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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삼단봉 사건', 벌금형은 아니겠죠?

[취재파일] '삼단봉 사건', 벌금형은 아니겠죠?
 
지난주 온라인 사이트 '보배드림'에서 조회수가 가장 많은 글이었던 이른바 '삼단봉 사건'. 게시한 지 하루도 안 돼 '베스트 글'이 된 이 사건의 전말은 이렇습니다.

 지난 17일 저녁 6시 50분쯤 용인-서울간 고속도로의 하산운 터널 앞에서부터 블랙박스 영상이 시작됩니다. 운전자 김 모 씨의 퇴근길로, 그날따라 사고가 났는지 터널 앞에서부터 길이 꽉 막혀있었습니다. 소방차량이 갓길로 들어오자 앞서 가던 차량이 터널 앞에서 소방차를 세워줬습니다. 소방차에 뒤이어 검은 차량 한 대가 갓길로 따라왔고, 역시 끼어들기를 시도하고 있었습니다. 김 씨는 앞서 난 사고차량과 관련된 차량일지 몰라 비켜줄까 하다가 이 차량이 비상등을 켜지 않아 끼워주지 않았습니다.

 사건은 여기서부터 시작됐습니다. 터널 안에 들어서자 이 검은 차량이 옆 차로로 와서는 김 씨에게 시비를 걸었습니다. 왜 끼워주지 않냐는 겁니다. '사고난 차량과 가족이냐'고 물었지만, 운전자는 별 대답없이 욕만 해댔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이 검은 차량이 차선을 바꿔 김 씨의 차 앞을 가로막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운전하다보면 종종 보는 광경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운전자가 내리더니 삼단봉을 펼쳐 들고 김 씨에게 다가와 차를 마구 때려 부쉈습니다. 차 안에서 이 광경을 본 김 씨는 정말 무서웠을 겁니다. 블랙박스에 기록된 소리만 들어도 무섭더군요. 옆 차로에서 차량이 지나건 말건 화풀이를 해대는데, 만약 제가 그 차에 타고 있었다면 울어 버렸을것 같습니다. 유리가 깨져서 멱살이라도 잡히는건 아닌가 싶었을 겁니다. 그렇게 운전자가 한차례 협박하고 떠나려는 찰나에, 김 씨가 휴대전화로 경찰에 이 내용을 신고했습니다. 이때 자신의 차로 돌아간 운전자는, 그래도 화가 덜 풀렸는지 20미터를 가다 또한번 차를 세우고 김 씨에게 다가왔습니다. 물론 삼단봉과 함께요. 두번이나 화풀이를 해댄 이 남자는 그렇게 떠났습니다.

 김 씨는 이날 고속도로 터널 한복판에서 그야말로 봉변을 당했습니다. 하지만 경찰에 신고하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었다고 합니다. 터널 안이라 다른데로 달아날 수도 없고 길은 꽉 막혀있었습니다. 이 폭풍같은 사건이 끝나고 한참 뒤에 고속도로 순찰대가 왔습니다. 그런데 앞서 사고가 난 곳에서 또한번 신고가 들어온 줄 알았던 경찰은 김 씨를 지나치고 맙니다. 김 씨는 경찰의 도움은 커녕, 사건 진술 한마디 못해보고 그 길로 집에 가야 했습니다. 돌아보니 앞유리는 깨져있고, 보닛은 찌그러져 있었습니다. 삼단봉의 위력은 대단했습니다.
 
 김 씨는 고민 끝에 근처 경찰서를 찾았습니다. 상황을 설명하고 블랙박스도 보여줬습니다.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누군가가 둔기를 들고와 차를 내리치고 협박하고 달아난 그 영상입니다. 그런데 경찰은 '이런 경우 대부분 벌금형으로 끝나요'라고 했다고 합니다. 벌금형이라뇨, 정말 큰 일 날뻔 했는데요. 만에 하나 붙어서 싸워보겠다고 김 씨마저 차에서 내렸으면 정말 어떻게 됐을지 모르는 일인데요.10여분 동안 계속된 실랑이에 고속도로 1개 차로는 아예 마비됐고, 자신은 협박 당했으며 차는 파손됐습니다. 그리고 그 운전자는 심지어 달아났습니다...김 씨는 경찰서에서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렇게 해서 그 블랙박스 영상은 온라인 사이트에 게재됐습니다. 김 씨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싶었다고 합니다. 한번쯤 솔직하게 생각해 보자고 얘기하고 싶었답니다. 운전하다보면 그런 시비에 휘말릴 일도 있고, 제때 사과하지 않아 언쟁하는 경우도 있죠. 그런데 이게 도로 한복판에 차를 세워놓고 삼단봉을 휘두를 만한 일인지, 김 씨는 아직도 모르겠다고 합니다. 

블랙박스 영상을 처음 봤을때, 카메라가 많은 세상에 어떻게 이런 일이 있나 싶었습니다. 지난해 8월에 중부고속도로에서도 똑같은 일이 있었습니다. 도로 한복판에서 차량 두대가 시비가 붙었나 봅니다. 차로에 떡하니 차를 세워두고 내려서는 뒤 차에게 다가가는데, 문제는 도로 한복판에 멈춰선 이 차 두대를 뒤이어 오던 차량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겁니다. 결과는 5중 추돌, 운전자 1명은 사망했습니다. 김 씨는 그날 공포심 때문인지, 고속도로 한복판에서 멈춰서 있었던 위험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해보지도 못했다고 합니다. 자기 분노를 못이겨서 차를 세워두고 마구 화풀이를 하는게, 비행기 안에서 다른 승객의 피해는 모른 채 원없이 분풀이하고 비행기를 돌린 '땅콩 회항' 사건과 얼핏 비슷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가해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사과글이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왔습니다.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먼저 사과하셔야지요. 그 한마디를 안해서 일이 이렇게 커졌으니까요. 하지만 아쉽게도 그 얘긴 이제 경찰서에서 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따른 대가를 어떻게 치르게 될 지 많은 이들이 지켜보게 됐습니다. 만약 이번 사건이 가볍게 넘어간다면, 앞으로 도로를 막고 남의 차를 때려 부수고, 운전자를 협박하고 달아나도 벌금만 내면 된다고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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