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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두 자매는 왜 오빠를 살해했을까?

[월드리포트] 두 자매는 왜 오빠를 살해했을까?
미국 플로리다 주 화이트 스프링스에 사는 11살 소녀는 밤 10시쯤 학교 절친으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는 엄마의 말을 듣고 거실로 내려가 수화기를 건네 받았는데 울먹이는 듯한 친구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흘러나왔습니다. “나 지금 ‘달러 제너럴 스토어’ (가게 이름) 앞에 있어. 집에서 도망쳐 나왔어. 날 좀 데리러 올 수 없겠니?” 소녀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친구는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 지금 엄마하고 데리러 갈게. 거기서 기다리고 있어. 어디 가지 말고…”
 
엄마와 함께 차를 타고 그 가게로 향했습니다. 그런데 그 가게 앞에는 딸 애의 절친뿐 아니라 그녀의 언니(15세)도 함께 서 있었습니다. 얼굴에는 뭔가 겁에 질린 표정이 가득했습니다. 엄마는 순간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애들을 집으로 데려온 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었지만 제대로 답을 못했습니다. 눈길조차 맞추지 못했습니다. 부모의 연락처를 물어도 묵묵부답이었습니다. 결국 엄마는 경찰에 연락해 도움을 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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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관들이 두 소녀를 안심시키며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물었습니다. 한참이나 설득이 이어진 끝에 15살 언니가 갑자기 크게 소리 내 울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말할 듯 하다가 주저하기를 반복하더니 결국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오빠가 아침부터 절 마구 때렸어요. 저를 침실로 밀어 넣고는 문을 잠가 버렸어요.” 이때까지만 해도 경찰은 단순 가출이나 가정 폭력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소녀가 머뭇거리다가 가느다란 목소리를 힘겹게 토해냈습니다. “그래서 제가 오빠를 총으로 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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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경찰이 소녀의 집으로 달려가 확인해 보니 16살 소년이 피를 흘린 채 숨져 있었습니다. 15살 여동생이 한 살 터울의 오빠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겁니다. 사용된 총기는 9밀리미터 권총이었습니다.
 
경찰은 두 소녀를 달래가면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캐물었습니다. 한참 설득한 끝에 소녀는 어렵게 입을 열었습니다. 평소 오빠에게서 자주 매를 맞은 여동생은 그날 오후, 안방에 들어가 서랍을 뒤졌습니다. 그 사이 11살 여동생은 부모나 오빠가 오지 않나 망을 봤습니다. 안방에서 권총과 실탄을 찾았습니다. 총은 장전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소녀는 권총에 총알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오빠가 잠든 방으로 향했습니다. 11살 여동생이 문을 열었고 방안에 들어선 15살 언니가 방아쇠를 당겼습니다. 그리고는 그 두 자매는 집을 뛰쳐나와 무작정 달렸습니다. 그리고 가게 앞에서 한동안 서성이다가 밤이 되자 친구에게 도움을 청하는 전화를 걸었던 겁니다. 경찰은 집 거실 복도에서 담요에 둘러싸인 권총 한정을 발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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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자매에게 살해당한 16살 오빠
 
경찰 조사결과 15살 소녀는 오빠로부터 육체적 폭력을 당해왔을 뿐 아니라 삼촌으로부터 성적 학대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삼촌은 2010년 그 소녀를 학대한 혐의로 수감돼 있었습니다. 두 소녀가 자주 다니던 교회의 토마스 목사는 말합니다. “이 두 소녀는 정말로 많은 상처를 받아왔습니다.”
 
두 소녀의 부모는 37살과 33살의 코네기 부부로 사건 발생 이틀 전부터 집을 비운 상태였습니다. 두 사람은 사건 발생 다음날 경찰에 체포됐습니다. 남편은 장거리 트럭 운전기사로 한번 나가면 2~3일씩 걸렸는데, 부인도 남편이 장거리 운송에 나서면 자주 동행했던 겁니다. 두 사람은 두 자녀가 육체적으로 학대를 받았는데도 이를 묵인하고 방조한 혐의로 구금됐고 2만 달러의 보석금을 내야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 받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앞으로 두 소녀를 법원의 허가 없이 만날 수 없게 됐습니다. 두 소녀 말고도 집에는 3살짜리 동생이 있었는데, 두 부모는 16살 맏아들과 15살 딸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트럭 동반 운행에 나섰고 3살짜리 막내 동생을 돌보기 위해 두 소녀들은 학교를 결석해야 하는 날도 적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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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소녀의 부모

부모의 방치 속에 두 소녀는 세 살배기 막내 동생을 돌보면서 오빠의 정신적 물리적 학대, 그리고 삼촌의 성적 학대를 받아가며 살아야 했습니다.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견디다 못해 부모가 숨겨놓은 권총을 찾아 오빠를 함께 살해한 겁니다. 동기야 어떻든 두 소녀는 현재 살인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아직 미성년자라 30일까지 청소년 보호시설에서 경찰 조사를 받게 되며 재판이 곧 열릴 예정입니다.
 
총기의 나라 미국에는 현재 3억정가량의 총기가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특히 미국 어린이 1천7백만명이 총이 있는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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