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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대통령 비서실장의 '그랜드 슬램'

[월드리포트] 대통령 비서실장의 '그랜드 슬램'
일요일인 지난 25일 모처럼 '그랜드 슬램'이 나왔다. 그랜드 슬램 - 야구나 테니스, 골프 같은 스포츠 이야기가 아니다.

어느 뉴스메이커, 화제의 인물이 미국 주요 방송사의 일요 시사 프로그램에 전부 출연하는 것도 '그랜드 슬램'이라고 부른다. 종종 있는 일이지만 흔치는 않다.

그 주인공은 누구였을까?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데니스 맥도너 (Denis McDonough), 오바마 대통령의 백악관 핵심 참모다.

이날 데니스 맥도너는 지상파 3개 네트워크 일요 시사 프로그램에 연쇄 출연했다. CBS의 '페이스 더 네이션 (Face the Nation)', ABC의 '디스 위크 (This Week)', NBC의 '밋 더 프레스 (Meet the Press)'에 나왔다.

이에 앞서서 케이블 방송 시사 프로인 '폭스 뉴스 선데이 (Fox News Sunday)', CNN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State of the Union)'에까지 출연했으니 진정 그랜드 슬램이다. 한 프로에서 10분씩만 이야기를 해도 50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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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C의 스테파노풀로스와는 화상 대담을 했다. CBS의 노장 언론인 밥 시퍼, NBC의 젊은 정치 전문 기자 척 토드와는 스튜디오에서 마주 앉았다.

텔레비전 2대를 켜 놓고 보고 있는데 딱 걸렸다. 프로그램 시간이 같은 NBC와 CBS 두 프로에 동시 출연했으니, 어느 하나는 사전 녹화를 했음이 틀림없었다. 일요일 오전 개인 일정 상 5개 프로 출연 분 전부를 미리 녹화한 것일 수도 있겠다. 다들 생방송인 것처럼 꾸몄지만...

아무려면 어떠랴! 중요한 건 백악관 비서실장이 TV에 나왔다는 사실이고 그가 어떤 말을 통해 대통령의 생각을 국민들에게 전하느냐다.

언론들은 왜 하나같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불렀을까?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있은 지 닷새 뒤였다. 의회에서 국정 최고책임자가 던진 화두, 총론에 대해 각론을, 미처 짚지 않은 부분이 있다면 그 여백의 의미를 묻고, 또 듣고 싶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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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멘 사태와 알카에다, 미국의 대테러 전략,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 문제, IS에 납치된 일본인 문제를 물었고 역시 IS에 억류된 미국인 여성의 안위 문제도 캐물었다. 국정연설 직후 공화당이 백악관 모르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초청한 일까지 터져 나와 외교 문제에 질문이 쏟아졌다.

중간 선거 패배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뭐냐며 국내 문제들을 물었고, 미식축구 공에 누군가 바람을 뺀 '디플레이트 게이트'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까지도 알고 싶어 했다.

맥도너는 하나하나 답을 했다. 자신의 생각이자 대통령의 생각, 백악관의 생각을 전할 수 있을 만큼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미국인 여성 인질 문제를 얼마나 중하게 생각하는지 답하다가 여성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실수를 하기도 했다. 그리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TV 출연이 다였을까? 그렇지 않다. 이보다 사흘 전인 목요일 낮 워싱턴 시내 메이플라워 호텔 로비에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백악관에서 다섯 블록 떨어진 곳이다. 이날 정치 전문지 '폴리티코(POLITICO)'가 '플레이북 런치'라는 월례 대담을 주최했고 올해 첫 손님으로 백악관 비서실장을 초청했다. 비서실장을 통해 대통령의 생각을 엿보고 싶은 시민들이 줄을 섰다.

공짜 점심까지 주니 일석이조다. 그렇다고 대단한 '오찬'은 아니다. 딱딱한 샌드위치에 과자, 과일, 청량음료, 그리고 커피 한 잔 정도다. 아무튼 점심시간을 이용해 모여든 '정치적 시민'들은 샌드위치 하나 씩 손에 들고 오바마의 정치 참모 맥도너의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였다. 워싱턴에 올 수 없는 청중들을 위해 인터넷으로 생중계했고, 궁금한 건 트위터로 물을 수 있게 했다. 그렇게 1시간 생각을 나누고 각자 일터로 돌아갔다.

백악관에서는 대변인이 매일 역시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브리핑을 하지만, 대통령 비서실장은 무게감이 또 다르다. 비서실장 뿐 아니라 국가안보보좌관, 부보좌관, 선임 고문 등 백악관 참모들의 방송 출연은 말 그대로 '다반사'다. 언론은 궁금한 것을 묻고 그들은 답한다.

백악관과 국무부, 국방부의 대변인들은 아침 지상파 방송에서 오후 케이블, 심야 알자지라 방송까지 생방송으로 연결해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느라 제대로 쉴 시간이나 있을지 모르겠다. 당연히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싶겠지만 일방통행 식 홍보는 없다. 궁금증을 풀어줘야 한다. 함량미달이면 설전을 벌이다 망신만 당하고 다음을 기약하기도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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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도너가 폴리티코 대담에 나온 날 오후 오바마 대통령은 유튜브에 출연했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일정이었다. 유력 청년 블로거 3명으로부터 차례로 질문 공세를 받았다.

북한 문제 해결에 군사적 해법은 답이 아니다, 그런 정권은 결국 무너질 것이라는 말이 나온 게 바로 이 자리였다. 대통령의 직설에 관계 당국자들도 놀랐다는 후문이다. 해킹 뿐 아니라 건강보험 문제, 흑인 민권 문제 등을 놓고 45분간 이야기했다. (보러 가기)




오바마 대통령은 인도 방문을 마치면서 CNN 앵커 파리드 자카리아와 마주 앉았다. 인도 태생의 국제정치학 박사로 'GPS'란 프로를 진행한다. 해외 순방 중 꼭 미국 내 한 언론사와 단독 인터뷰를 한다. 고루 돌아가면서 하니까 불평도 없다.

지난해 말 연말 휴가를 떠나면서 백악관 브리핑 룸에서 송년 회견을 했고, 같은 날 이어서 CNN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는 캔디 크롤리와 고별 인터뷰를 했다. NPR 라디오와도 개별 인터뷰를 하느라 휴가 출발은 꽤 늦어졌다.

이쯤 되면 '커맨더-인-치프' 최고사령관 오바마는 '최고소통관' (Communicator-in-Chief)이라 할 만하다. 비서실장을 비롯해 백악관 참모나 각료들 역시 맡은 분야의 소통에 게을리 했다간 혼쭐이 날 게 뻔하다.

이 글을 쓰는 지금 MSNBC 방송엔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과 미치 매코널 상원 대표가 CBS의 '60분'에 출연했던 모습이 흘러나온다.

대화와 대담, 토론, 스피치에 이은 Q&A - 정치 커뮤니케이션은 워싱턴에선 그냥 일상이다. 개인 성격에 따라 노출 정도에 차이는 있겠지만 누구도 축적된 소통의 무게를 피해갈 수는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는 것이다. '그랜드 슬램'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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