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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그냥 뒀다가 냄새나면 다 같이 화장해버려"…어느 장묘업체의 불편한 진실

[취재파일] "그냥 뒀다가 냄새나면 다 같이 화장해버려"…어느 장묘업체의 불편한 진실
영상은 충격적이었습니다. 동물 사체들은 종이에 싸인 채 방치돼 있었고, 화로에는 7~8마리가량 되는 동물 사체가 한꺼번에 들어갔습니다. 화장이 끝난 화로엔 크고 작은 뼈 수백 개가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직원들은 그 유골을 모으더니, 믹서로 갈아버렸습니다. ‘털털~ 이잉~’ 귓전을 때리는 둔탁한 소리. 한땐 누군가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동물들은 그렇게 거친 기계음과 함께 한 줌의 가루로 사라져 갔습니다.
 
● “비용을 아끼기 위해 동물 사체를 한꺼번에 화장한다.”

처음 취재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반신반의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반려동물 장묘업체에서 ‘동물 사체를 내버려뒀다가 한꺼번에 화장해버린다.’라는 게 믿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먼저, 해당 장묘업체 인터넷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습니다. 동물을 한 마리씩 화장한 뒤 유골을 주인에게 보내는 이른바 ‘개별 장례’ 방식으로 영업한다고 광고해왔습니다. 제가 전화로 물었을 때도, “여긴 단순히 동물 사체를 처리하는 곳이 아닙니다. 동물이 편히 갈 수 있게 도와주는 곳입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저희 취재진이 확보한 30G 분량의 영상엔 전혀 다른 모습이 담겨 있었습니다. 동물 사체가 종이 상자에 담긴 채 여기저기 방치된 건 물론 당일 화장한다는 설명과 달리 일부는 화장되지 않고 나흘동안 보관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인 건 역시 동물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 화장하는 점이었습니다. 영상 속 직원들은 익숙한 솜씨로 동물 사체 6~7마리를 화로에 넣고 한꺼번에 화장해버렸습니다. 해당 장묘업체에서 화장을 담당했던 직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전직 장묘업체 직원]

“사체 모아서 한꺼번에 화장하는 건 경비 때문이다. 화장 비용이 최소 20만 원인데, 7마리를 한꺼번에 화장하면 6마리 분, 120만 원이 남는 거다. 기름도 비싸고 화장을 자주 화장하면 그만큼 기계도 상하니까 그런 이유도 있다. 또, 한 마리씩 하면 시간이 오래 걸려서 방문한 손님들이 기다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손님들이 안 오는 늦은 오후나 아침 일찍 출근하자마자 해버린다. 화장은 사체 20kg 정도를 모아서 했다. 그 이상이 되면 사체에서 나오는 기름이 많아 불이 크게 번져서 기계가 상한다. 사체는 주로 택배로 받는데 사체가 오후 5시 넘어들어오면 당일 하지 않고 다음 날로 미뤘다. 규정상 해가 지면 화장을 할 수 없으니까 내일로 넘기는 거다. 그냥 뒀다가 냄새나면 다 같이 화장해버려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이 같은 진술은 저희 취재진이 확보한 영상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실례로, ‘앵두’란 이름의 강아지는 업체에서 보관 중인 장례 의뢰서에는 3월 30일 정오에 화장한 것으로 기록돼 있었습니다. 실제로 취재진이 만난 강아지 주인도 화장을 의뢰한 다음 날 유골을 받았다고 확인해줬습니다. 하지만, 증거 영상에 담긴 앵두는 4월 2일까지 종이에 싸인 채 방치돼 있었습니다. 주인이 받은 유골은 자신이 키우던 ‘앵두’가 아닐 가능성이 매우 커 보였습니다.
 
혹시, 사체 여러 마리를 화로에 넣기는 했지만, 사전에 잘 분류해서 화장은 개별적으로 이뤄 질 수도 있지 않은가? 이런 의구심을 해결하기 위해 화장 직후 찍은 유골 영상을 전문가인 수의사와 함께 분석해 봤습니다. 유골 영상을 면밀히 분석한 전문가는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동물 한 마리에서 이만큼 많은 뼈가 나올 순 없다. 뼈 크기도 다양하고, 두개골도 여러 개 보인다. 소형견에서 중·대형견까지 다양한 종류의 동물이 같이 화장된 것으로 보인다.
 
● “체중 1kg당 한 숟가락씩 유골을 퍼서 보냈다.”

유골을 전달하는 과정도 충격적이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이 업체는 여러 마리의 유골을 믹서로 갈아버렸습니다. 그리고 밀가루 가루처럼 분쇄된 뼈를 동물 1kg당 플라스틱 숟가락으로 한 숟가락씩 담았습니다. 예를 들어, 5kg짜리 동물을 의뢰했다고 하면 다섯 숟가락, 7kg 동물이라면 일곱 숟가락을 퍼서 보내는 식이었습니다. 주인이 받는 유골은 다른 반려견의 뼈가 혼재된 유골인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는, 앞서 설명한 대로 만약 사체를 접수한 당일 화장하지 않고 며칠씩 방치했다면, 주인이 받은 유골엔 내가 사랑한 동물의 뼈가 전혀 포함돼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해명을 듣기 위해 업체를 직접 찾아갔습니다. 취재진을 맞이한 담당자는 사체 여러 마리를 같이 화장하는 건 들어본 적도 없다며 금시초문이라고 답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등장하는 증거 영상을 보여주자, 지금 당장 뭐라고 설명하기가 어렵다.”라며 말이 바꿨습니다. 뒤늦게 나타난 대표는 퇴사한 직원 혼자 꾸민 자작극이라고 얘기했습니다. 하지만, 현직 직원이 사체 여러 마리를 화장하는 영상을 다시 보여주자, “직원이 무엇을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난 잘 모르는 일이다.”라고 해명했습니다.
반려동물 장묘업체
 
● 업체 대표가 직접 '합동 화장' 지시하기도

SBS ‘8시 뉴스’ 보도 후, 해당 업체는 홈페이지에 안내문을 올려 “회사에 앙심을 품은 직원이 악의적으로 영상을 만든 것으로, 자신들은 나름의 자부심으로 맡은 바 일에 최선을 다해왔다.”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이 2008년부터 확보한 업체의 회계장부, 화장의뢰서, 입금 내역, 화장 기록지, 30G 분량의 동영상을 분석한 결과, 업체가 설명한 ‘나름의 자부심’ 무엇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특히, 15년 동안 동물을 공부해온 수의사 출신인 취재기자 본인의 관점에서 볼 때, 적어도 “동물을 누구보다 아끼고 사랑한다.”라는 업체의 해명을 이해해 줄 수 있는 구석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자신은 모르는 일이라는 대표의 해명과 달리, 제가 확보한 증거 영상에는 대표가 직접 ‘합동 화장’을 지시하는 모습이 선명하게 포함돼 있었습니다.
 
[SBS 8시 뉴스 : 여러 마리 한꺼번에 화장…유골도 '엉터리']

최근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며 반려동물 장묘업체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공식적으로 허가받은 곳만 11곳, 무허가 업소까지 더하면 전국에 30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한해 죽은 반려동물 12만 마리 가운데 1/3인 4만여 마리가 이런 장묘업체에서 화장되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은 반려동물을 단순히 동물이 아닌 한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가족처럼 느끼는 반려동물을 다른 동물들과 함께 화장해 뒤섞인 유골을 받게 된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해당 업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더 철저하게 이뤄져야 할 이유입니다. 수사 당국이 모든 사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혀주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을 시청자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지켜보겠습니다.  


▶ [생생영상] 믿었더니 '뒤섞어 화장'…반려동물 유골도 '가짜'
▶ 반려동물 여러 마리를 한꺼번에…'엉터리 화장'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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