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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금연구역' 확대…복지부 "일을 못 하겠어요"

[취재파일] '금연구역' 확대…복지부 "일을 못 하겠어요"
새해 들어 금연구역이 대폭 확대됐습니다. 일단 흡연실을 설치하지 않은 음식점에서는 담배를 태울 수 없습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100㎡ 이하의 소규모 음식점에서는 담배를 피울 수 있었지만 이제는 규모에 관계없이 모든 음식점에서 담배를 태울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카페도 마찬가지여서 밀폐된 공간에 환기 시설을 갖춘 흡연실이 없으면 실내에서는 담배를 태울 수 없습니다.

담배 태울 곳이 빠르게 줄어들다보니 흡연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습니다. 그제 새벽 2시쯤에는 서울 동대문구의 한 식당에서 폭행 사건까지 벌어졌습니다. 식당 안에서 흡연을 막는다는 이유로 손님인 50대 여성이 40대 주인 아주머니의 뺨을 때린 것이지요. 업주는 “네 시간 넘게 경고하고 아르바이트생까지 금연해 달라고 말을 했는데도 손님이 끝까지 실내 흡연을 고집했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강남 번화가를 찾아가 금연구역의 효과를 살펴봤습니다. ‘흡연가능’이라는 입간판을 세우고 홍보를 하는 술집들이 곳곳에서 발견됐습니다. 마음껏 담배를 태워도 된다는 한 술집에 들어가 봤습니다. 홍보와는 달리 흡연실이 마련되지 않았다며 실내에서는 담배를 태울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두 번째로 간 술집에서는 환기시설이 갖춰진 흡연실이 설치돼 있었지요. 세 번째로 간 술집에선 “흡연실은 없지만 지금 이 시간대엔 그냥 담배를 태워도 된다”고 말했습니다. 술 마실 공간이 방으로 분리된 술집이었는데 테이블마다 재떨이로 쓸 수 있는 종이컵이 놓여있었지요.

역시 금연구역인 PC방도 찾아가 봤습니다. 술집처럼 PC방이 많이 있는 골목에서도 ‘흡연실 설치’ 등 실내 흡연이 가능하다고 홍보하는 입간판을 쉽게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술집과 마찬가지로 PC방 역시 입간판과는 달리 실내에서 담배를 태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단속이 뜸한 새벽시간에 찾아가서인지 PC방에서는 손님들이 마음껏 담배를 태우고 있었습니다. PC방 업주는 “손님들이 너무 불편해해서 흡연실이 설치됐어도 늦은 시간에는 이렇게 실내 흡연을 그냥 내버려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어디서 담배를 태워야 하는지 헷갈려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흡연실이 없는 음식점은 모두 금연이지만, 단란주점같은 유흥주점에서는 담배를 태울 수 있습니다. 또 노래방과 실내 골프연습장, 당구장, 기원 등에서도 여전히 흡연이 가능합니다. 대학의 경우도 모든 건물은 금연구역이지만, 건물 밖은 학교 재량에 따라 흡연구역을 설정할 수 있어서 학내 어디서든 실내만 아니면 마음껏 담배를 태울 수 있는 학교도 있습니다.
금은구역 흡연 캡쳐

보건복지부는 “모든 실내를 금연구역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노래방과 실내 골프연습장, 당구장, 기원 등은 물론 유흥주점까지 중장기적으로 금연구역에 포함시킬 뜻을 내비쳤습니다. 실제 노래방과 실내 골프연습장, 당구장은 당장 내년부터 금연구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보도도 나온 상태이지요. 하지만 복지부는 특정 업종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만약 당구장이 금연구역으로 지정될 것이란 보도가 나오면 당구장 업주는 물론 당구장에서 흡연을 즐기는 사람과 심지어 당구장 흡연을 싫어하는 사람들까지 일을 할 수 없을 정도로 전화를 한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금연구역에서 담배를 태우다 단속에 적발되면 업주는 최대 500만 원, 담배를 피운 사람은 1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됩니다. 업주의 경우 보통 1차 적발 때는 170만 원, 2차 적발 때도 330만 원의 과태료를 내야 하는데 영세한 음식점의 경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금액입니다. 업주들로서는 흡연 금지로 인해 손님이 빠질 것에 대한 우려와 수백만 원의 과태료 사이에서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역시 해답은 흡연자들 스스로가 바뀌는데 있을 것입니다. 마치 신호위반을 하는 것처럼 실내 흡연에 양심의 가책이 생겨야 하겠지요. 하지만 2배 가까이 오른 담뱃값과 크게 줄어든 흡연구역 때문에 가뜩이나 흡연자들의 울분이 쌓인 현 상황에서 금연구역의 효과에 대해 논하기는 너무 이른 것 같습니다.


▶ 흡연 갈등에 주인 뺨까지 때려…삐걱대는 '금연 구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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