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시 이용관 집행위원장은 영화계 각종 원로를 비롯해 많은 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해 최종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 위원장은 “다이빙 벨 상영에 대한 좀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했지만 이렇게까지 정치적 논란이 있을 줄은 몰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를 두고 영화계를 비롯한 부산의 문화계는 다이빙 벨 상영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가 더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정부와 부산시가 “부산국제영화제를 손볼 것이다” “이 위원장 체제가 무사하겠느냐?”는 걱정이 봇물처럼 터져 나왔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2개월이 조금 지난 23일 정경진 부산시 행정부시장이 직접 이 위원장을 만나 ‘서병수 부산시장의 뜻’이라며 사퇴 압박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토요일인 24일 보도 자료를 통해 우회적인 사퇴 요구를 했습니다.
그 내용은 BI FF(부산국제영화제) 지도 점검 결과 * 직원 채용 시 공채를 시행하지 않아 조직 폐쇄성이 높아졌고 * 업무 긴급성을 들어 사전 결제 없이 예산을 집행하는 등 재정 운영이 방만하고 * 규정상 작품 선정 시 프로그래머가 작품 섭외 후 상임 집행위를 열어야 하는데 지키지 않았다 “며 올해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인물을 집행위원장으로 맡기고 싶다고 통보한 겁니다.
BI FF 측은 “지적한 문제의 소명과 시정 방안을 원한다면 준비한 자료를 제출 할 테니 서 시장을 만나게 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시 측은 “자료를 주면서 시장에게 전달하겠다“고 답했습니다.
지난 23일 만남에는 시 측에서 정경진 행정부시장과 김광회 문화관광국장이, BI FF 측에서는 이 위원장과 김지석 수석프로그래머가 나왔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 위원장은 “서 시장의 뜻이냐. 권고사직이냐?”라고 확인했고, 정 부시장은 “그렇다”고 답했습니다.
사실 BI FF가 20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폐쇄적’이라거나 ‘관료적’이라는 비판이 영화계 내.외부에서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부산시의 고충이나 가슴앓이도 이해는 되지만 이런 식의 찍어내기식 문화행정은 정도가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더 큽니다. 지난 해 다이빙 벨 사태 당시 영화계에서 앞으로가 더 큰 문제라는 우려가 현실로 된 상황에서 부산시의 표적감사가 아니라는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부산시는 파문이 국내외로 확산될 조짐이 보이자 오늘 정 부시장과 김 국장이 "이 위원장에게 사퇴를 요구한 적이 없다"고 해명하고 나섰습니다. 지난 해 다이빙 벨 파문 당시에도 논란이 커지자 문화부가 “국고 지원 중단 연락은 사실과 다르다”고 발뺌했던 것과 참 닮았습니다.
부산시는 시장의 마음대로 움직이는 조직이 돼서는 안 됩니다. 시민의 목소리는 안중에도 없고 시장의 지침만으로 움직이는 관료조직은 민주적이지도 독립적이지도 않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부산시와 부산시장의 합리적 판단과 소통을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