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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표창원 "서초동 가족 살해 가장, 온실 속의 화초 같은 성장이 요인일 수도"

대담 :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표창원 소장

▷ 한수진/사회자:

서초동 세 모녀 피살 사건, 무수한 보도와 분석이 이뤄졌지만 아직까지 도대체 왜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지 의문이 다 해소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표창원의 <사건과 사람들>에서 차분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표창원 소장님, 어서 오십시오.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네, 경제적 문제 때문이다 라고 하는데 잘 납득이 안 되잖아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그 이분의 현재 재산을 보면 아파트가 11억 원 감정가에 해당이 되고요. 급매로 판다고 하더라도 최소 9억 원 정도는 받을 수가 있죠.
 
그리고 통장에는 지금 3억 원 이상이 예금되어 있는 상태고요. 그런데 담보대출이 한 5억 원 있었죠, 이걸 모두 빼면 가장 낮게 잡아도 7억 원 높게 잡으면 9억 원 정도의 재산가입니다. 그래서 재산만으로 본다면 ‘생활고 때문에 자살했다’ 절대로 그렇게 볼 수 없죠. 거기다가 우울증이나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것도 아닌 것으로 확인되고 있고요. 가족 관계도 단란했다 라는 그런 증언들이 나오고 있죠.

▷ 한수진/사회자:

가족관계도 좋았다고 하잖아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양가에서 모두 아무런 부부간에 문제가 없었다. 이렇게 말씀하시고 계시는데, 그러면 어떻게 이 범행을 봐야 될까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그래서 합리적, 일단 상식이라는 차원에서 본다면 알려진 것 이외에 뭔가 숨겨진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볼 여지가 충분히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사실 저희가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힘에 있어서 ‘심리적 부검’이라는 굉장히 중요한 기법이 있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심리적 부검이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네, 심리적 부검 차원에서 본다면 이 40대 가장의 자살 동기, 상당 부분 구축이 된다 그렇게 일단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이 심리적 부검이라는 게 숨진 사람의 어떤 심리상태를 해부하는 건가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유사하지만 아주 그렇게만 말씀드리기는 어려운 게요. 부검은 아시다시피 사망한 시신을 해부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장기 또는 피하 출혈, 뇌, 또는 근육의 손상 이런 것들을 보고 나서 사망의 원인을 밝히는 건데요. 심리적 부검이라는 것은 사망한 그 분, 그 피해자의 생전 말과 행적, 그리고 살아온 경로 이런 것들을 모두 철저히 분석을 해서 과연 이 죽음에 자살 동기가 있는가. 이 부분을 이제 따져보는 것이 심리적 부검이죠.

강 씨가 살아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보통 심리적 부검 대상은 아니지만 지금 강 씨가 두 딸과 아내를 살해한 동기가 무엇이냐 하는 것을 봤을 때 우선 강 씨 스스로가 자살동기가 구축되어 있었다면, 자살의 일환으로 자살의 연장선상으로 자신의 부속, 내지는 자신의 일부로 간주했던 가족을 살해하고 자신도 죽겠다 이렇게 우리가 이해를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그래서 이제 강 씨가 사망하진 않았지만 강 씨를 사망한 상태라고 간주하고 심리적 부검을 해봐야 하는 것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만약에 심리적 부검 결과 자살동기가 충분히 구축된다면 말이죠.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그러면 이제 이 사건을 다른 특별한 문제없이 경제적인 손상, 추락, 주식투자 실패, 미래에 대한 암울한 전망 이 부분, 그리고 가족에게 지금처럼 안락한 생활을 보장해줄 수 없다라는 가장의 그릇된 책임감 이런 부분들이 살해로 이어졌다, 그렇게 우리가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네, 심리적 부검은 어떻게 하는 건가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심리적 부검이라는 것은 다양한 피해자 관련 정보를 종합해서 분석하는 것인데요, 1차적으로 피해자의 나이, 성별, 직업, 가족관계 등 이런 개인정보를 분석하고요. 그 다음에 이제 교우관계, 사회생활 특성, 음주, 약물 등의 복용 여부, 스트레스의 원인과 정도 등 이런 부분을 이제 2차 적인 정보라고 합니다.

그 다음에 이제 정신 병력이 있는지 기타 다른 병은 있는지 가족 중에 그런 정신병력이 있는 사람들은 있었는지 전과나 범법 기록, 일기, SNS, 블로그 등의 온라인 활동 이런 부분들을 3차적 정보라고 하고요.

이런 부분들을 모두 분석하고 피해자의 가족, 지인 등에 진술, 면담을 통해서 확인한 내용들을 종합적으로 분석합니다.
그래픽_모녀살해 가

▷ 한수진/사회자:

우리 경찰이 이번 사건에서 심리적 부검을 실시하고 있습니까?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제도화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사실 심리적 부검이라는 것은 원래 경찰이 하는 것은 아니고요. 외국에서 보면 죽음의 원인을 조사하고 밝히는 권한, 검시권이라고 하죠? 이것을 법의관들이 가집니다. 미국에서 Medical examiner라고 하고요. 영국은 coroner라는 제도를 쓰고 있죠. 그래서 대개 법정신의학자 혹은 심리적 부검을 할 수 있도록 전문 훈련과 자격을 갖춘 범죄심리학자가 실시하는 건데요.
 
우리는 아직, 그 가장 큰 문제가 검시권을 검사가 가지고 있죠. 전혀 법의학적 소견이 없고 전문가가 아닌데 법적 권한을 가진 사람이 권력으로 이제 ‘이 사람은 사망했다. 타살이다, 자살이다’ 이것을 결정하는 권한을 가지고 있거든요. 그렇다보니까 이제 심리적 부검이라는 제도 자체가 도입되어 있질 않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아직은 제도화 되어있지 않다는 말씀이시군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그럼 이번 사건 역시 이 심리적 부검을 통한 자살 동기를 구축하는 건 좀 쉽지 않겠네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법정 증거 차원에서 본다면 불가능하다 이렇게 봐야 되고요. 제도가 없기 때문에, 절차가 없고, 심리적 부검을 한다고 해도 그것이 과연 올바로 된 것이냐에 대한 검증 절차가 없거든요.

다만 수사에 도움을 준다든지 그리고 청취자 분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 심리적 부검 방식의 분석, 이것은 해드릴 순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정식 심리적 부검은 불가능하지만 심리적 부검 방식을 적용한 분석은 가능하다 이 말씀이세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강원도 양양에서 발생한 방화살인사건 있지 않습니까? 그 부분도 현장에서 발견한 유증, 휘발유의 잔재라든지 또는 피해자들이 누워있는 모습이라든지 수면제 복용 사실 이런 것들로 이제 단서를 잡고 용의자를 검거한 것인데요. 만약에 용의자가 쉽게 검거되지 않았다면 사실은 심리적 부검을 실시해야 합니다. 그래서 현장에 누워있는 모습과 이 분들이 살아온 행적, 남긴 말들, 이 부분을 분석해서 과연 자살의 동기가 구축되어 있는가 이걸 봤었어야 하는 것이죠.

▷ 한수진/사회자:

네, 그렇군요. 그럼 이번 같은 경우는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이번 같은 경우에는 일단 공개되고 밝혀진 자료들만 종합을 해본다면, 피의자 강 씨의 어떤 성격의 문제, 그리고 위기상황에 대처하는 그런 대응의 문제, 그리고 문제 해결 능력, 가족관계, 가족에 대한 인식, 이런 부분들을 모두 종합해본다면 일단 그 생활 습관과 성격 차원에서 자살 동기는 충분히 구축된다, 그렇게 좀 볼 수가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데 3년 전에 스스로 직장을 그만뒀다고 하잖아요? 그리고 재취업이 안 된 상태라고 하고요. 이 사실을 딸들에게는 비밀로 했다는 거고, 고시원을 오가면서 생활을 하셨다는 거잖아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그렇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마 많은 분들이 그런 말씀을 하실 거예요. 남은 돈이 7억에서 9억 정도인데, 그래도 이거 집 팔고 좀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간다든지 생활비용을 좀 줄여서 다시 시작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느냐, 그 정도 돈이면 가게를 차릴 수도 있고, 다른 근로 행위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살 수 있을 텐데. 이게 이제 합리적 선택이죠. 심리학적으로는 대응 전략이라고 합니다. 여기에 다른 분들의 조언도 얻을 수 있죠.

그런데 과도한 불안, 흥분, 두려움 등의 감정에 휩싸이게 되면 사람이 이렇게 합리적인 선택을 하지 못하고 무의식적인 혹은 본능적인 행동 사실 합리적이지 않고 파괴적인 행동 이런 것들을 하게 되고요, 이것을 ‘방어기제’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피의자 강 씨의 경우에는 너무 온실 속 화초처럼 살다보니까 이런 합리적 선택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이고요. 지금의 상황을 대단히 절망적으로 인식하면서 본능적인 방어기제에 의존해서 회피죠, 사실은 자살도 회피의 극단적인 선택인데요. 뭐 이렇게 선택을 한 것으로 분석이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더구나 또 주식투자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가면서 어떻게 보면 이런 결정을 더 앞당긴 측면도 있는 거 같아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그 과정과 지점과 상황을 대단히 극단적으로 과장해서 봤다고 봐야죠. 주식투자 2억 원을 투자하면서 ‘이것이 나의 마지막이다’ 이런 자기 각인을 시켜놓고 ‘성공하지 못하면 나는 끝이다.’ 그런데 실패로 돌아가니까 ‘아 나는 이제 끝이구나’ 이런 어떤 지나친 절망감을 가졌던 것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렇다면 지금 추가적인 다른 문제없이 실직, 또 주식 투자 실패, 그리고 앞으로 있는 돈 다 쓰고 가난해질 것이다라는 그런 암울한 전망만으로도 이번 범행의 동기가 충분히 된다는 말씀이시고요?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이번 경우만, 그리고 피의자 강 씨의 경우에만 국한해서 본다면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특히 피의자 강 씨가 성장해 온 배경을 본다면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났고요. 그리고 사교육 등을 통해서 별 문제 없이 명문대학 경영학과에 입학을 했죠. 졸업 이후에는 외국 유학을 거쳤고요. 그리고 고액 연봉의 회계 담당, 국제 기업이죠. 이런 곳과 한의원 이런 데서 근무했었고요. 그러다보니까 지금 맞닥뜨린 경제적 위기를 본인은 극복하지 못할 것으로 인식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참 사람이 한없이 강해질 수도 있지만 또 한없이 이렇게 약해질 수도 있군요, 표창원 소장님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표창원 소장/ 표창원범죄과학연구소
 
네,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표창원 소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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