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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안산 김상훈, 성도착과 반사회성 인격장애 결합된 인물"

* 대담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

▷ 한수진/사회자:
별거중인 부인의 전 남편 집으로 찾아가 인질 살인극을 벌인 범인 김 씨가, 열여섯 살인 막내딸을 살해하기 전에 성추행을 하고 성폭행 시도까지 했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는데요, 오늘 <표창원의 사건과 사람들>에서 범인의 심리와 사건의 의미 등을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표창원 소장님, 어서 오세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우선 범인 김 씨, 한 사람을 살해하고 3명을 인질로 잡고 있는 상황에서 자기가 살해한 남자의 16세 딸을 성폭행하려 했다는 게 사실인가요? 도대체 말이 됩니까?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일반적으론 불가능하죠. 성 욕구와 충동도 대뇌 중추가 흥분이 돼야 일어나는데요, 살인을 저지르고 인질극을 벌이며 외도가 의심되는 부인에 대한 분노에 사로잡혀 있는 등, 극도의 긴장과 각성 상태에서 성 욕구를 느낀다는 것은 정상이라고 볼 수는 없죠. ‘성적 강박증’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성적 강박증’이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불안과 스트레스가 고조될 때 마다 성행위를 통해 이를 해소하려는 성 도착의 일종인데요, 추운 겨울 야산에서 성폭행 살인을 한 화성연쇄살인사건 범인이나 나영이 사건 범인 조두순, 태풍이 부는 가운데 들판에서 어린 피해자를 성폭행한 나주 고종석 같은 경우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별거중인 아내의 진술에 따르면 살해된 막내딸이 초등학교 4학년 일 때 범인 김 씨가 ‘사랑한다’, ‘넌 내 여자다’ 이러면서 성폭행을 했었다고 하구요, 자신에 대해서도 묶어놓고 성추행을 하는 등 성적인 가학행위를 많이 했다고 하고 있죠.
이 진술이 사실이라면 소아기호증과 성가학증, 새디즘이라고 하죠? 등 복합적인 성도착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다면, 정신적인 문제가 있다고 감형이 될 가능성도 있는 것인가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미 대법원 판례로 소아기호증 등 성도착이 있다는 것만으로 심신미약이나 심신상실로 볼 수 없다는 것이 확립되어 있습니다. 오히려, 이러한 성도착 증세로 인해 재범의 우려가 높기 때문에 가중처벌의 사유가 되고 화학적 거세 등 추가적인 보호처분 등 제재를 받을 수 있죠.
 
▷ 한수진/사회자:
게다가 범인 김 씨는 검거된 이후에도 전혀 반성의 기미는 보이지 않고, 막내 딸 살해의 책임을 경찰 협상전문가와 아내에게 돌리는 말까지 했어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전형적인 반사회성 인격장애자의 모습인데요, 반사회성 인격장애자들은 극단적으로 자기중심적이고 잘못을 저지르고도 반성할 줄 모르고, 책임을 전가하고, 타인의 고통이나 아픔을 공감하는 능력이 매우 부족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반사회성 인격장애가 사이코패스인가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정신의학에서는 아직 사이코패스라는 진단명을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데요, 두 개념 사이에는 유사성이 많지만 차이점도 있습니다.
사이코패스는 선천적인 원인을 더 중시하구요, 치료나 개선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죠. 캐나다의 심리학자 로버트 헤어 박사가 주장하고 있는 개념인데, 정신의학자들 중에 비과학적이라고 반대하는 분들도 있어서 논쟁중인 개념이죠.
 
▷ 한수진/사회자:
복잡하네요. 어쨌든 이번 사건 범인은 반사회성 인격장애와 성적 강박증, 성가학증, 소아기호증 등의 성도착 증상을 보이고 있다, 한 마디로 굉장히 위험한 인물이다, 이렇게 보면 되는 것인가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렇습니다. 일반적인 인질범들과는 성격이나 태도가 아주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인질협상 전문가도 설득에 실패했고, 검거된 이후에 범인이 협상전문가를 비난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게요,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죠?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렇습니다. 인질을 잡는다는 것은 테러조직 등 도주와 검거회피 수단과 계획을 갖춘 경우가 아니라면, 100 퍼센트 실패하는 범죄입니다. 대부분 ‘이제 끝이다. 너 죽고 나 죽자’ 이런 심리 상태에서 인질을 잡고 무리한 요구를 하게 되죠.
 
▷ 한수진/사회자:
아내를 만나게 해 달라, 교도소에 수감된 동료를 풀어달라, 자신을 해고한 상사를 데려와라, 뭐 이런 요구들을 하죠?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렇습니다. 그런 표면적 요구 뒤에는 억울함, 분노, 불만, 인정이나 주목을 받고 싶은 욕구 등이 있죠. 협상전문가는 초기 흥분된 상황에서 인질범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내면에 있는 심리적 욕구의 정체를 알아냅니다.
그렇게 되면 인질범이 겉으로 주장하는 요구인 명분을 어느 정도 세워주면서, 진정한 내면적 욕구를 어루만져서 흥분을 가라앉히고 냉정을 되찾게 하죠. 그 사이에 부상당한 인질을 석방하는 대신 음식이나 담배 등 원하는 물건을 들여보내 주고요. 그 사이에 인질범과 협상전문가 사이에는 상호 신뢰감과 공감대, 일종의 동료의식이라고 할 수 있는 ‘라포’[rapport]가 형성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번 사건 범인은 전혀 성격이 달랐다는 것이죠?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렇습니다. 라포 형성 자체가 어려운 인격장애자였구요, 협상전문가가 너무 늦게 투입되는 바람에 특성을 파악할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그리고 인질범과 인질들에 대한 철저한 정보 분석이 이루어지지 못한 것으로 보이구요.
 
▷ 한수진/사회자:
협상전문가의 투입시점이 아내 김 씨가 경찰에 신고한 지 2시간 이상 지난 오전 11시 30분이었고, 그것도 경찰대학에서 강의중인 교수를 부르는 바람에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면서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경찰대학 이종화 교수는 미국 FBI에서 인질협상 전문가 과정을 이수한 우리나라 최고의 인질협상 전문가인 것은 맞습니다. 경찰대학에서 인질협상 전문가 교육과정을 직접 운영하고 있기도 하구요. 하지만, 인질협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범인이 흥분하고 감정을 고조시키기 전에 최대한 일찍 투입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그래서 인질범과 신뢰관계, 라포를 형성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인질범이 하고 싶은 얘기를 다 들어주고, 인질범의 불만을 어루만져주면서 부상자 구호를 돕도록 유도하는 것이 가능하죠. 그렇기 때문에 멀리 있는 전문가를 데려오기보다 일선 현장에 인질협상 전문요원이 배치되어 있고, 사건발생 직후 투입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우리 경찰은 아직 시스템 보다는 사람에 의존하고 있군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그 점이 가장 아쉬운 부분입니다. 아울러, 경찰특공대에는 인질이 있는 내부 상황을 들여다 볼 수 있는 내시경 카메라 등 특수장비가 있습니다.
오전 9시 30분 인질 상황이 경찰에 알려지자마자 협상전문가가 범인과 통신 핫라인을 구축해서 대화를 시도하면서 주의를 끌고, 특공대에서 내시경 등 장비를 이용해 내부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구급대 배치, 언론 통제 등의 종합적인 인질상황 대응 체제가 가동되었어야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는 언론이 인질상황을 그대로 생중계하고, 그 방송을 인질범이 보면서 더 흥분하고, 그러자 경찰이 방송사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서 ‘범인이 방송을 보고 있으니까 자제해달라’고 요청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죠?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네, 1988년에 발생한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로 유명한 지강헌 일당 탈주 인질극 상황을 다시 보는 것 같아 너무 아쉽고 안타까웠습니다. 인질 범죄에서 방송 등 미디어는 경찰 대응팀과 한 팀이 되어야 합니다.
엠바고와 신사협정 등을 통해서 일단 인질을 구출하기 위한 보도 통제나 설득 메시지 전달 등에 협력해야죠. 우선 경찰에서 현장 통제실과 협상팀, 작전팀 등이 있는 일선을 마련하고, 방송 등 미디어 취재와 회의, 협력을 하는 2선을 구축해야 합니다. 그 다음 주민 등 일반인을 통제하는 3선 경계가 설치되어야 하죠. 그런데 아직 우리는 이런 체계적인 대응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지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말씀 듣고 보니까 참 아쉬운 부분이네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선 이런 유형의 납치 인질극이 종종 발생해 왔지 않습니까? 그런데 아직 체계적 대응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문제 아닌가요?
 
▶ 표창원 소장 / 표창원 범죄과학연구소
우리나라에도 국가대테러 대응시스템은 마련되어 있습니다.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경찰과 국정원, 군 대테러 부대 등이 협력하도록 되어 있구요. 하지만, 이 시스템은 북한의 비정규전 공격이나 알카에다 등 국제 테러조직의 공격 내지 청와대나 원전 등 국가중요시설에 대한 공격 등에 맞춰져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발생하는 인질 납치 범죄나 방화 혹은 사제폭발물 위협 등에 대해서는 주로 일반 경찰 대응시스템에 의해 처리가 이루어지고 있구요.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이번 안산 사건도 그렇지만,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건, 대구지하철 방화 참사 등 우리 주변에서 발생하는 한 사람의 범죄가 엄청난 피해를 야기할 수도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가 시급해 보입니다.
표창원 소장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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