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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또 車보험 지역 차등화?…화들짝 놀란 금감원

[취재파일] 또 車보험 지역 차등화?…화들짝 놀란 금감원
한 언론의 보도. 중소형 손보사들이 높은 손해율을 나타내는 호남지역의 운전자보험 가입자에 대해 상해입원비 가입한도를 5만원에서 3만원으로 축소했다는 내용이었다. 사실상 같은 보험료를 내고도 호남지역 가입자는 상해입원비를 적게 받게된다는 설명과 함께.

우선 운전자보험이란? 자동차보험(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험이다)에서 보상하지 않는 비용을 보장해 주는 별도의 상품이다. 주로 교통사고 형사합의금, 벌금, 변호사 비용, 입원비 등을 보장해 준다. 여기서는 상해입원비특약만 보자. 보험가입자는 운전자보험 중 상해입원비특약에 가입할 때 가입한도를 선택할 수 있다. 보험료는 받게 될 입원비가 많을수록 비싸진다. 교통사고로 인해 입원할 경우 일당 3만원의 입원비를 받기 위해서는 월 1,600원, 5만원의 입원비를 받기 위해서는 월 2,800원의 보험료를 내야 하는 식이다(삼성화재, 40세 남자, 10년 만기 기준). 

그러니까 위의 기사는 자동차 사고가 잦고, 그로 인한 입원비율이 높은, 그래서 입원비가 너무 많이 지급되는 호남지역에 대해서는 상해입원비 특약 한도를 3만원으로 제한한다는 뜻이겠다.

금융감독원이 즉각 사실 확인에 나섰다. 결론적으로 ‘그런 일이 없다’는 내용의 참고자료까지 배포했다. 보험회사들의 동향에 대한 보도에 금감원이 대신 나서서 자료까지 배포하는 건 이례적이다.

설명은 이렇다. “운전자보험의 교통상해입원특약 가입한도는 보통 3만 원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만 일부 회사는 우량 고객에 대해 가입한도를 5만 원까지 확대하고 있다. 그런데 일부 보험회사가 손해율이 높은 모집조직(GA, 독립법인대리점이라고 한다. 보험회사 한 곳에 속하지 않고, 여러 보험회사의 상품을 파는 곳이다)에 대해 가입한도를 1만 원으로 운영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손해율이 상습적으로 높아 상해입원특약 가입한도가 축소된 ‘일부 모집조직’이 호남지역에 기반을 둔 대형 GA여서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손해율이 높은 GA에 대한 가입한도 차등’은 있을지언정 ‘지역에 따른 가입한도 차등’은 없다는 뜻이다.
금감원 금융감독원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빠른 설명을 내놓은 것은 이 문제가‘지역별 자동차보험료 차등화’라는 해묵은 논란으로 번질 잠재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통계상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은 호남과 충청 지역이 높게 나타난다. 자동차 1만대 당 교통사고 사망자(2013년 기준)도 전북(5.8명), 충남(4.7명), 전북(4.6명) 지역이 경남(3.2명), 경기(2.1명), 서울(1.3명)보다 많다.

보험회사들과 일부 보험학자들은 ‘위험이 높은 집단에 비싼 보험료를 물리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한다. 손해율이 낮은 지역의 보험가입자가 손해율이 높은 지역의 보험가입자를 보전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논리를 배경으로 과거 몇 차례 정부가 자동차보험료의 지역별 차등화 카드를 꺼내 든 적이 있다. 하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지역별 교통인프라라는 변수를 고려해야 한다든지, 현재의 자동차보험료에도 이미 개인별 사고율에 따른 보험료 차이가 반영돼 있다는 등의 반론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예민한 소재인 ‘지역차별’을 건드린다는 점이 문제였다. 숱한 논란 끝에 지역별 보험료 차등화를 사실상 포기한(?) 금감원으로서는 운전자보험 가입한도의 ‘지역별 차등’이라는 소재의 휘발성 때문에 서둘러 대신 설명에 나선 것이다.

손해보험업계는 자동차보험의 적자가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며 벌써 우는 소리다. 과거에도 자동차보험의 손해율이 높아지고, 적자로 인한 위기가 강조될 때마다 대놓고 ‘보험료 올리겠다’는 말에 앞서 ‘지역별 보험료 차등화’같은 소재를 동원하곤 했다.

사회적 합의가 쉽지 않은 소재에 대한 논쟁보다는 교통사고 자체를 줄이기 위한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보험개발원 관계자의 결론이다. 사고가 줄어 손해율이 안정되면 ‘지역별 차등화’라는 소재도 쏙 들어가게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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