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한수진의 SBS 전망대] "세상 떠난 친구 이름으로 99만 원 기부하는 이유"

* 대담 : 익명 기부자 & 곽병창 감독(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 한수진/사회자:
성탄절 앞두고 오늘은 훈훈하고 따뜻한 기부 천사들 이야기로 먼저 시작해보겠습니다. ‘사람이 난로’라는 말도 있듯이 온기를 전하는 난로처럼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주는 두 가지 아름다운 나눔의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먼저, 불의의 사고로 숨진 친구를 기리면서 그 친구 이름으로 성금을 기부하고 있는 젊은이인데요. 자신의 이름을 밝히길 원치 않아서 익명으로 인터뷰를 진행하게 된 점, 청취자 여러분의 양해를 바랍니다. 자, 그럼 만나보겠습니다. 나와 계시죠?
 
▶ 익명기부자/ 친구 이름으로 2년째 기부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네, 안녕하세요, 자, 이름을 밝히기를 원하지 않으셨는데요. 그럼 지금 어떤 일을 하고 계세요?
 
▶ 익명기부자/ 친구 이름으로 2년째 기부
네, 인턴 활동 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학교 졸업하시고요?
 
▶ 익명기부자/ 친구 이름으로 2년째 기부
네.
 
▷ 한수진/사회자:
자 그런데 지금 친구의 이름으로 기부를 하신다고요, 이 이야기를 좀 들려주세요. 친구 분이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요?
 
▶ 익명기부자/ 친구 이름으로 2년째 기부
네, 2011년에 냉동기 수리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고가 나서 죽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3년 전이었군요. 근데 아르바이트를 했다면 아마 당시에 그 친구는 학생이었던 것 같고요.
 
▶ 익명기부자/ 친구 이름으로 2년째 기부
등록금 때문에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사고가 나서 그렇게 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유, 네. 근데 어떻게 알게 된 친구였나요?
 
▶ 익명기부자/ 친구 이름으로 2년째 기부
군대 후임이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군 시절에 인연이 맺어졌는데 당시에 동료애가 무척 컸던 것 같아요.
 
▶ 익명기부자/ 친구 이름으로 2년째 기부
군 부대원이 거의 다 친구라고 생각하면 되거든요.
 
▷ 한수진/사회자:
아, 그렇군요. 그런데 그 친구가 그렇게 갑작스럽게 사고를 당해서. 세상을 떠나니까 정말 많이 힘드셨을 것 같네요. 더구나 또 학비를 마련하려다가 그런 사고를 당했으니까 더 안타까우셨겠어요.
 
▶ 익명기부자/ 친구 이름으로 2년째 기부
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데 기부를 하는데 내 이름으로 한 게 아니라 세상을 떠난 그 친구 이름으로 기부를 하신 거예요?
 
▶ 익명기부자/ 친구 이름으로 2년째 기부
네, 세상에 ‘황승원’이란 사람이 있었다. 이런 이름을 기억하게 하고 싶어서 그렇게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럼 언제 성금을 내시는 건가요?
 
▶ 익명기부자/ 친구 이름으로 2년째 기부
작년에 한 번 하고 올해는 지난 주말에 성금을 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1년에 한 번씩 그 친구 이름으로 기부를 하시는 거예요?
 
▶ 익명기부자/ 친구 이름으로 2년째 기부
네, 그랬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불우이웃을 통해서 특히 어려운 이웃을 위해서 마음을 모으는 성금의 경우에는 액수 자체가 그렇게 중요한 건 아니겠지만, 근데 상당히 많이 생각하신 것 같아요. 의미 있는 액수를 기부하셨더라고요? 99만 원 이렇게 하신 거죠? 왜 꼭 99만 원이었나요?
 
▶ 익명기부자/ 친구 이름으로 2년째 기부
사회 초년생 입장에서 큰돈을 마련하기 힘든 것도 맞고, 저 혼자 기부한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거나 그러진 않겠죠. 혼자서 이렇게 하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99만원이라는 기부액을 정하고 ‘물은 99도에서 끓지 않고 뜨거워도 100도에서 끓는다’고 하잖아요? 그 말이 생각이 나서 99만 원으로 정하게 됐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그렇군요. 그러니까 다른 분들도 함께 해주셔서 100도로 좀 펄펄 끓게 해 달라. 하는 그런 마음으로,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펄펄 끓게 해 달라 이런 마음으로 99만 원을 정하신 거군요?
 
▶ 익명기부자/ 친구 이름으로 2년째 기부
네.
 
▷ 한수진/사회자:
네, 99만 원 적은 돈 아닙니다. 또 이 소중한 99만 원 특별히 더 잘 쓰였으면 이런 바람을 표하셨던 것 같은데요?
 
▶ 익명기부자/ 친구 이름으로 2년째 기부
승원이가 그렇게 등록금을 마련하다가 사고가 난 것도 있고, 공부하는데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부하는 친구들이 있잖아요. 성인이라면 뭐 등록금 아르바이트를 한다거나 해서 가능할 텐데 어린 친구들 같은 경우에는 그게 좀 쉽지 않잖아요. 그래서 그 어린 친구들한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어서 기부를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렵게 공부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쓰였으면 하는 그런 마음이신 거군요. 아마 그 친구 분 생각해서 그런 말씀하신 것 같은데요. 자 뭐, 들어보니까요. 아직 인턴 생활하고 계시고 앞으로 정말 제대로 직장 잡으셔야 하고 결혼도 해야 되고, 참 말하자면 마음이 여러모로 급한 형편일 텐데요. 이렇게 세상을 떠난 친구 생각하고 기부를 하시네요. 참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99만 원 기부는 언제까지 이어가실 생각이세요?
 
▶ 익명기부자/ 친구 이름으로 2년째 기부
저도 확실하게 말씀은 못 드리겠지만, 기회가 된다면 계속 한 번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형편이 닿는 한은 계속 하고 싶다, 이런 말씀이신 거죠?
 
▶ 익명기부자/ 친구 이름으로 2년째 기부
네.
 
▷ 한수진/사회자:
참 오늘 조용조용하게 말씀해주셨는데, 먼저 세상을 떠난 친구를 생각하는 마음, 그리고 또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는 마음. 무척 마음이 따뜻한 분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네요. 네,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익명기부자/ 친구 이름으로 2년째 기부
네,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자, 지금까지 불의의 사고로 숨진 친구를 기리면서 그 친구 이름으로 99만 원의 성금 이어오고 있는 젊은 청년의 이야기 함께 들어봤습니다.

이번에는요, 전라북도 전주로 가보겠습니다. 전북 전주에는 해마다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나타나는 <얼굴 없는 기부 천사>가 있다는 얘기, 아마 많이 들 알고 계실 텐데요. 벌써 14년 째, 기부가 이어져 오고 있다고 하죠.
이 따뜻한 이야기를 연극으로 만든 분이 있습니다. 연극을 연출하신 곽병창 감독, 연결해서 말씀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 곽병창 감독/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연극 <천사는 바이러스> 연출
네, 안녕하세요. 곽병창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아 벌써 14년째나 됐네요. 올해도 오셨나요?
 
▶ 곽병창 감독/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연극 <천사는 바이러스> 연출
네, 2000년 4월에 시작했으니까 이제 14년 째 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해마다 이맘쯤이 되면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 화단에다 큰돈을 놓고 가신다는 거죠?
 
▶ 곽병창 감독/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연극 <천사는 바이러스> 연출
그렇죠, 성탄절 전후로 매년 수백만 원에서 수천만 원까지 조금씩 들쭉날쭉하지만 5만원권, 1만원권, 또 100원짜리 동전 등 이렇게 모은 그런 박스를 놓고 갑니다. 지금까지 3억 5천정도 되는 돈이 모아졌다 이렇게 집계가 되고 있네요.
 
▷ 한수진/사회자:
‘얼굴 없는 천사’ 비가 또 있다면서요? 그 바로 옆에 박스를 놓고 가시고요?
 
▶ 곽병창 감독/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연극 <천사는 바이러스> 연출
네, 그렇죠. 전주시하고 전주시민들이 그 분의 선행을 기리기 위해서 노송동 주민센터 화단에 ‘얼굴 없는 천사’라는 비를 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천사비 옆에 박스를 놓고 전화를 해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달라” 라는 짤막한 말을 남긴다고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그런데 지금 이 분 절대로 자신을 밝히려하지 않는 거죠?
 
▶ 곽병창 감독/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연극 <천사는 바이러스> 연출
그렇죠.
 
▷ 한수진/사회자:
갖가지 방법 다 동원해서 이 분을 찾으려고 노력도 하셨다고 들었어요?
 
▶ 곽병창 감독/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연극 <천사는 바이러스> 연출
글쎄요. 한동안은 찾으려고 많이 노력을 하셨는데요. 전체적인 전주 시민들 분위기는 ‘꼭 밝혀야 하느냐’ 이런 분위기도 좀 있습니다. 그 분의 익명으로 기부하고 싶어 하시는 그 마음을 그대로 인정하는 게 좋지 않겠느냐 그런 느낌이 이제 좀 확산되는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그래요. 근데 이 ‘얼굴 없는 기부 천사’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극을 만드셨다고요?
 
▶ 곽병창 감독/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연극 <천사는 바이러스> 연출
네, 제가 몸담고 있는 극단이 전주의 ‘창작극회’라고 하는 극단인데요. 전주에서 한 60년 이상 된 아주 오래된 극단입니다. 전주를 대표하는 극단이고 전주에서 가장 전주다운 에피소드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저희 극단이 오래전부터 준비를 해서 금년에 새롭게 얼굴 없는 천사와 관련한 작품, <천사는 바이러스> 라는 제목의 작품을 공연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반응은 어떤가요?
 
▶ 곽병창 감독/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연극 <천사는 바이러스> 연출
아무래도 연말이고 따뜻한 이야기를 좀 기다리고 있는 그런 분들이 많이 계셔서 반응은 좋은 편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그렇군요. 이 연극을 통해서 전하고자 하는 말씀도 있으실 것 같아요.
 
▶ 곽병창 감독/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연극 <천사는 바이러스> 연출
네, 연극 자체가 가지고 있는 결말이 궁금하다든지 그런 긴장감을 만들어내는 데에는 조금 불리한 소재일 수도 있는데요. 연극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많은 분들이 짐작하시듯이 이 분이 갖고 있는 이 따뜻한 마음과 이 분이 남몰래 하시려고 하는 그 익명을 지향하는 그 마음이 많은 분들에게 확산이 됐으면 좋겠다 그런 정도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그렇군요. 연극을 보면 또 마음이 더 훈훈해질 것 같습니다.
 
▶ 곽병창 감독/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연극 <천사는 바이러스> 연출
네, 그렇다고들 하시네요.
 
▷ 한수진/사회자:
네. 그런데 그 분 오실 때가 임박해서요. 요즘 지역 주민들 삼삼오오 모여서 그 이야기들 많이 나누실 것 같은데요?
 
▶ 곽병창 감독/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연극 <천사는 바이러스> 연출
그렇죠. 올해는 아직 소식이 없으신데요. 대개 크리스마스에서 연말 사이에 오시는 경우가 제일 많으셨기 때문에 아마 며칠 안에 또 소식이 있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네요.

▷ 한수진/사회자:
네, 그러네요. 그런데 이 분 기부 기리고 선행 본받자는 의미에서 천사의 날도 지정됐다면서요?
 
▶ 곽병창 감독/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연극 <천사는 바이러스> 연출
네, 10월 4일인데요. 전주시에서 이 분하고 또 노송동 사는 주민들 마음을 기리기 위해서 ‘천사의 날’을 지정했습니다. 그래서 여기에 많은 분들이 모여서 독거노인이나 소년소녀가장, 또 불우이웃을 돕는 봉사활동도 하는 그런 날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네, 그렇군요. 자 노송동 기부천사 영향으로 많은 분들이 전주뿐만 아니라 또 얼굴 모르는 천사들이 많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정말 이런 마음들, 따뜻한 마음들이 또 기부가 많이 좀 확산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 곽병창 감독/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연극 <천사는 바이러스> 연출
네.
 
▷ 한수진/사회자:
포근하고 따뜻한 이야기 잘 나눠봤습니다. 말씀 고맙습니다.
 
▶ 곽병창 감독/ 우석대 문예창작과 교수· 연극 <천사는 바이러스> 연출
네, 고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지금까지 전주 노송동의 기부천사 이야기를 바탕으로 연극을 연출하신 곽병창 감독님과 이야기 나눠봤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