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 마을에 이유없는 '졸음병'…주민 집단이주 추진

카자흐스탄 당국이 원인 모를 졸음병이 확산하는 북부 아크몰라 주 카라치 마을의 주민을 집단 이주시킬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세르게이 쿠라진 아크몰라주 주지사는 23일(현지시간) "질병의 원인을 아직 밝혀내지 못해, 결국 카라치 주민의 이주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고 트렌드 통신 등 현지언론이 전했습니다.

쿠라진 주지사는 "주민의 약 70%가 이주에 찬성했으며 이전 비용은 20억 텡게(약 121억 원)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주비용이 내년 하반기에나 나올 예정이지만, 상황이 위급한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주민들을 우선 이주시킬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당국은 주민들이 이주할 지역이나 카라치 마을의 폐쇄 여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카라치에서는 2013년 4월 졸음병이 처음 나타났습니다.

지금까지 전체주민 680명 가운데 10%가 이 병에 걸렸습니다.

병의 증세로는 신체마비, 방향 감각 및 기억상실 등을 동반한 졸음이 쏟아져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며 심한 경우 환각증세를 보이고 한번 잠들면 이틀 이상 깨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앞서 현지 주민은 이 병의 원인이 인근 우라늄 폐광에서 흘러나온 유해물질이 환경을 오염시킨 데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카자흐 질병 당국의 지역조사 결과, 중금속 및 방사선 등의 수치는 정상범위로 확인됐습니다.

카라치 마을은 크라스노고르스크 우라늄 광산에서 불과 600미터 떨어져 있습니다.

이 광산은 옛소련 시절 핵무기 제조 등을 위한 우라늄을 공급했으며 한때 광산 종사자만 6천500명에 달했습니다.

광산은 소련 해체기인 1991-1992년에 문을 닫았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