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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국 모굴스키의 희망…묶어야 사는 남자 '최재우'

한국 동계 스포츠는 스키로 대표되는 설상 종목에서 지금까지 단 한번도 올림픽 메달을 따낸 적이 없습니다.
빙상이 쇼트트랙과 스피드스케이팅에서 수많은 금메달을 따낸 것과는 극명하게 대조되는 모습입니다. 이런 한국 스키에 최초의 메달을 안겨줄 희망으로 꼽히는 선수가 있습니다. 바로 모굴스키 최재우입니다.
모굴스키 최재우 캡

최재우는 지난해 소치올림픽에서 한국 프리스타일 스키 사상 역대 최고인 12위에 오르는 파란을 일으켰고, 지난 주말 열린 월드컵에서는 한국 설상 역대 최고 성적인 4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이제 겨우 21살인 앳된 청년이 이룬 결과입니다. 3년 뒤 평창올림픽의 유력한 메달 기대주로 꼽힐만 하죠?

최재우는 한국인 입양아로 2006년 토리노 동계올림픽 동메달라스트인 미국의 모굴스키 스타, 토비 도슨이 2012년 우리 대표팀을 맡으면서부터 엄청난 속도로 발전하기 시작했습니다.

● 약점은 턴

모굴스키는 200미터 남짓한 울퉁불퉁한 슬로프를 내려올 때 얼마나 안정적으로 내려오는지 자세를 채점하는 '턴'과 두 차례의 회전기술을 평가하는 '점프', 그리고 얼마나 빨리 내려오는지를 보는 '스피드'로 점수를 합산합니다.
모굴스키 최재우

지난해 소치올림픽까지는  턴이 50%, 점프와 스피드가 각각 25%였는데 올시즌부터 턴이 60%, 점프와 스피드가 각 20%로 턴의 비중이 더 높아졌습니다.

최재우는 첫 번째 점프를 720도 콕, 두 번째 점프를 1080도 콕으로 뛰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선수이고, 스피드도 최고 수준에 오른 선수지만 항상 턴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점프와 스피드에서 강점을 보이는 최재우로서는 변화된 채점 규정이 달가울 리 없는 거죠.

토비 도슨 코치도 이 부분을 명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소치올림픽 때도, 그리고 4위의 쾌거를 이룬 월드컵에서도 메달권 진입 직전 발목을 잡은 건 턴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번 월드컵 점수표를 보실까요. 53명의 선수 가운데 단 6명이 참가한 최종 2차 결선 기록입니다.
최재우 월드컵 채점

최재우는 스피드에서 전체 1등. 점프에서 3위. 그런데 턴은 6명 중 최하위였습니다.

● 묶어야 사는 남자…최재우

약점이 분명하다는 건 개선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토비 도슨 코치는 턴 동작 강화를 위해 최재우를 묶기로 했습니다. 묶어야 희망이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훈련 영상을 보시죠.
국제스키연맹 프리스
영상을 잘 보시면 양쪽 손목에 무언가 묶여있는데 바로 스트레칭용으로 많이 쓰이는 강화 고무줄입니다. 빠르게 슬로프를 내려올때 팔이 벌어지면 턴동작이 흔들리고 감점이 되는데 그걸 막기 위해 강력한 탄성을 지닌 고무줄로 자세를 고정한 겁니다.

팔을 고정시킨 채 슬로프를 내려온다는 건 보통 힘든 게 아닙니다. 온몸으로 분산되어야 할 충격이 대부분 발목과 무릎에 집중되는 것도 문제지만, 팔을 묶었기 때문에 균형을 잡기가 더욱 힘들어집니다. 수없이 넘어지는 과정이 반복되고 온몸에 멍이 가득할 만큼 힘들지만, 최재우는 이 과정을 웃으며 즐기고 있습니다. 평창올림픽까지 남은 기간은 3년. 스스로를 뛰어넘지 못하면 자신의 꿈도 이룰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묶어야 사는 남자, 최재우는 오는 18일 밤 오스트리아에서 모굴스키 세계선수권에 출전합니다. 이 대회는 최재우가 2년전 기존 설상 종목 최고 성적인 5위를 기록한 대회이기도 합니다. 이번에는 한국 설상 최초의 메달을 노리고 있습니다. 그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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