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공직자와 사업가 홀린 50대 여성의 치명적 유혹

강남의 330㎡짜리 대형 펜트하우스에서 호화생활을 하면서 사회지도층 인사들로부터 사업 투자 등을 빌미로 수십억 원을 뜯어낸 50대 여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습니다.

서울 수서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하모(51·여)씨를 구속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하 씨는 2012년 12월부터 작년 5월까지 국세청 출신 세무사 A씨와 사업가 B씨로부터 투자 등 명목으로 38억여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조사결과 하 씨는 강남구 도곡동의 월세 1천만 원짜리 대형 펜트하우스를 임차하고 벤틀리 승용차 등을 렌트하고서 의류유통 사업을 하는 2천억 원대 자산가를 자칭하며 사교계에 등장했습니다.

그는 모 대학 최고경영자과정에서 만난 A씨 등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하는 등 유인해 환심을 사고 나서 어느 정도 친분이 쌓이자 "재고 의류를 구입해 해외에 팔면 갑절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으니 돈을 빌려주면 한 달 뒤 10%의 이자를 붙여 돌려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하 씨 정도의 자산가가 거짓말할 리가 없다고 믿은 피해자들은 흔쾌히 돈을 송금했습니다.

그러나 '2천억 원대 자산가'의 외양은 가면에 불과했습니다.

하 씨는 정해진 날에 원금과 이자를 돌려주기는커녕 대책 없이 돈을 더 빌리기만 했습니다.

의류유통업을 한다는 것도 거짓말로, 빌린 돈은 대부분 사치생활과 재력과시에 쓰여 현재는 남은 돈이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하 씨의 사기 행각에 넘어간 피해자는 A씨와 B씨 외에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하 씨의 지인에 따르면 하 씨 집에는 고위 관료와 지방자치단체장을 비롯해 연예인도 드나들었다고 합니다.

하 씨의 지인은 "일부 인사들은 하 씨와 교제하거나 하 씨에게 끈질기게 구애를 하기도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 씨에게 피해를 본 남성 대다수는 사회적 신분 때문에 고소하지 않거나 피해액 일부를 돌려받고 합의해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하 씨는 과거에도 같은 수법으로 사기를 쳐 수배됐다가 피해자와 합의해 무마된 전력이 있습니다.

하 씨는 A씨에게도 "1억 원이라도 돌려줄 테니 합의하자"고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A씨는 지난해 가을 하 씨를 고소했고, 하 씨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잠적했다가 지난달 29일 김포의 친척 집 인근에서 잠복 중이던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경찰은 알려지지 않은 피해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하 씨를 상대로 여죄를 추궁하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