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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병역기피자 신상공개, 심사 대상이 된 그들이 궁금하다

[취재파일] 병역기피자 신상공개, 심사 대상이 된 그들이 궁금하다
지난 9일, 국회에서 통과된 수많은 법안 중에는 ‘병역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포함돼 있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병무청장은 병역의무를 국내외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면탈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기피하는 자의 인적사항 등을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공개하도록 함.’

한 마디로 병역을 고의적으로 기피한 사람은 성범죄자 신상 공개하듯 인적사항을 공개한다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신상 공개 대상을 해외에서 오래 머물며 일부러 들어오지 않는 사람으로 한정했었습니다. 하지만 왜 국외 기피만 하느냐, 국민 법 감정 상 국외나 국내나 마찬가지다,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습니다. 특히 군 출신인 새누리당 송영근 의원을 포함해 국회 국방위원회 의원들 다수가 병역 기피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주자는 목소리를 내면서 국내외 할 것 없이 병역 기피 대상자는 모두 공개하게 됐습니다.

법이 통과된 후 병무청에서는 ‘병역의무기피 공개심의위원회’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심의위원회에서는 병역 기피자로 분류된 사람들 가운데, 누구를 공개할 것인지 기준을 정합니다. 공개될 대상의 인적사항을 어디까지 공개할 것인지도 결정해야 합니다. 이름과 생년월일만 할 것인지, 사진이나 거주지도 공개할 것인지 세부적인 기준은 현재로서는 나와 있지 않습니다. 인터넷에 공개할 것인지 관보에 할 것인지도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그럼 어떤 사람들이 심의 대상에 올라와 있을까요? 송영근 의원실을 통해 자료를 받아봤습니다. 먼저, 최근 3년간 발생한 병역 기피자는 3천 99명입니다. 연간 평균 천 명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종교적인 신념으로 입대하지 않은 여호와의 증인을 제외하면 심의 대상이 된 병역 기피자는 평균 400명 정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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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 기피를 위해 자주 쓰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해외로 출국했다가 돌아오지 않는 것이죠. 최근 10년간 해외에서 미귀국한 사람은 모두 987명입니다. 2004년 76명이 발생한 이후 지속적으로 늘어나서 2013에는 166명을 기록했습니다.

이 사람들이 해외에서 머무는 시간도 분석해놨더군요. 1년 미만인 경우가 987명 가운데 202명으로 가장 많았습니다. 하지만 4~5년이 87명, 5~6년이 77년, 6~7년이 68명, 7~8년이 87명, 8~9년이 54명, 9~10년은 53명이나 됐습니다. 1년 정도는 어떤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있겠지만 10년 가까이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은 ‘군대에 가야겠다’는 의지가 사실상 없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들이 머물고 있는 나라는 상당히 다양했습니다. 987명 가운데 미국이 735명으로 압도적으로 많았고요, 그 다음이 호주-캐나다-일본-영국-필리핀-중국 순이었습니다. 4명에서 7명 정도기는 하지만 뉴질랜드나 독일, 브라질, 에콰도르로 출국한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병역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들의 나이는 어떨까요. 2013년의 경우 1,043명 가운데 20세가 327명으로 압도적이었습니다. 이후 나이가 들수록 점차 줄어들어서 30세는 6명이었습니다. 하지만 34세 3명, 39세도 1명 있었습니다.

직업들도 궁금하실 텐데요, 역시 2013년의 경우 무직이 827명으로 가장 많습니다. 그 다음에 학생이 179명, 회사원은 17명, 서비스 업종은 20명이었습니다. 함께 보시라고 2014년 10월 31일 현재 기준으로 작성된 표를 첨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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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군구별로도 살펴볼까요? 경기도가 255명으로 가장 많고, 다음이 158명인 서울입니다. 역시 인구 밀도가 높은 곳에서 병역 기피자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다음은 경남 74명, 인천 65명, 경북 66명, 대구 60명, 전북 52명 순이었습니다.

강남 3구로 대표되는 잘 사는 동네일수록 병역 기피자가 많지 않겠느냐 이런 생각도 해볼 수 있겠죠. 하지만 2013년의 경우 서울 25개 구 가운데 병역 기피자가 가장 많은 곳은 14명이 있는 강북구였습니다. 노원구와 도봉구가 똑같이 11명이었고요, 다음이 10명인 성북구였습니다. 참고로 강남구는 7명, 서초구는 3명, 송파구는 6명이었습니다. 2012년에는 강서구와 금천구가 각각 11명으로 가장 많았고요, 강남구는 6명, 서초구는 2명, 송파구는 8명이었습니다.

국회를 통과한 법은 올해 6월에 발효됩니다. 하지만 발효가 된다고 해서 바로 병역 기피자들의 신상이 공개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6개월간의 소명 기회를 주기 때문이죠. 이 기간 동안 대상자들은 그동안 자신이 고의로 병역을 기피한 게 아니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합니다. 그렇지 못하면 신상이 공개되겠죠. 따라서 병역 기피자의 첫 공개는 일러야 올해 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신상이 공개되면 분명 사회지도층의 자제나 재벌가 아들이 있는지 없는지 큰 논란이 벌어질 겁니다. 만약 신상 공개 범위가 너무 넓다면 인권침해 이야기도 나올 거고요. 우리나라에서 처음 이뤄지게 될 병역 기피자의 신상공개, 어떤 효과와 파장을 낳게 될지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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