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월드리포트] '치매 카페'…격리 아닌 공존을 고민하는 일본

초고령사회를 넘는 일본의 지혜…'치매 카페'

[월드리포트] '치매 카페'…격리 아닌 공존을 고민하는 일본
앞치마를 두른 70대 할아버지가 웃는 얼굴로 차를 내옵니다. 케이크나 과자를 먹으면서, 70대 고령자에서부터 2, 30대 젊은이까지 같은 공간에서 이야기를 나눕니다. 경우에 따라, 음악회가 열리기도 하고, 간단한 가구를 직접 만드는 체험 행사도 열립니다.

일본 '인지증(認知症) 카페' 즉 '치매 카페'의 모습입니다.

초고령사회 일본이, 고령사회와 불가분인 '치매' 문제에 관해 고민해 온 결과물 중의 하나가 '치매 카페'입니다. 치매 환자를 집안이나 시설에 '격리'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한 일상생활 속에서 '공존'하는 방법을 찾으려는 노력의 하나입니다.

2012년 7월 문을 연, 일본 도치기현 '이시쿠라 카페'의 예를 들어볼까요.

'이시쿠라 치매 카페'는 도치기 현 우츠노미야 시의 한 치매환자 '가족회' 제안으로 만들어졌습니다.(지역 공동체가 발달한 일본에서는 치매 환자나 환자 가족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는 '가족회'가 지역 단위로 많이 존재합니다) '가족회'가 열린 어느날, 치매 환자인 A씨가 제안을 했습니다. "내가 늘 생각하던 건데, 우리 동네 사람들이 치매에 관해 더 많이 알았으면 좋겠다"라고.

'치매'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서, 교류와 대화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던 '가족회'는 A씨의 제안을 적극적으로 전파했고, 지자체도 이에 호응했습니다. 우츠노미야 시의 지원과 지역사회 자원봉사가 더해져, 쓰지 않던 공공 창고 공간 한 곳이 '치매 카페'로 변모했습니다.

'치매카페'는 매달 1~2차례 열리는데, 참가비는 100엔(우리돈 1,000원 정도)입니다. 한번에 30명 정도 규모로 열립니다. 치매 환자와 가족들뿐만 아니라 자원봉사자나 의료진 등 지역사회 구성원 누구나 참가 가능합니다. 간단한 다과를 함께 하면서 이런 저런 정보도 교환하고, 체험행사를 통해 '일상생활' '인간관계'를 지속합니다.
치매카페
 
치매 환자에게 있어서는 '인간관계'를 지속한다는 '일상의 기쁨'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무엇보다 큰 장점입니다. 젊은 자원봉사자나 일반 시민 입장에서는, 머지않은 장래에 자신에게 닥칠 수 있는 '치매'에 관해서 미리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될 것이고, 의료 전문가들은 치매 치료 및 관리 방법에 대해서 가다듬는 기회를 가질 수 있습니다.

일본이 '치매 카페'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초기 치매' 관리의 중요성에 주목하기 때문입니다. 중증 치매 환자라면 시설이나 집안에서 보호해야겠지요. 물론 그런 부분에 대한 지원과 예산 확보도 중요합니다. 그러나 그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치매'를 가급적 빨리 발견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겠죠.

'치매와 공존하는 일상생활'이라는 '치매 카페'의 취지도 바로 이것입니다. 누구나 치매에 걸릴 수 있고 또 그럴 경우 집안이나 시설에 '격리'되는 '인생의 끝'이아니라, 사회 전체가 서로 도우면서 '관리해 나가는 질병'으로 인식을 바꾸자는 생각이 깔려 있습니다.

'치매 카페'는 일본 정부의 치매대책(오렌지플랜)의 하나로 최근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앞서 소개한 '이시쿠라 치매 카페'처럼 '가족회'가 확대된 형태도 있고, 복지시설에서 운영하는 형태, 지자체가 중심이 된 시범사업 등 다양한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형식은 달라도 치매환자와 가족, 지역사회가 저렴한 비용(100~500엔)으로 '일상생활'을 함께 한다는 핵심 취지는 동일합니다.

일본은 치매대책 5개년 계획인 '오렌지플랜'을 더 강화해 '新오렌지플랜'을 어제(27일) 발표했습니다. '치매카페' 외에도 '치매 관리사 육성' '진단 및 치료 지원체계' '초기치매 관리대책 강화' 등이 포함돼 있습니다. 모두 '격리'가 아닌 '공존'의 관점에서, 지역사회와 더불어 치매 문제에 접근하려는 대책들입니다.

2012년 현재 일본의 치매 환자는 462만 명인데, 2025년이 되면 65세 이상 인구 5명 중 1명 꼴인 700만 명으로 늘어날 전망입니다. 치매 치료와 관리 문제는, 고령사회로 진입할수록 더 큰 사회적 과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어떤가요?

우리도 '국가치매관리 종합계획'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부산 치매가족 지원프로그램' 같이 일본의 가족회와 유사한 '공동체'도 시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치매환자의 60% 이상이 치매 환자 가족의 몫으로 맡겨져 있습니다.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있는 요양병원이 유일한 대안이라는 식으로 논의되는 것은, 어쩌면 우리가 치매 문제에 관해 너무 나태하기 때문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입니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속도로 고령사회, 초고령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의 노인복지 의제는 한달에 연금을 얼마나 어떻게 주느냐의 문제에 너무 지나치게 발목잡혀 있다는 생각입니다. 돈이 아닌 생활(공존)의 관점에서 풀어야할 문제도 널려 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