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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브리핑] 노후가 악몽으로…실버타운의 명과 암

<앵커>

요즘 혼자 사는 노인들에게 자녀 노릇을 대신해준다는 실버타운이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실버타운의 경우는 들어갈 때 이야기 다르고 또 들어가고 난 다음에 이야기가 달라서 문제가 적지 않다고 하는데, 국내 실버타운 실태를 취재한 한상우 기자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자세히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한 기자, 어서 오십시오. 일단 실버타운이라 그러면 일부 부유한 분들의 전유물이다. 이렇게 알려져 있는데 요즘은 가격도 그렇고 종류도 굉장히 다양해졌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사실 실버타운 하면 일부 부유층의 전유물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분들 많을 텐데요, 저도 취재를 하면서 여러 군데 실버타운을 다녀봤지만, 상당히 화려한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아주 고가의 비용을 받는 업체들이 많았습니다.

국내 최고가 수준의 실버타운에 입주한 입주자 얘기 들어보시죠.

[김영택/실버타운 입주민 : 우리 집사람도 이제는 나이가 있잖아. 힘들어. 그러니까 좀 편안하게 살자 해서 이리로 들어왔어요. 사실 여기 있는 게 낙원이더라고.]

상당히 만족도가 높아 보이시죠? 그래서 이 실버타운을 찾아가 봤더니 건물 안내원과 로비의 모습을 보면 마치 특급호텔 같았습니다.

실제로 국내 실버타운 가운데 입주보증금과 월 생활비가 가장 비싼 수준으로 알려진 곳인데요, 입주 보증금만 9억 원이 넘고, 월 생활비가 한 사람에 300만 원 수준인 곳이었습니다.

<앵커>

가격으로 보면 웬만한 사람들은 엄두 내기 힘든 가격인데, 대체 어떤 시설들이 들어가 있습니까?

<기자>

이곳에는 실버타운에서 갑작스러운 심장마비, 뇌출혈 이런 돌발 상황에 대비해서 24시간 병원이 문을 열고 있습니다.

당연히 의료진, 간호사들 항상 대기하고 있고요, 그리고 각종 운동 활동을 할 때도 전문가의 지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실버타운 관계자 얘기 들어보시죠.

[실버타운 운영회사 직원 : 시설 특성상 시니어분들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가장 중점적으로 두는 부분은 건강 부분이 되겠습니다. 그래서 건강에 대한 관리 예방, 증진을 하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시설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사교댄스 등 갖가지 취미활동 역시 전문 강사들의 지도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런 초고가 실버타운은 주거 공간뿐만 아니라 노인들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대부분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 주택과 구별되고 있습니다.

<앵커>

돈만 많다면 얼마든지 이런 데 가면 좋겠는데, 다 형편이 조금씩 다를 테고요, 실제로 이렇게 비싼데 말고 이것보다 훨씬 저렴한 실버타운도 요즘 많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실버타운의 거의 30분의 1 가격, 이 가격에도 행복한 노년을 보낼 수 있는 그런 실버타운이 있었습니다.

제가 가봤는데 이 실버타운에서 간식을 먹고 있는 노인들의 모습을 한 번 보시겠습니다.

[실버타운 입주민들 : (얼마나 (자주) 이렇게 드세요?) 날마다 먹어요. (날마다?) 덜 왔어요. 오면 한 30명 돼요. 밥도 해먹고 잠은 집에 가서 자고 아침에 와서 만들어서 이런 것도 먹고 밥도 해먹고 그래요. (그러면 계신 분들 다들 굉장히 친하시겠어요?) 네, 친하죠. 화투도 치고 놀고. (화투도 치고 놀고?)]

이곳은 전라북도 김제에 있는 실버타운인데요, 입주 보증금은 1천900만 원에서 3천800만 원 수준입니다.

공과금 외에는 아무런 의무적으로 내야 할 돈이 거의 없어서 식사를 포함한 한 달 관리비가 15만 원 정도인데요, 시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노인 복지관 바로 옆에 실버타운을 짓고 이 시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입니다.

이곳에는 노인 복지관, 노인 대학, 게이트볼장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서 있는데요, 그야말로 노인들을 위한 하나의 마을이 형성된 상태였습니다.

<앵커>

우리 사회가 급격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으니까 이런 저렴한 가격으로 노후를 보낼 수 있는 실버타운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는데, 이런 경우는 굉장히 모범적인 운영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것이고, 반면에 정말 노후가 악몽으로 변한 이런 사례도 적지 않았다면서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제가 인천 서구의 한 실버타운을 찾아가 봤습니다.

이 실버타운 5층 건물의 3층과 4층은 실버타운, 그리고 나머지 시설은 암 환자 중심의 요양병원으로 운영되고 있었는데요, 제가 직접 찾아가 봐서 운영 현황을 물어봤더니 직원의 대답은 이랬습니다.

[실버타운 직원 : 99㎡는 아예 없고 66㎡도 없고 49㎡ 2개 남았어요. 빈 곳이 아예 없어요. 한 번 들어오시면 안 나가시고….]

방이 모자랄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얘기지만, 이곳에 거주하는 노인들의 얘기는 달랐습니다.

[노인 : (식사나 뭐 이런 건 어떠세요?) 식사 뭐, 그저 넘어갈 수 있는 정도…. 목욕탕도 해놓고 운영 안 하고…. (지금도 안 해요, 목욕탕?) 지금 하는데 목욕탕 하나 가지고 하루는 남자, 하루는 여자, 그중 환자들도 하고 난 한 번도 여기서 안 해.]

약속했던 서비스와 상당히 다른 부분들인 건데요, 운영업체가 돈을 더 많이 내는 요양병원 환자 중심으로 병원을 운영하다 보니 실버타운 입주 노인들의 설 자리가 없어진 겁니다.

<앵커>

그렇다면 보증금 돌려받고 다른데 옮기거나 일반 가정으로 옮기면 될 텐데, 또 그럴 수 있는 여건은 아닌 모양이죠?

<기자>

네, 맞습니다. 노인 한 분당 5천만 원에서 7천만 원의 보증금을 내고 월 90만 원가량의 생활비를 내고 거주하고 계셨었는데요, 이 실버타운을 운영하는 재단이 입주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못 박았기 때문입니다.

[실버타운 관계자 : 지금 당장 나가시면 우리가 돈 못 내준다. 솔직히 못 내주니까 한 몇 년을 더 살아라.]

재단이 이미 160억 원가량 빚을 지고 있기 때문에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는 겁니다.

하지만 관할구청도 뾰족한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였습니다.

[구청 직원 : (실버타운) 다 정리하면 좋지 않을까. 시설 폐지하고, 그런데 현재 47명이 있으시거든요.]

사실 부실 실버타운 때문에 발생하는 피해는 이곳만의 얘기가 이는데요, 현재 실버타운은 전국적으로 100여 곳이 있습니다.

그런데 경영악화와 미분양 등을 이유로 약속한 의료서비스나 편의 시설을 제공하지 않는 업체가 많아서 정상 운영되는 곳은 30여 곳에 불과합니다.

실버타운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지만, 설립 자격이나 운영 실태 점검 등에 대한 법적 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아서 추가 피해의 여지가 큰 상황입니다.

<앵커>

앞으로 이런 실버타운 많이 늘어나겠죠. 그러나 어르신들 같은 경우에 대처 능력이 떨어지시기 때문에 당장 나간다거나 문제가 생기면 이거 어떻게 해야 될지 걱정이 많네요. 어쨌든 법적인 장치 마련을 좀 해야 할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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