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우리 사회에서 영어는 관심이 높은 만큼 또 많은 스트레스를 주기도 하죠. 한 회사원이 업무에 필요한 영어를 잘 못해서 스트레스를 받다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대법원이 업무상 재해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보도에 이한석 기자입니다.
<기자>
유명 사립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19년 동안 토목사업 업무를 담당했던 오 모 씨는 2008년 10월 쿠웨이트 공사 현장으로 나갈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파견 직전 현지 출장을 다녀온 뒤 해외 근무를 포기하기로 했습니다.
서투른 영어 때문이었습니다.
공부를 해봤지만, 영어는 늘지 않았고 중압감에 우울증세가 나타났습니다.
불면증과 장염으로 체중은 10kg 가까이 빠졌습니다.
아내에게는 영어를 못하는 자신이 구조조정 1순위라며 답답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두 달 뒤 회사 건물 옥상에서 투신해 숨졌습니다.
오 씨의 아내는 남편의 죽음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 달라고 소송을 냈지만 1심과 2심 모두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영어로 인한 스트레스가 사회 통념상 감당하지 못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본 겁니다.
그러나 대법원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영어가 업무와 관련 있고 영어 스트레스 때문에 우울증이 심해져 자살에 이른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김선일/대법원 공보관 : 영어 스트레스로 해외 파견근무를 포기해 발생한 자신감 상실, 우울증 때문에 자살한 것으로 판단할 수 있는 경우에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할 수 있다는 판결입니다.]
영어 스트레스도 업무상 재해라는 이번 대법원 판결은 영어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어느 나라 못지않은 우리 사회에 적지 않은 논란거리가 될 전망입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 영상편집 : 김경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