하기도 합니다. "다이아몬드보다 평화"라는 그의 책이 뒤늦게 베스트셀러가 되는 상황을 시니컬하게 바라보는 시선도 있습니다.

이런 저런 건조한 분석에 골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집단적 자위권에 공을 들이는 아베 정권이 고토 씨의 죽음을 사실상 방조 또는 이용할 것이다. 자국민의 잇단 피살이 결과적으로 아베 외교 노선, 적극적 평화주의의 강화로 이어질 것이다. 혹은 고토 씨 등의 피살이 국제사회의 대테러 공조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서.

모두 부분적인 진실과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걸 놓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죽은 이에 대한 예의'라는 교과서적인 얘기를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사람이 뒷전으로 밀리면 '연대'란 불가능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습니다.

일상의 평온함을 포기하고 '낯선 이들과 연대'에 헌신한 그의 노력은 존중받아 마땅합니다. 분쟁의 현장에서 사람을 만나고, 평화와 연대를 배운다는 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국적과 소속된 단체, 정치적 성향을 모두 떠나 그의 삶과 죽음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교훈이 분명 존재합니다.

하버마스의 말처럼, 낯선 사람들과의 연대야말로 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우리가 겪고 있는 민주주의의 위기도 바로 '낯선 이들과의 연대'보다 '우리끼리의 연대'만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가 남긴 트윗을 뒤늦게 접하면서 '세계 시민'과 '민주주의'에 대해 그리고 제가 하는 일과 사람에 대해 다시 한번 자세를 가다듬게 됩니다.

▶ '조종사 살해'로 되짚어본 IS의 인질 협상
▶ IS, 일본인 인질 추가 살해…日 "용서 못 한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