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한수진의 SBS 전망대] 현직 디자이너 "신사동 노예 12년…패션계 썩었다"

대담 : 패션업계 종사자 000

▷ 한수진/사회자:

한국을 대표하는 패션디자이너죠. 이상봉 디자이너가 불명예를 안게 되었습니다. 청년들의 노동력을 착취한다고 해서 ‘청년착취대상’에 선정된 건데요. 광화문에서 시상식도 열렸습니다. 패션업계의 부당한 노동 착취를 풍자하는 일종의 퍼포먼스였는데요. 현재 패션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분의 이야기 직접 들어보겠습니다. 요청에 따라서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합니다. 나와 계십니까? 

▶ 패션업계 종사자

네, 안녕하십니까? 패션노조 대표, 배트맨D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패션노조 대표, 배트맨D라고 소개해주셨는데. 패션노조는 정식노조는 아닌 거죠?

▶ 패션업계 종사자

네, 정식노조는 아니고, 어떤 사회 운동 차원에서 1인으로 시작했다가 지금 조직화 되고 있는 단계에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여기 패션노조에는 익명으로 패션 관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면서요? 

▶ 패션업계 종사자

네, 어떤 사회 운동을 하는 형태가 뭐 한가지로만 통일되어야 되느냐,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요. 어떤 새로운 컨셉과 새로운 전략을 사용해서 이목을 끌고자, 이런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패션계에서 어떤 일 하고 계세요?

▶ 패션업계 종사자

저는 디자이너 공부를 했고요. 그리고 그런 착취를 당하기 싫어서 개인적으로 사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정말 패션계가 그런 불합리한 노동 착취가 많다고 보시는 건가요?

▶ 패션업계 종사자

네, 정말 많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희가 폭로한 이상봉 씨나 그리고 그 때 시상식을 하기 전에 다섯 분의 후보자 분들도 있었지만, 그런 분들도 다 유명하신 중견 디자이너 분들이시거든요. 제가 가장 최근에 정말 소름이 끼치고 무서웠던 것은 이제 대학을 갓 졸업을 하고 창업을 한 청년사업자들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 친구들이 20대 중반, 20대 후반인데, 그런 친구들한테 어떤 도제 시스템이라든가 그런 걸 전혀 기대할 수 없을 건데, 그런 어린 친구들이 중견 디자이너들이 하는 행태를 그대로 따라합니다. 

그게 무슨 말씀이냐면, 1인 기업 형태로 시작하다가 이제 직원 한두 명 고용하게 됐을 때, 성장했을 때, 무급 인턴을 고용한다든가. 아니면 40만 원 50만 원을 주고 인턴을 고용해서 노동착취, 열악한 근무 환경에서 야근시키고 주말도 없이 일을 시키고 그런 걸 그대로 따라한다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지금 패션 업계 전반적으로, 어떻게 보면 그런 일이 더 많아지고 있다고 보시는 거군요? 

▶ 패션업계 종사자

그렇죠. 맨 위에서부터 맨 아래까지, 지금 대한민국 패션계 시스템이 썩었다, 썩어 들어가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썩어있다, 여기서 더 나빠질 순 없다, 그렇게 그 정도로 극단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그렇게 심각한가요?

▶ 패션업계 종사자

저희가 크게 다섯 가지 문제로 요약을 해서 개선하고자 하는 데요. 첫 번째는 근로계약서 미작성, 그리고 두 번째는 부당 임금, 그리고 세 번째는 인격 모독과 패션계에서만 존재하는 디자이너들의 신체 조건을 차별하는 몸 차별, 그리고 네 번째는 각종 법정수당 미지급, 그리고 다섯 번째는 부당해고 등이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하나하나 짚어봤으면 좋겠습니다. 근로조건에 대한 말씀을 하셨네요? 

▶ 패션업계 종사자

네, 근로계약서를 미작성하는 건데요. 이게 어떤 고용인과 고용주 간 어떤 관계를 맺는 데 첫 단추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업계에 실태조사를 하진 않았지만, 제가 제보와 어떤 직접 경험하고 들은 걸로 추정하면, 업계의 한 80~90% 가깝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걸로 추정이 되고 있습니다. 그 정도로 이 법에 대해서 지켜야 된다,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것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 굉장히 도덕적으로 해이한, 그런 관점들을 가지고 있고요. 누구하나 뭐 문제제기를 하지 않고 맨 위 어르신부터 그러고 있으니. 

▷ 한수진/사회자:

맨 위의 어르신이라고 말씀 하시는 것은 이상봉 디자이너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 패션업계 종사자

네, 굳이 회피하지 않겠습니다. 맞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구체적인 근거도 있는 건가요?

▶ 패션업계 종사자

구체적인 근거가 있습니다. 직접 경험했던 분을 만나고 통화하고 구체적인 사례를 받고, 또 어떤 증거 같은 것도 저희가 받았는데. 제보자 보호 차원에서 이걸 오픈하지 못하고 있는 걸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요. 

▷ 한수진/사회자:

근로계약서도 작성하지 않고, 법정 수당도 주지 않고, 부당임금에 대해서도 문제를 지적하고 계신데요? 어느 정도인가요?

▶ 패션업계 종사자

네, 이상봉 선생님은 현재는 근로계약서를 쓰고 급여를 올려주셨습니다. 왜냐하면 작년 10월 말에 여론이 악화되자, 11월 초에 소리 소문 없이 바꾸셨어요, 그리고 나서 대외적으로는 “법을 지키고 있다” 이렇게 다시 한 번 대중을 속이고 계시는데. 일단 이상봉 사장님께서는 10만 원, 30만 원, 100만 원, 뭐 정직원도 100만 원 초반 대의 임금을 주셨고요. 그리고 나머지 분들도 누구는 30만 원, 누구는 40만 원, 누구는 60만 원, 정말 기준도 룰도 없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정직원도 한 100만 원 정도고? 

▶ 패션업계 종사자

100만 원 대 초반이요. 

▷ 한수진/사회자:

나머지 분들은 견습생을 말하시는 건가요? 

▶ 패션업계 종사자

견습은 10만 원, 인턴은 누구는 30만 원, 누구는 60만 원, 또 급여가 사람마다 달라요, 조금씩. 근로계약서 상에 ‘임금에 대해서 서로에게 발설치 아니하고, 만약에 발설했을 때 돌아오는 불이익에 대해서는 본인이 다 감당한다’ 그런 말도 안 되는 근로계약서를 ㈜ 이상봉 사무실의 직원들한테 내용이 있다고 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착취라는 말이 성립하려면 노동력에 비해서 현격히 낮은 페이를 지급했다, 이런 근거가 성립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노동 강도는 어느 정도가 되나요? 

▶ 패션업계 종사자

어우, 정말 정말 정말 제가 그 사례를 읽을 때마다 정말 너무 힘들었습니다. 저희가 ‘신사동 노예 12년’ 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 한수진/사회자:

신사동 노예 12년?

▶ 패션업계 종사자

네네. 정말 1주일이 있으면 토요일, 일요일도 일을 나왔다고 해요. 그런데 뭐 한 달에 하루 이틀 빼고는 매일 막차를 타고 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막차마저 끊기면 택시를 타고 가고.

▷ 한수진/사회자:

오전부터 거의 자정 무렵까지 이렇게 일했다는 거군요?

▶ 패션업계 종사자

네네. 원래 휴게 시간도 정해져 있고, 그런 게 근로기준법이지 않습니까? 그런데 뭐 딱히 휴게 시간도 없고. 오너가 밥 먹자고 하면 밥 먹는 거고. 안 먹을 때도 있었고. 아니면 일하는 데 신문지 얼른 깔아놓고 후다닥 먹게끔 해가지고 재촉을 하니까 먹다가 체한 적도 있고. 그게 너무 자존심 상해서 아예 안 먹은 사람도 있었고요. (한숨)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또 어떻게 보면 말이죠. ‘견습’이라고 하면 단어 자체의 뜻도 그렇고, 옆에서 보고 배운다, 이렇게 생각하게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상대적으로 임금이나 노동관계에서 이런 문제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데요? 

▶ 패션업계 종사자

네네. 원래 견습이라는 게, 저도 이상봉 사장님께서 그런 형태의 어떤 학생들을 고용하고 있는 것을 처음 알았지, 일반적인 형태는 아닙니다. 보통 일반적인 형태는 인턴과 정규직이 있는 거고요. 저도 이상봉 선생님께서 견습이라는 것을 쓴다고 했을 때, 굉장히 생소하고 놀랬었는데. 원래 견습이나 인턴의 취지는 어떤 사회적으로 순기능으로의 취지가 있지 않습니까? 교육적인 환경을 제공하고 사회에 나오기 전에 어떤 경험할 수 있게 그러한 어떤 교육적인 취지인데요. 이거를 현재 업계에서 패션 업계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악용을 하고 있는 거죠. 

유급 직원이 할 일을 갖다가 무급 직원이나 인턴들에게 시키면 안 됩니다. 이게 법입니다. 이상봉 씨 이야기는 아니고, 후보 4번 이석태라는 분의 얘기인데, 그분은 또 대학 교수세요. 그런데 그분은 무급 인턴을 고용해가지고 오전에는 자기 매장에서 판매원 일을 시킵니다. 이게 무슨 말이 됩니까?

▷ 한수진/사회자:

막말 같은 인권 유린 사례도 지적하셨죠? 

▶ 패션업계 종사자

아무래도 요즘 갑을관계에 말이 많은데, 적절한 비유가 아닌지 모르겠지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라는 영화도 있지 않습니까? 그게 패션계 사람들의 굉장히 히스테리컬한 모습을 풍자한 건데, 이쪽 분야도 뭐 단적인 예를 말씀드리면, 뭐 정말 막말하면서 직원한테 가위를 던져서 그 여직원이 가위를 맞아서 바로 짐 싸고 나간 경우도 있었고요. 고용인에 대한 어떤 존중 자체가 없는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게 어떻게 보면 도제식 문화, 뭐 도제식이라고 표현을 하잖아요.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 직원이라기보다는 제자라는 개념이 강해서 그런 풍토도 좀 있는 거 같은데. 그 정도도 넘어섰다고 보시는 건가요?

▶ 패션업계 종사자

사실 패션계는 ‘도제’라는 단어를 적용하기에 분명히 모호한 게, 그 선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면, 스승과 제자라고 하면 정말 스승에게, 장인에게, 장인만의 기술을 전수받는 것인데.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상봉은 사원수가 잡코리아에 공고된 정보에 의하면, 사원수가 100명이 넘는 중소기업입니다. 디자인팀이 있고 영업팀이 있어요. 홍보팀이 따로 있어요. 디자인은 디자인팀에서 나옵니다. 디자인 실장과 디자이너들이 디자인을 뽑는 거고요. 이상봉 사장님께서는 말 그대로 사업체의 사장님이신 거죠. 최종 결정과 디렉팅을 하시는 거고. 디자이너다, 라고 할 수 없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쨌든 도제식이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애매한 부분이 많다는 말씀이시고. 패션업계도 하나의 업계로서 기본적으로 사측에서 갖춰야 될 시스템, 최소한의 의무는 갖추는 게 좋겠다, 이런 말씀이신 것 같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말씀을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패션업계 종사자

네,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패션계 종사자 이야기, 익명으로 들어봤습니다. 이상봉 디자이너 측의 입장도 듣고 싶어서 여러 차례 요청을 했는데요. 회신이 없었다는 점도 안내해 드립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