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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13명 구한 새내기 소방관 "이제 죽는구나, 생각도…"

* 대담 : 진옥진 소방사 & 이용재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교수

▷ 최영주/사회자:
의정부 아파트 화재사고, 정말 끔찍한 참사가 또 벌어졌는데요. 숨은 의인, 영웅도 있었습니다. 현직 소방사 분인데요. 화재 신고 받고 출동한 소방관이 아니고, 화재가 난 해당 아파트 주민이었다고 합니다. 사고 당일 비번이라 아파트에 있었고, 주민들 대피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하네요. 지금 병원에 계신다고 하는데 통화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해서 저희가 잠시 연결을 해보겠습니다. 진옥진 소방사님, 안녕하세요. 나와 계십니까?

▶ 진옥진 소방사 / 의정부 소방서
네, 안녕하십니까.

▷ 최영주/사회자:
네, 지금 병원에 계신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건강 괜찮으세요?

▶ 진옥진 소방사 / 의정부 소방서
괜찮습니다. 대피 과정에서 한 시간 가량 연기를 많이 마셨던 것 같습니다. 현재는 이제 많이 괜찮아진 상황입니다.

▷ 최영주/사회자:
정말 불행중 다행히, 소방사님이 계셔서 그래도 대피를 한 분들이 많이 계신 것 같던데. 댁에 계시다가 화재가 난 줄 아신 거예요?

▶ 진옥진 소방사 / 의정부 소방서
해당 화재 아파트에 제가 거주를 하고 있는데, 금요일까지 근무를 하고 수면 중이었습니다. 누군가가 누른 소화정 벨소리를 듣고 창밖을 보니까 햇빛에 비친 연기 그림자 같은 게 보였습니다. 그래서 화재구나, 인지를 하고 시간을 보니까 9시 27분이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외투를 걸치고 복도로 나가면서 이제 대피해야된다고 소리를 쳤습니다. 제가 8층에 거주를 했었는데, 8층에서는 나온 사람이 제 기억으로는 저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소리를 막 지르면서 우선 계단실로 갔습니다. 상황 확인을 하기 위해서.

▷ 최영주/사회자:
소리를 지르시면서?

▶ 진옥진 소방사 / 의정부 소방서
네네. 계단실에 가니까 이미 아래에서부터 몇 분이 급하게 올라오는 소리가 들렸었고.

▷ 최영주/사회자:
그런 상황 판단을 빨리 하시고, 주민들한테 “밑으로 가지 말고, 위로 올라가야 된다.” 이런 말씀을 하셨다고 들었거든요. 이게 굉장히 중요하다면서요?

▶ 진옥진 소방사 / 의정부 소방서
네네, 중요합니다. 왜냐하면 확실히 출구가 확인되지, 시야, 나갈 수 있는 출구가 확인되지 않은 이상, 연기 반대 방향으로 간다는 것은 계단실에서는 좀 위험합니다. 계단의 출구가 확인되지 않고 밑에서 연기가 올라오고 있는 상황에서는 옥상으로 대피하는 게 안전하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저희가 당황하면 그런 거 생각 안하거든요?

▶ 진옥진 소방사 / 의정부 소방서
네,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저희는 무조건 뛰어 내려갈 것 같은데?

▶ 진옥진 소방사 / 의정부 소방서
그러다가 피해가 더 커질 수도 있는 상황이고요. 왜냐하면 밑에 화재가 얼마나 큰 지 연기가 얼마나 많이 발생하는지 모르는 상황이고. 연기 반대 방향으로 내려가다가 미처 출구에 다다르지 못하고 연기를 마시고 질식해서 기절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그러니까요. 저희는 불만 생각하는데, 원래 연기가 더 위험하다면서요?

▶ 진옥진 소방사 / 의정부 소방서
그렇습니다. 직접적인 화재로 인해서 다치는 것도 위험하지만, 연기 같은 경우에는 진한 농연(濃煙) 같은 경우에는 한 모금 내지 두 모금만 마셔도 바로 쓰러지게 돼있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아무리 소방사라도 본인이 직접 화재를 당한 경우, 침착하게 될까 싶은데요?

▶ 진옥진 소방사 / 의정부 소방서
저도 사실 당황을 정말 많이 했고요. 저도 사실 무서웠고, 계단실 올라오면서 연기를 마시고 기계실에 갇혔을 때는 ‘아, 이제 죽는구나’ 까지도 생각했었고 다른 분들도 다 그렇게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그런데 어떻게 그 단계 그 단계를 탁탁탁 진행하셨어요?

▶ 진옥진 소방사 / 의정부 소방서
제가 뭔가를, 뭔가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소방관으로 계속, 그 압박감이 계속 있었습니다. 뭔가를 해야 된다, 뭔가를 해야 된다, 그런 생각이 계속 있었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제가 듣기로는 진옥진 소방사님께서는 또 새내기 소방사 분이시라고 들었거든요?

▶ 진옥진 소방사 / 의정부 소방서
네, 의정부에 배정받은 지는 5월 달에 배정받았고, 의정부 근무한 지는 1년이 안됐습니다. 그런데 사실 강원도 소방서에서 1년 정도 근무를 했었습니다. 만으로 2년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얼마나 다행이에요, 그나마 계셔서 지금 피해가 덜할 수 있었는데. 저희가 이제 시간이 다 됐긴 한데. 불났을 때 뭐가 제일 중요한가요?

▶ 진옥진 소방사 / 의정부 소방서
저희가 있었던 건물 같은 경우에는 워낙 안 좋은 조건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고층이었고, 가구 수가 다 오밀조밀하게 붙어있고, 출구가 내 눈앞에서 보여서 내가 나갈 수 있는 게 확실하지 않은 이상 함부로 나가시면 안 됩니다. 왜냐하면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나가면 위험하실 수가 있고요. 여력이 되신다면 기도화상이나 연기 흡입 방지를 위해서 젖은 물수건 반드시 챙기는 게 조금 더 안전하실 수가 있고요.

▷ 최영주/사회자:
네, 진옥진 소방사님 이름 꼭 기억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진옥진 소방사 / 의정부 소방서
감사합니다.

▷ 최영주/사회자:
정말 이런 분이 계시니까 그래도 희망이 있는 거예요. 의정부 소방서, 진옥진 소방사였습니다. 이번에는 전문가 연결해서요. 피해가 커진 원인, 자세히 분석해보겠습니다. 경민대학교 소방안전관리과 이용재 교수, 전화 연결 돼 있습니다. 교수님, 나와 계십니까?

▶ 이용재 교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네.

▷ 최영주/사회자:
사고 원인부터 짚어보고 싶은데요. 4륜 오토바이에서 불이 시작됐다는 이야기 맞습니까?

▶ 이용재 교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그건 현재 경찰에서 수사 중이니까요. 최종 결론이 나와 봐야 확정적으로 말씀드릴 수 있겠고요.

▷ 최영주/사회자:
사고 원인도 원인이지만, 이게 피해가 커질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들이 많던데요?

▶ 이용재 교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일단 소방대원들이 빨리 출동을 하긴 했어도 그 지역 여건이 굉장히 열악합니다. 도로라든지 이런 게. 그래서 빨리 진입해서 화재 진압이나 인명 구조가 늦어질 수밖에 없는 그런 여건입니다. 그 동네가.

▷ 최영주/사회자:
CCTV보니까 화재 발생한 이후에 10분 동안 방치되어 있었다니까, 그 10분 사이에 불이 확 번진 거잖아요?

▶ 이용재 교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그렇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건물 자체 문제 때문에 이 얘기가 계속 퍼져 나오고 있던데요. 도시형 생활주택, 이거 참사 생길 수밖에 없단 얘기들이 계속 나오고 있거든요?

▶ 이용재 교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여러 가지 문제가 있는데요. 이번에 불을 확산 시킨 매개체가 됐던 게 차량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도시형생활주택이라는 게 일반 사용은 아파트로 하고 있지만 아파트에 비해서 주차대수를 적게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습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그러다보니까 주차장이 좁고, 그러다보니까 전면 도로에 주차가 불법으로 쭉 주차될 수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유사시에는 소방차 진입을 굉장히 불가능하거나 어렵게 하는 그런 문제를 일단은 유발할 수 있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건물과 건물 사이가 1.5m 간격이라는데, 이게 맞습니까?

▶ 이용재 교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뭐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습니다. 근데 일반 아파트 같으면 인동 간격이 넓어서 설사 어떤 옆 동에 불이 붙어도 옆으로 옮겨 붙을 수 없는데, 이런 경우는 뭐 말씀하신 바와 같이 1.5m 내외밖에 안 되니까. 또 외부 마감재는 불에 탈 수 있는 재질이고요. 이러다보니까 쉽게 확산이 됐던 겁니다.

▷ 최영주/사회자:
그러니까 옆으로 안 옮겼으면 오히려 이상할 뻔 했어요. 아니 1.5m면 거의 붙어 있는 건데.
 
▶ 이용재 교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붙어있는 거나 마찬가지죠.

▷ 최영주/사회자:
이런 도시형생활주택이 아직도 많이 있죠?

▶ 이용재 교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아마 전국에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수만 가구 이상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이미 세워졌잖아요, 이거 어떻게 해야 되요?

▶ 이용재 교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지금부터라도 정말 좀 조사를 할 필요가 있겠고요. 전체적으로요. 그래서 정말 위험한 데는 나름대로 좀 개선책을 찾아야 될 방법도 있겠고요. 그 다음에 입주자 분들도 정말 “내 안전 내가 지킨다”는 입장에서 평상시에 혹 우리 아파트에서 우리 집에서 불나면 어떻게 피난할건가, 미리 좀 한 번 짚어보고 행동에 옮겨보시는 것도 중요한 대책이 되겠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아니 그런데 누가 살면서 “불나면 내가 그 다음에 여기로 가고, 여기로 가고” 이런 생각 하나요?

▶ 이용재 교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그러니까 평상시에요. 옥상 문이라도 좀 개방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시고, 만약에 잠겨 있으면 그건 확실하게 관리실에 얘기를 해서 조치를 취해야 되겠죠.

▷ 최영주/사회자:
스프링클러 이야기도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요. 의정부에서 또 사고 있었는데 그 지역은 스프링클러 때문에 피해가 적었다고 하던데, 이거 어떻게 해야 됩니까?

▶ 이용재 교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그렇습니다. 스프링클러라는 게 화재 초기에 진압할 수 있는 확률이 90% 이상이 되거든요. 근데 이번 참사 같은 경우는 10층밖에 안되기 때문에 법적 대상이 안돼서 설치가 안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11층 이상만 의무라고 하는데, 이 법을 좀 고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 이용재 교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다분히 있습니다. 특히 주거형 같은 경우는 잠자다가 화재를 당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인명 피해가 높거든요. 그래서 주거형에 관한 한 특히 좀 법을 강화할 필요가 반드시 있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아파트 주민회의에서 꼭 얘기 나와서 반드시 좀, 안 되면 주민 자체로라도 해야 될 것 같단 생각이 들고요?
 
▶ 이용재 교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현재 지어진 건물에서 자체적으로 하기에는 비용문제라든지 창고문제라든지 등등으로 인해서 기존 주택에 적용하기는 굉장히 어렵습니다. 현실적으로요.

▷ 최영주/사회자:
또 여쭤보고 싶은 게 소방헬기 얘기가 나와요. 소방헬기 때문에 불이 커진 게 아니냐, 이런 얘기도 있던데요?

▶ 이용재 교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그 얘기들이 자주 나오는데요. 저는 현장에서 거의 화재 나고 직후부터 진화될 때까지 있었는데. 이렇게 보시면 됩니다. 직접적으로 헬기 바람에 의해서 불이 확산됐다고 보기는 사실 좀 어렵고요. 물론 전혀 0.1%도 없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겠지만. 예를 들어서 뭐 환자가 약의 부작용이 두려워서 약 복용을 안 하고 죽는다는 거랑 똑같은 얘기거든요. 그래서 그것은 좀 이치에 맞지 않는 그런 주장인 것 같습니다.

▷ 최영주/사회자:
벌써 시간이 다됐네요. 화재 났을 때 이것 꼭 기억해야 된다, 한 말씀만 마지막으로 해주세요.
 
▶ 이용재 교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평상시에요. 소화기 하나라도 꼭 좀 집에 비치해두시고요. 그 다음에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화재가 나면 나는 1층에 가는 게 좋을지 옥상에 가는 게 좋을지 꼭 경로를 좀 늘 챙겨보시는 것이, 1년에 한 번씩이라도 그런 행동이, 적극적인 행동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이 됩니다.
 
▷ 최영주/사회자:
그러니까요, 영화가 아니라 생활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이 말씀 중요할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 이용재 교수/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네, 감사합니다.

▷ 최영주/사회자:
지금까지 경민대 소방안전관리과 이용재 교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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