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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이름'이 뭐길래…씁쓸한 부동산 경제

<앵커>

한국인의 재산 가운데 아파트 같은 부동산의 비중이 평균 70%를 넘습니다. 미국과 일본의 두세 배 수준이고 사실상 집이 재산의 거의 전부이다 보니까, 집값에 영향을 주는 작은 요소에도 민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아파트 이름도 값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인데 한 통계를 보면 브랜드 가치가 높은 아파트값 상승률이 하위 브랜드의 두 배에 이릅니다. 이러다 보니, 아파트 이름을 둘러싼 어이없는 갈등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상우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강남구청장실 앞에서 100여 명의 사람들이 시위를 벌입니다.

[시위 참가자 : 래미안포레 앞에 SH자 붙이십시오. 왜 SH가 만든 아파트를 마치 삼성물산이 분양한 아파트인 것처럼 오인하게 만듭니까.]  

이들은 강남 자곡동에 있는 래미안강남힐즈 아파트 주민들입니다.

이들 주민들은 자신들의 아파트에서 1km가량 떨어진 곳에 SH공사가 지은 자곡포레라는 아파트가 래미안이라는 브랜드를 넣어 이름을 바꾸려 하자 반발해 모인 겁니다.

SH공사는 임대주택 같은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입니다.

시위 주민들은 브랜드 가치가 낮은 SH 아파트가 자신들과 같은 래미안 아파트로 불리는 건 부당하다는 입장입니다.

[민간분양 아파트 주민 : 평당 분양가가 우리는 2,040(만원) 아니에요. 인지도 때문에 우리는 그만큼 삼성 래미안이라는 로고를 산 것이고….]  

반면, 이름을 바꾸려는 아파트 주민들은 SH 공사가 분양했지만 래미안 브랜드를 가진 삼성물산이 시공을 맡았기 때문에 이름 변경에 문제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SH공사 분양 아파트 주민 : 당연히 래미안이 있어야 되는 데 없어서 요구를 하는 것뿐이에요. 지금까지 통상 그랬으니까 시공사 이름 박았었고….]  

해당 구청은 난감한 입장입니다.

[강남구청 직원 : 신청 들어오면 요건이 맞으면 해주게 돼 있어요. 반대 민원도 서로 중재도 해야 하고, 어쨌든 (이름 변경을)안 해 줄 수 없는 상황이라서….]  

실제로 아파트 이름은 가격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서울 강서구의 이 아파트는 외벽에 대형 건설사 브랜드를 입힌 뒤 1천만 원가량 값이 올랐습니다.

아파트 이름 때문에 생기는 지역 주민들 간의 갈등은 사실상 집이 전부인 우리 서민경제가 만들어 낸 씁쓸한 단면입니다.

(영상취재 : 김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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