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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이산화탄소 사회적 비용…기존보다 6배나 크다

[취재파일] 이산화탄소 사회적 비용…기존보다 6배나 크다
석유와 가스, 석탄 같은 화석연료를 연소시켜 에너지를 얻는 모든 인간 활동은 필연적으로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배출된 온실가스는 당연히 지구온난화를 일으킨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기록적인 폭염이나 대가뭄, 홍수, 슈퍼태풍 같은 기상 이변이 늘어나고 지상 오존 농도 또한 높아진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의견이다. 늘어나는 기상이변은 재산 손실을 초래 할뿐 아니라 노동자의 건강을 위협해 생산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있다. 변하는 기후에 맞는 품종이나 농법 등을 개발하지 않을 경우 곡물의 생산성 또한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지속될 경우 우리 사회는 얼마나 많은 비용을 추가로 부담해야 되는 것일까? 이산화탄소 1톤이 대기 중으로 배출될 경우 얼마나 많은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것인가?
 
일반적으로 이산화탄소 1톤이 대기 중으로 배출됐을 때 사회가 1년 동안 부담해야하는 경제적인 비용을 돈으로 표시한 것을 ‘이산화탄소의 사회적 비용(SCC, Social Cost of Carbon)’이라고 한다. 반대로 생각하면 이산화탄소 배출량 1톤을 줄일 경우 얻을 수 있는 경제적인 이득이 될 수도 있다. 정부나 정책결정자들은 SCC를 이용해 이산화탄소 배출이 경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는지 산출을 하고 또 그에 맞는 대책을 강구하게 된다. SCC가 커지면 커질수록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이나 기후변화에 대한 정책도 우선순위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지게 된다.
 
하지만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4차 평가보고서(AR4)에도 언급됐듯이 현재 정부나 공공기관에서 이용하고 있는 SCC 수치가 실제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초래하는 사회적 비용보다 작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SCC를 산출하는 모형(IAM, Integrated Assessment Model)이 기후변화가 생산성이나 경제성장률, 생태계 등에 미치는 영향과 피해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이 기존의 SCC 산출 모형(IAM)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던 기후변화가 생산성과 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SCC를 다시 산출한 결과 현재 미국에서 가이드라인으로 이용하고 있는 기존의 SCC보다 6배나 큰 것으로 나타났다(Frances C. Moore and Delavane B. Diaz, 2015). 연구논문은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 저널 최근호에 실렸다.
 
논문에 따르면 현재 미국 환경청(EPA)에서 이용하는 SCC는 이산화탄소 1톤 배출시 사회가 부담해야 할 비용으로 2015년을 기준으로 37달러를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팀이 최근에 새로 밝혀진 기후변화가 생산성과 경제 성장률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다시 산출한 결과 이산화탄소 1톤 배출이 유발하는 사회적 비용이 220달러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실가스 배출로 인한 사회적인 비용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6배나 큰 것이다.
 
지난 1850년부터 2008년까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누적배출량은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108억4천만 톤으로 전 세계에서 19번째로 많다. 2011년에는 이산화탄소 기준으로 697.7메가톤(Mt)을 배출해 배출량이 세계에서 8번째로 많았고, 화석연료 사용 기준으로는 약 585메가톤을 배출해 세계 7위에 올라 있다(자료: 환경부).
 
스탠퍼드대학교의 연구결과를 토대로 지난 2011년 우리나라가 화석연료 사용으로 배출한 585메가톤(= 5억 8500만 톤)의 이산화탄소가 초래한 사회적 비용을 산출해보면 1,200억 달러가 넘는다.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해 한 해 동안 120조원 이상의 비용이 발생했다는 뜻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만들어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여러 가지 현상, 예를 들면 해수면 상승이나 기록적인 폭염, 집중호우 등에 대비하기 위해 2011년 한 해 동안 우리 사회가 120조원 이상의 돈을 써야만 했다는 것이다.
 
지구 온난화
2011년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1,235조원 정도였던 점을 고려하면 수치상으로는 GDP의 10% 정도가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으로 들어갔다는 뜻이 된다. 현재 미국 정부가 이용하는 SCC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GDP의 1% 이상이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다.
 
스탠퍼드대학교 연구팀이 새로 계산한 이산화탄소의 사회적 비용(SCC)이 기존에 이용하던 SCC에 비해 타당성이 있을 경우 우리나라 뿐 아니라 각국의 SCC 또한 급증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경우 2013년 에너지 분야에서 배출한 53억 9천6백만 톤의 이산화탄소에 대해 스탠퍼드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적용해 사회적 비용을 산출해 보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초래한 총 비용이 1조 달러가 넘는다. 2013년 미국 국내총생산이 16조 7천억 달러였던 점을 감안하면 GDP의 6% 정도를 이산화탄소 배출로 인한 사회적 비용으로 지출한 것이다.
 
결국 SCC 수치가 커진다는 것은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사회적인 비용을 줄이기 위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정책 또한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동안 비용대비 효과가 작다는 이유로 비용편익분석(cost benefit analysis)을 통과하지 못했던 많은 이산화탄소 감축 방안들이 심사를 통과할 가능성도 커진다.
 
물론 논문 하나 나왔다고 당장 정책이 바뀌는 것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수록, 이산화탄소의 사회적 비용(SCC)이 커지면 커질수록 각 국가나 기업에 온실가스 배출을 억제하라는 압력은 더욱 더 거세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어느 시기에 어느 나라가 얼마만큼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일 것인지에 대한 국가 간의 조정과 분배가 지금보다 더 긴박하게 그리고 엄중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참고문헌>
 
* Frances C. Moore and Delavane B. Diaz, 2015: Temperature impacts on economic growth warrant stringent mitigation policy. Nature Climate Change, DOI:10.1038/nclimate24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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