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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 군이 마지막 통화한 사람은 누구?

[취재파일] 김 군이 마지막 통화한 사람은 누구?
경찰이 터키에서 실종된 18살 김모 군에 대한 수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앞서 외교부의 브리핑과 경찰의 수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먼저 김 군의 행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 김 군, 터키서 두 차례 의문의 전화 

김 군이 45살 홍모 씨와 함께 터키로 출국한 것은 1월 8일입니다. 홍씨는 김 군 어머니의 지인이 알고 지내던 목사입니다. 김 군을 혼자 터키로 보낼 수 없어, 김 군 어머니가 지인에게 부탁했고, 이 지인이 다시 목사에게 부탁해 함께 가게 된 것입니다.

김 군과 홍 씨는 이튿날인 9일, 시리아 국경과 가까운 터키 킬리스로 이동해 M호텔에 투숙합니다. 킬리스로 여행하고 싶다고 먼저 말을 꺼낸 것도 김 군이었고, M호텔을 안내한 것도 김 군이었습니다. 당시 김 군은 홍 씨에게 "이번 여행의 최종 목적지는 호텔 바로 앞에 있는 모스크(이슬람 성원)이며, 이메일을 주고받으면서 알게 된 하산이라는 사람이 호텔과 모스크를 알려줬다"고 합니다. 홍 씨가 '하산을 만나기로 했는지, 만난다면 어떻게 만날 것인지' 물었더니 김 군은 "불확실하다"고 답변했다고 합니다.
터키실종김군택시호텔
주목해야 할 부분은 이 때쯤 김 군이 현지 터키 번호로 처음 전화 통화를 했다는 점입니다. 경찰에 따르면, 김 군은 터키에 도착한 이후 두 번 전화 통화를 했는데 둘 다 같은 번호였습니다. '15689053********'번입니다. 첫 통화는 1월 9일 오전 8시 2분에 이뤄집니다. 통화 시간은 2분 31초. 경찰은 이 때가 김 군과 홍 씨가 M호텔에 체크인을 할 때쯤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 누군가 김 군에게 M호텔로 가라고 지시했고, 9일 통화에서는 향후 어떻게 하라고 추가 지시를 내린 것으로 추정할 수 있습니다. 김 군과 홍 씨는 12일까지 3박 4일 묵겠다고 호텔에 예약했다고 합니다.

실종 당일인 10일. 김 군은 M호텔에서 홍 씨와 아침식사를 하던 중 먼저 일어나 나갔다고 합니다. 홍 씨는 김 군이 호텔방으로 가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이후 김 군의 행적은 현지 CCTV에 포착됐습니다. 김 군은 아침 8시쯤 배낭을 메고 호텔을 나섰습니다. 호텔 맞은편 모스크에서 서성이고 있는데 8시 25분쯤 한 남성이 나타나 이쪽으로 오라고 손짓을 합니다. 이 남성의 얼굴은 CCTV가 깜깜해서 식별이 안 된다고 합니다. 8시 30분, 시리아 번호판을 단 검정색 카니발 차량이 나타나더니 두 사람을 태우고 사라집니다. 터키 경찰이 조사한 결과, 이 차량은 시리아인이 운영하는 불법 택시로, 이런 택시는 대개 돈만 주면 어디든 다닌다고 합니다.

두 사람을 태운 차량은 킬리스에서 동쪽으로 25분 거리에 있는 베시리에라는 마을에 위치한 시리아 난민촌에서 멈췄습니다. 8시 55분에 도착한 셈입니다. 이 마을에서 시리아 국경까지는 5㎞에 불과합니다.

김 군의 행적은 여기서 끊깁니다. 하지만 경찰 수사에서 추가 단서가 드러났습니다. 김 군의 두 번째 통화 기록이 나온 것입니다. 김 군은 9일 통화했던 그 번호로 다시 통화를 합니다. 이 때가 10일 오후 1시 47분. 통화 시간은 첫 번째 통화 때보다 2배 정도 긴 4분 38초였습니다. 시리아 난민촌에서 내린 지 5시간 뒤 통화를 한 것입니다.

5시간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김 군이 어디론가 더 이동했을 수 있고, 내린 곳에서 전화를 기다렸을 수도 있습니다. 김 군이 시리아 국경을 넘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시리아는 이슬람 무장단체 IS의 본거지가 있는 곳입니다. 추정 가능한 것은, 이 두 번째 통화에서 김 군의 최종 목적지가 결정됐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 "김 군 통화한 번호, 현재는 불통"

그렇다면 김 군과 두 차례 통화한 사람은 누굴까? 일부 언론에서는 김 군이 통화한 번호, 즉 '15689053********'이 IS 터키 지부 간부 명단에 있으며, 이 사람 이름이 '하산'이라고 보도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공식 입장은 "그 사람이 누군인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터키 현지 경찰이 김 군의 마지막 통화가 어디서 있었는지, 휴대전화 기지국 등을 조사하고 있지만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터키 현지 경찰도 IS 중간 모집책, 연락책을 잡기 위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하지만 김 군이 통화한 번호는 현재 통화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경찰은 김 군이 비밀 SNS인 '슈어스팟(Surespot)'을 통해 이 번호를 알게 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슈어스팟은 중간 서버를 거치지 않고 휴대전화끼리 곧바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일종의 메신저로, 보안성이 뛰어나 IS가 조직원 모집에 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 군이 슈어스팟을 이용하기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10월 중순쯤으로 경찰은 보고 있습니다. 그 이전에는 김 군이 슈어스팟이 아닌 트위터를 이용했는데, 당시 김 군과 대화명 'Afriki'라는 사람의 트윗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김 군 트위터

김 군: Brother, Just i say I want join isis.
        (형제여, 난 그냥 IS에 가입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이네.)
Afriki: Brother just simply have a trip to turkey as a holiday maker.
        (형제여, 그냥 여행객처럼 터키로 여행을 떠나게.)
Afriki: ...travel to turkey just for visiting... there you can go to any sunni musjeed  they will welcome you.
        (터키로 여행을 떠나게... 그곳에서 아무곳이나 이슬람 성원으로 갈수 있을 것이네,
         그들이 형제를 환영할 것이네.)
Afriki : Brother aad him on surespot at 'ga***' he will help you. (14. 10. 15)
        (형제여 슈어스팟에서 'ga***'라는 사람을 추가시키게. 그가 형제를 도울 것이네.)


여기서 언급된, 슈어스팟에서 'ga***'이라는 대화명을 쓰는 사람이 의문의 전화번호 주인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 군이 시리아로 입국했는지 확인되지 않은 만큼, 김 군이 IS에 가입했는지는 더더욱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여러 정황상 IS에 가입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정부 당국의 판단입니다. 김 군이 지난 1년 동안 IS, 터키, 시리아, 이슬람과 같은 단어로 517차례 인터넷 검색한 사실이 드러났고, 김 군의 컴퓨터에서 IS 대원 사진 등 47장이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통해 여러 차례 'IS에 가입하고 싶다'는 글을 올렸고, "이 나라와 가족을 떠나고 싶다.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김 군의 글도 발견됐습니다. 김 군은 "이 시대는 남성이 성차별을 받는 시대"라면서 "나는 페미니스트를 증오한다. 그래서 IS를 좋아한다"는 글도 남겼습니다.

무엇보다 실종된 지 12일 지났는데도 아무 연락이 없다는 것 자체가 IS에 가입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외교부는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달라고 터키 당국에 요청했다고 합니다. 터키 경찰은 CCTV를 재점검하고, 시리아 난민촌 등을 탐문 수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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