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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플러스] "차라리 탈영이라면…" 주검으로 돌아온 아들

지난달 전남 목포에서 근무 도중 갑자기 사라졌던 이 모 일병.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돌아오지 않았다는 선임병의 말만 믿고 군은 탈영한 것으로 보고 수색에 나섰지만, 일주일 뒤 물에 빠진 시신으로 발견됐습니다.

알고 보니 운전병이었던 선임병은 실종 시각 차에서 잠을 자고 있었고 이 사실이 알려지면 처벌을 받을까 봐 거짓 진술을 했던 겁니다.

숨진 이 모 일병의 아버지는 아들을 잃은 슬픔에 더해 한동안 탈영병의 아버지라는 오명을 써야 했는데요.

김수영 기자가 직접 그 심경을 들어봤습니다.

[이 모 일병 아버지 : 부모된 마음으로, 애가 죽은 것보다는 차라리 탈영해서 잡히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죽어서 시체를 꺼내는 건 원치 않았던 거고, 나중에는 '아 그래, 제발 탈영이나 해라, 죽지 말고 탈영을 해라' 제 욕심에는 그랬습니다. 사실은….]

이 일병의 아버지는 지금이라도 아들이 명예를 되찾길 바란다며 차분한 목소리로 인터뷰에 응했습니다.

당시엔 아무도 들으려고도 믿으려고도 하지 않았지만, 아들은 학창시절 효행상도 여러 번 탔을 정도로 마음이 착한 아이였고 탈영은커녕 이번 달 새로 들어올 후임병을 위해 선물로 줄 목도리와 모자까지 준비해놓은 상태였습니다.

[이 모 일병 아버지 : 후임이 하나 들어온다니까 좋아서 얼굴도 모르는 후임을 주려고 사다 놨더라고요, 제가 관물대 가서 확인해 보니까. 저한테 전화로도 그랬거든요. '아빠 이제 한 15~20일이면 후임도 들어올 거야. 물론 그전에 휴가를 나가지만, 후임 주려고 물건 사느라고 돈을 많이 썼네' 하면서 전화가 왔거든요. 전화를 매일매일 하기 때문에….]

그 선임병이 거짓말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니면 애초에 규정대로 함께 경계 근무를 섰더라면 아들이 사고를 당했을 때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아버지는 많은 장병들이 애쓰고 고생했다며 모든 것을 용서했습니다.

[이 모 일병 아버지 : 그 얘기 처음 들었을 때는 뭐 진짜 생각 같아서는 가서 그냥 진짜 막 하고 싶었죠. 그냥. 막 대해주고 싶었지만, 어차피 죽은 애는 살아 돌아올 수 없기 때문에 그냥 다 용서하려고 하는 마음으로. 용서하고 사는 게 부모로서 그렇게 살면 우리 아들도 행복해하지 않을까. 또 워낙 심성이 착한 애라서 누구를 원망하며 살기는 바라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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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이야기로 넘어가 보죠.

우리 대표팀 비록 정상을 놓치긴 했지만, 준우승이라는 값진 결과를 얻었는데요.

이번에 우리나라만큼이나 축구에 대한 기대로 한창 들떴던 나라가 바로 중국이라고 합니다.

중국 내 분위기가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는데요.

베이징 임상범 특파원이 취재파일을 통해 전했습니다.

중국이 호주에 2대 0으로 지면서 4강 진출에 실패한 날 허베이성 스자좡시 중심가에 한 여성이 옷을 벗고 나타났습니다.

쌀쌀한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속옷 하나만 걸친 채 대로를 활보한 이 여성의 등에는 "국족정주"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국족, 즉 중국의 국가대표 축구팀이여 정주하라 그러니까 참고 견디라는 뜻입니다.

중국은 최근 국민들의 이런 열렬한 응원과 관심을 등에 업고 축구 부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축구를 전국의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의 필수 과목으로 편성한 데 이어 정부는 올해까지 6천 명의 학교 축구 교사를 양성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2017년까지는 2만 개의 초·중학교를 '축구 특기학교'로 지정하고 대학에도 200개의 팀으로 리그를 만드는 등 체계적으로 유망주를 발굴해 키우겠다는 계획입니다.

게다가 중국 부호들은 유럽의 명문 클럽들이나 브라질 팀들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습니다.

이미 부동산 재벌 완다 그룹은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 AT 마드리드의 지분 20%를 사들였습니다.

여기에 쏟아 부은 돈만 우리 돈 560억 원에 달합니다.

이뿐 아니라 완다 그룹은 마드리드에 3천만 유로를 투자해서 중국인들이 축구 조기 유학을 할 수 있는 교육 센터를 만들기로 했고 역으로 AT 마드리드는 중국에 축구 아카데미 3곳을 설립한다고 합니다.

중국은 정치, 경제, 군사,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거침없이 일어서고 있죠.

이제 이런 힘이 스포츠, 그중에서도 축구에도 투사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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