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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뜨거운 강원도의 겨울

겨울 축제 전성시대

[취재파일] 뜨거운 강원도의 겨울
강원도의 겨울이 뜨겁다. 눈과 얼음을 주제로 하는 강원도의 다양한 겨울 축제장마다 추억을 만들려는 관광객들로 연일 성황이다. 지난 10일 개막한 화천 산천어 축제장에는 개장 19일 만에 방문객이 128만 명을 넘어섰다. 지한해 같은 기간보다 몇 13% 증가한 수치다. 개막한지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태백산 눈 축제에도 벌써 27만 명이 몰렸고, 평창군에서 열리는 송어축제에도 개막 54만 명이 다녀갔다. 딱 17일 동안 열렸던 홍천강 꽁꽁 축제에도 역대 최다인 50만 명이 찾았다. 그야말로 겨울 축제장마다 뜨거운 열기를 실감하고 있다.
 
꽁꽁축제
겨울 축제의 성공은 춥고 불편해서 쓸모없던 강원도의 겨울을 기회의 시간으로 바꿔놓았다. 눈 많고 매서운 한파 때문에 마땅한 시설재배도 불가능한 강원도의 겨울 동안에 각종 축제가 지역경제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된 것이다. 9년 연속 관광객 100만 명 돌파.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2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인 화천 산천어 축제가 화천군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이다. 겨울 동안 화천군을 먹여 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4년 자료를 보면 축제기간 23일 동안 전국에서 131만 명이 산천어 축제장을 찾았다. 이 가운데 91%인 120만 명이 외지에서 찾아온 관광객이었다. 2만 7천 명 정도인 화천군 전체 인구의 무려 44배가 넘고, 155만 명인 강원도 전체 인구와 맞먹는 규모다. 외지 방문객 1명이 축제 체험이나 숙박, 식음료비로 평균 5만 4천 원 정도를 사용해서 654억 원의 직접 유입 효과를 봤다. 생산 유발효과도 806억 원에 달한다. 화천군의 2014년 한해 예산이 2,200억 원 정도인 것을 감안하면 어마어마한 경제적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강원도 겨울 축제의 출발은 1992년 처음 시작한 대관령 눈꽃축제였다. 눈과 얼음, 추위를 처음으로 즐길 수 있는 축제의 대상으로 인식했고 이는 2년 뒤 태백산 눈 축제로 이어졌다. 눈과 얼음, 추위에 낚시라는 새로운 체험 요소를 가미한 것은 1998년 개막한 인제 빙어축제다. 소양호의 드넓은 얼음판 위에서, 소양호에서 가장 많이 잡히는 빙어를 주제로 본격적인 체험형 겨울축제의 시작을 알렸다. 2003년 시작한 화천 산천어 축제는 겨울 체험형 축제를 전국으로 퍼지게 한 기폭제라고 볼 수 있다. 해마다 흥행 대박을 경신하며 12년 만에 대한민국 최고의 겨울 축제로 자리 잡았다.
 
산천어 축제
화천 산천에 축제의 가장 큰 장점은 남녀노소 누구나 특별한 기술 없어도, 또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맘 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경제 성장과 함께 과거보다 여가를 즐기려는 욕구가 크게 늘어났지만 여전히 스키장 밖에 마땅히 갈 곳이 겨울철에 산천어 축제는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낚시 전문가가 아니어도 산천어를 잡고, 맛보고, 눈과 얼음을 즐길 수 있는 오감 만족의 기회를 제공한 것이다. 다양한 볼거리와 색다른 이벤트, 넓은 강과 매서운 추위, 수도권과 가까운 지리적 이점에, 주말에는 평균 1,500명이 넘는 인원이 자원봉사자로 참여할 만큼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지도 성공 요인으로 볼 수 있다. 대한민국의 겨울에 새로운 놀이 문화를 제공한 것이다.
 
산천어 축제의 대박은 전국적으로 낚시 축제 붐을 일으켰다. 강원도는 물론 전국 각지에서 얼음을 뚫고 물고기를 낚는 비슷한 형태의 겨울 축제가 줄지어 생겼다. 정확한 분석이나 준비 없이 단순히 베끼기만 하다가 실패한 곳도 있지만 성공을 거두며 명성을 쌓아가는 곳도 많다. 그러나 겨울에 얼음에서 낚아 올릴 수 있는 물고기 종류가 한정돼 있다 보니까 축제 대부분 서로 비슷비슷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수익을 내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물고기를 적게 풀어 놓아서 잘 잡히지 않는다는 불만도 축제장 곳곳에서 들려온다. 겨울 한철 산천어와 송어 수요가 급증하면서 물고기 값이 오르기도 하는 부작용도 보인다.
 
꽁꽁축제
축제가 성공하려면 지역의 특성을 잘 살려서 독창적이고 창의적인 내용물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남이 하니까 나도 해보자는 안이한 생각으로는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 주민과 사회단체도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고, 지역의 다른 관광지나 숙박업소와도 유기적으로 연계해야 한다. 잠깐의 흥행에 따른 자신감으로 초심을 잃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경제적 성과에 눈이 멀어 양으로만 승부해서도 곤란하다. 질적 성장을 모색하고 축제의 고급화를 위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특히 강원도는 더욱 절박함이 필요하다. 2013년 강원도의 지역내 총생산은 전국의 2.4%, 1인당 개인 소득도 1,370만원으로 전국 16개시도 가운데 전남에 이어 두 번째로 최하위에 그쳤다. 면적은 넓지만 산이 많아서 인구는 적고, 산업이 빈약하다보니 투자도 적다. 관광산업 의존도가 클 수밖에 없지만 그마저도 여름, 가을철 위주로 편중돼 있었다. 그러나 다행히 겨울축제가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관광 비수기인 겨울에도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추위를 무릅쓰고 먼 길을 마다 않고 와준 관광객들이 고마울 따름이다. 그들을 실망시키지 않고, 어렵사리 찾아온 기회를 제대로 활용해야 하는 것. 강원도와 강원 도민들이 진지하게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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