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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고난의 K2 전차…국제 방산전시회가 주목

[취재파일] 고난의 K2 전차…국제 방산전시회가 주목
다음 달 22일부터 26일까지 UAE 아부다비에서는 국제 방산 전시회 IDEX 2015가 열립니다. 국제 무기시장의 큰 손인 중동 국가들을 상대로 한 전시회여서 전 세계 방산기업들에게는 대단히 중요한 행사입니다.

IDEX 주최측이 슬슬 관련 뉴스를 내놓고 있는 가운데 지난 16일 처음으로 우리나라 무기를 언급했습니다. 현대 로템의 K2 흑표 전차입니다. 지난 해 11월 엔진과 변속기 등으로 구성된 ‘전차의 심장’ 파워팩을 국산으로 부착해 전력화하기로 결정된 명실상부 국산 전차입니다.

말들이 참 많았지요. 파워팩의 가속성능이 군의 작전요구성능, ROC에 못 미쳐서 “부실 심장을 단 국산 전차”라는 비난을 샀고 “북한의 AT-3 대전차 미사일 한방에 K2 전차부대가 궤멸한다”는 모 군사 전문가의 근거 없는 혹평도 나왔었습니다. 이제 IDEX 2015가 K2를 눈여겨보기 시작했으니 어떤 평가가 나올지 지켜봐야 겠습니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 밖에서도 새는지 확인해 볼 기회가 생겼습니다.

● IDEX 2015가 주목한 K2

IDEX는 K2가 미래 전장 환경에 적합한 화력, 기동력, 방호력을 갖춘 이상적인 전차라고 평가했습니다. 주포인 120mm 활강포는 자동탄약공급장치가 장착돼 비포장도로에서도 장전이 자유로울 뿐 아니라 사격 속도도 빠르다고 평했습니다. IDEX는 7.62mm와 12.7mm 기관총까지 자세히 거론했습니다.

국내에서 혹평받는 1500마력 파워팩에 대해서는 뛰어난 기동력을 갖춘 고출력 컴팩트 파워팩이라고 언급했습니다. 대전차 로켓과 미사일을 방어하는 방호시스템도 높게 평가했습니다. 주최측 입장에서 참가국의 무기를 혹평할 이유야 없겠지만 국내에서는 비난 세례에 익숙한 K2 앞에 이런 언어의 성찬이 차려지니 몹시 어색합니다.
취파

● K2에 새겨진 주홍글씨, 합당한가

“파워팩 가속성능이 떨어진다” “능력도 없는 국내업체들이 개발을 제때에 못해 전차 전력에 공백이 생겼다” 등등 K2에 대한 국내의 비판은 다양합니다. 어떤 군사 전문가는 “김병관 전 국방장관 후보자를 ‘불법 로비스트’로 낙인 찍어 낙마시킨 것도 바로 그 ‘능력 없는 국내업체’”라고 몰아 부쳤습니다. 김병관 씨가 국방장관이 됐으면 K2의 파워팩은 압도적인 세계 최고 엔진 기업인 독일 MTU 제품으로 선정됐을 것이란 뜻입니다. 아무리 MTU가 좋다지만....
 
국방부, 방사청, 관련 업체들을 취재해 보면 맞는 말도 있고 틀린 말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K2는 그렇게 일방적으로 매도당할 전차는 아닙니다. 엔진을 맡은 두산 인프라코어, 어떤 밀리터리 마니아들은 “범죄기업 두산”이라며 ‘범죄두’라고 부릅니다. K2 엔진 개발하라고 정부가 지원한 돈 가운데 70억 원을 굴삭기 개발에 사용했다는 고발이 국민권익위에 접수돼 인천 지검이 수사에 착수했기 때문에 그런 낙인이 찍혔습니다.

2012년 8월 수사결과가 나왔는데 무혐의였습니다. 과거에 연료탱크를 하나만 두고 정부 과제와 상용 제품 개발을 동시에 하다 보니 정부 몫 연료가 상용 제품 개발에 쓰인 적이 있었는데 K2 개발 때는 개선된 뒤였습니다. 인천지검에서 수사한다는 기사는 나왔는데 무혐의라는 기사는 나온 적이 없어서 두산 인프라코어에 찍힌 주홍글씨는 지워지지 않습니다. 이런 사실을 아는 군사 전문가들도 이미 손 떠난 돌팔매를 거둬들이기 멋쩍어 모른 척하고 있을 뿐입니다.

국방 과학 분야의 한 고위 당국자는 기자들을 만나 정부의 잘못을 시인하기도 했습니다. K2 개발이 지연된 것은 정부의 정책 판단이 잘못됐거나 늦었기 때문이라는 자백이었습니다. 애초에 K2 전차에 국산 파워팩을 달 생각이 한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황에 맞춰 즉흥적으로 국산 파워팩 장착을 결정했다는 겁니다.

게다가 당시로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ROC를 국산 파워팩에 요구했습니다. 1500마력 파워팩을 만들어본 적 없는 국내 업체들에게 세계 최고의 1500마력 파워팩을 만들라는 실현 불가능한 미션이었습니다. 그 고위 당국자는 정작 돌을 맞을 대상은 ‘오락가락 결심’의 정부라고 말했습니다.

어찌됐든 K2는 1500마력 국산 심장을 달고 달리게 됐습니다. 세계 최고 명품 전차는 아닐지라도 처음으로 우리 손으로 만든 전차치고는 썩 괜찮은 편입니다. IDEX에서는 개막 전부터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IDEX가 개막해 실물이 전시되고 바이어들이 들여다보면 객관적이고 더 엄정한 평가가 나오겠지요. 바라건대 좋은 평가 받고 수출도 많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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