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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치매 환자가 사외이사…누가 거짓말하나?

[취재파일] 치매 환자가 사외이사…누가 거짓말하나?
라응찬 前 회장. 90년대 거의 대부분을 신한은행장으로 지냈고, 2000년대 거의 대부분 신한금융지주 회장이었다. 신한의 산 증인.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단초는 농심이 제공했다. 농심은 지난 29일 이사회를 열었다. 여기서 오는 3월20일 정기 주주총회 소집을 결의했다. 주총 안건으로 이사선임의 건을 올렸다. 사내인사 3명과 사외이사 3명이 후보다. 이 중 신규 선임은 사외이사 1명 뿐. 바로 라응찬 前  신한금융지주회장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농심은 치매를 앓고 있어서 법정 증언이 어려운, 또 검찰 소환 조사에 응하기 어려운 사람을 신임 사외이사 후보로 올린 것이다. 농심의 답변은 “건강이 회복된 것으로 알았다”이다. 이 답변은 치매에서 회복 중인 줄 알았다는 뜻이 되겠다.

참여연대는 지난해 10월과 11월 라응찬 前 회장 등 신한금융지주 경영진을 검찰에 고발한 바 있다. 자본시장법, 금융지주회사법, 은행법, 금융실명제법 위반 등의 혐의다. 이른바 ‘신한사태’로 불거진 차명 계좌, 비자금 조성, 불법 계좌조회, 정치자금 제공 등 라 前 회장을 둘러싸고 숱하게 제기된 의혹에 대해 철저히 재수사해 달라는 취지였다. 

라응찬 前 회장은 지난 2012년 11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 심리로 열린 ‘신한사태’ 공판에 불출석했다. 불출석 신고서에는 “신한사태 충격으로 알츠하이머병에 걸려 치료 중”이라는 내용이 있었다. 그러다 라 前 회장은 2013년 12월 이백순 前 신한은행장 재판 때 증인으로 출석했다. 참여연대는 당시 항소심 재판부가 이렇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라응찬은 검사의 질문에 대체로 명확하게 진술하면서도 신상훈의 변호인이 반대신문하면 ‘현재 앓고 있는 질환으로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변을 회피한다.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신상훈에게 유리한 부분에 대해서만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하는 게 석연치 않아 선뜻 믿기 어렵다”

참여연대는 ‘라 前 회장이 법원 증인 출석 때만 해도 괜찮아 보였는데 검찰 관계자가 직접 자택에 가서 이야기를 나눠봤더니 기억을 못하는 등 정확한 진술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다’는 검찰의 언론 인터뷰 기사를 제시하며 검찰이 라 前 회장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비호하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라 前 회장이 병세에 대한 의혹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는 청바지 차림의 정정한 모습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나타나 신한은행 직원의 의전을 받으며 출국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히기도 했다. 참여연대가 제시한 2015년 1월 신한은행 동우회 소식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송년회 모임에도 라 前 회장은 참석한 것으로 돼 있다.

라 前 회장이 상세히, 또 공개적으로 설명 못할 질환(알츠하이머)을 앓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 라 前 회장을 사외이사로 선임한 농심의 결정은 어이없는 일이다. 반대로 라 前 회장의 질환이 그리 심각한 게 아니라면 라 前 회장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사실 역시 어이없는 일이다.

후자일 경우에 문제는 더 복잡해진다. 신한금융지주는 지금 갑작스런 은행장의 와병으로 후계 구도가 꼬인 상태다. 차기 후보군들의 ‘各自圖生’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전통적으로 신한은 재일동포 주주들의 영향력이 강했고, 재일동포 주주들의 라 前 회장에 대한 신임은 각별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박민하 취재파일
박민하 취재파일
그가 신한은행 직원들의 의전을 받으며 해외 여행을 여유롭게 다니고, 동우회 송년회에 참석할 정도라면 신한지주 내 라 前 회장의 영향력은 여전하다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이미 꼬인 신한금융지주의 후계 구도는 더욱 복잡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차기 회장, 또는 행장 후보군 중에 누가 라 前 회장의 라인이며, 누가 라 前 회장과 대척점에 서 있는지 계속해서 논란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신한지주의 후계 구도 재편을 각별히 주시하기 시작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은행들 가운데 그나마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경영과 후계 체제를 정착시켜 온 것으로 평가받는다. 라 前 회장과 신한금융지주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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