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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대통령의 불통?…3인방부터 변해야



정치부 정준형 기자입니다. 오랫만에 취재파일을 올립니다.

지난 23일 박근혜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이완구 총리 후보자를 발표하면서 청와대 조직개편 인사도 함께 발표했습니다. 청와대 조직개편에서 가장 관심을 모았던 부분이 김기춘 실장과 이른바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3인방 비서관이었는데, 김 실장은 당분간 유임, 3인방은 청와대에 그대로 남되 업무를 조정하고 자리를 이동하는 방식으로 개편을 했습니다.

이 때문인지 청와대 개편 발표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뒷말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마도 김기춘 실장보다는 청와대에 그대로 남게 된 핵심 3인방 비서관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김기춘 실장은 후속 개각과 청와대 개편 작업이 모두 마무리되면 물러날 가능성이 클 것으로 관측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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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만 총무비서관(왼쪽) 정호성 제1부속실비서관(오른쪽)
 
3인방 비서관과 관련해 일부에서는 3인방의 영향력이 오히려 더 커진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습니다.이재만 총무비서관의 경우 고위공직자 인선을 담당하는 청와대 인사위원회 참석은 배제됐지만, 청와대 내부 인사와 예산을 그대로 도맡게 됐고,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은 폐지된 제2부속비서관실 업무까지 떠맡아 업무 범위가 더욱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안봉근 제2부속비서관은 국정홍보비서관 자리로 이동해 공식적으로 정부 각 부처의 대변인실을 관할해 국정홍보 방향을 조정하는 역할을 하게 된 만큼 오히려 세 비서관의 역할이 더 커지게 됐다는 겁니다.

또 일부에서는 홍보 업무를 맡아본 적 없고 주로 수행 업무만 맡아오던 안봉근 비서관이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이동한 것을 놓고 전문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안봉근 국정홍보비서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

박 대통령이나 3인방 비서관들 모두 아마 이런 비판들은 미리 예상하지 않았을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이 3인방 비서관을 꼭 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이들을 대체할만한 사람을 찾지 못해서였던게 가장 큰 이유였겠죠.

저는 여기서 3인방의 소통 방식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박 대통령은 취임이후 줄곧 '불통' 논란에 시달려왔습니다. 지난해 신년 기자회견 때도 불통에 대한 기자의 질문이 있어서 답을 하기도 했지만, '말이 안통하네트'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인터넷 SNS를 중심으로 돌기도 했습니다.

  지난해말 청와대 문건유출 사태가 불거진 이후엔 박 대통령의 불통 논란은 오히려 더 커졌고 박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소통이 잘 안되는 이유'에 대해 질문을 받고 잘 해나가겠다고 답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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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일까요? 박 대통령은 지난 20일 국무회의에 앞서 장관들과 이례적으로 티타임을 갖기도 했고,  26일 열린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서도 새로 임명한 수석비서관, 특보들과 함께 티타임을 갖는 모습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26일 수석비서관 회의의 경우 늘 해오던 청와대 본관 건물이 아닌 참모진이 일하는 위민관에서 처음으로 회의를 열기도 했습니다. 또 회의가 끝난 뒤엔 이례적으로 수석들과 토론한 내용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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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한편으로 각 수석비서관들에게 앞으로는 기자들도 적극적으로 만나서 현안에 대해  설명할 기회를 갖도록 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동안 보안만 강조한 나머지 소홀해왔던 언론인들과의 소통에도 힘을 쓰겠다는 뜻입니다.      

박 대통령은 이런 열린 소통행보가 앞으로 어떻게 이어질지 두고봐야겠습니다만, 제 개인적으로 대통령 못지않게 최측근으로 꼽히는 3인방 비서관들의 자세도 변해야한다고 봅니다. 그동안 3인방 비서관들의 경우 보안 문제와 자신들에게 쏠린 시선 때문에 기자들을 잘 만나지 않아왔습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입장에서 자신들의 말 한마디가 잘못 기사화돼 보도될 경우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문제는 박 대통령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아는 이들 세 사람이 소통을 등한시하다보니   세 사람에 대해 자연스레 갖은 억측만 쌓이게 된 것입니다. 여의도 시절부터 불려온 이른바 '문고리 권력'말이 더욱 확산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됐다는 말입니다. 나아가 청와대를 출입하는 기자들마저 '박 대통령의 생각이 무엇인지'에 대해 제대로 읽을 수가 없다보니 불통 논란이 더욱 커질 수 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하면 3인방 비서관은 이렇게 말을 할지 모릅니다. 대통령의 생각이야 홍보수석이나 대변인을 통해서 물어보면 되지 않느냐구요.      

노무현 정부 때와 잠시 비교해볼까요? 당시엔 이른바 '좌희정 우광재'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지금 충남지사로 있는 안희정 지사와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를 부르는 말인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이들의 경우 기자들과 적극적으로 만나 노 전 대통령의 국정 철학을 이야기했습니다.  

그 때문에 당시 청와대나 정당을 출입했던 기자들은 간접적으로나마 노 전 대통령의 생각을 읽을 기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당시에도 홍보수석이 있었고 대변인이 있었습니다. 그럼 그 당시 홍보수석이나 대변인들은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제 역할을 못했을까요?      

물론 안희정, 이광재 두 사람의 경우 자신들이 정치적 꿈을 갖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다는 점에서 지금의 3인방 비서관과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또 당시 노 전 대통령과 안희정.이광재 두 사람이 수평적 관계였다면, 지금의 박 대통령과 3인방의 경우 수직적 관계라는 점도 크게 다른 점 가운데 하납니다. 당시와 지금을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 어렵다는 말입니다.      

그럼 지금 이 상태 그대로 가야할까요? 대통령의 국정철학을 가장 가까이에서 공유하는 3인방이 한발 앞으로 나서야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특히 제2부속비서관에서 국정홍보비서관으로 자리를 옮긴 안봉근 비서관의 경우 더더욱 그래야할 것입니다. 그동안 제2부속비서관이란 자리가 대통령을 수행하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일을 했다면, 앞으로는 각 부처의 대변인들을 모아 회의도 자주 열고 얼굴을 맞대가며 홍보 방향을 논의해야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자들과의 만남도 회피하지 말아야할 것입니다.  

과거부터 잘 아는 몇몇 기자들을 만나고서 언론과도 열심히 소통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간 자칫 변한게 하나도 없고 더욱 폐쇄적이 됐다는 욕만 먹게 될 가능성이 클 것입니다.      

요즘엔 기자가 '기레기'로 불리기도 합니다만, 그래도 국민을 대신해서 열심히 취재하는 기자들이 많습니다.   기자들을 만나는 건 국민을 만나는 겁니다. 3인방 비서관이 과연 변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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